봄날 창가에는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또 한 마리

요즘은 봄이 왔어도 황사니 미세먼지니 때문에 창문을 잘 열지 않는다. 사실 더 큰 이유는 철수의 탈모 증상이 조금씩 개선돼가고 있는데 쌤의 진단으로는 알레르기라 하셨으니 어쩌면 꽃가루 등을 멀리하면 겨우 좀 나아지고 있는 것이 혹 유지될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 지금은 무슨 이유에선지 이 전에 알레르기 약을 먹일 때보다 훨씬 많은 진전이 있어 기대감이 더더욱 커지고 있고 다가오는 열 살 생일 선물로 빠진 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봄 창가의 철수]

하지만 청소 등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창문을 열어두는데 철수가 그 순간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맨발로 뛰어오르기 때문에 창문을 열면 동시에 바구니나 스크래처를 놓아준다.

[궁금한 얼굴로 달려오는 경철]

경철이는 들리지 않아서인지 다른 방에 있다가 "느들끼리 여어서 뭐해?" 하는 표정으로 달려왔다가

[부러운 듯 형을 올려다보는 경철]

이내 창문 자리를 차지한 형을 본 경철군,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이 되면서 수염이 낱낱이 일어선다. 사실 경철이 부러워한다는 사실을 이 행동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양이가 무엇인가를 부러워 할 때 하는 행동]

공연히 스크래처 하우스에 얼굴을 문지른다 - 이게 바로 부러울 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정황적으로 확실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사물에 얼굴을 문지르는 행동은 영역표시이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렇게 이리저리 한참 동안 얼굴을 문지르다가

[입술을 핥는 경철]

입술을 한 번 핥아보고는

[갈망하는 눈빛의 경철]

두 눈 가득 "갈망"을 담아 제 형을 올려다 본다.

[옆눈으로 제 동생을 내려다보는 철수]

그런 동생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나, 말아도 되나, 슬그머니 얼굴을 돌리고 눈동자만 돌려 뭔가 좀 마음이 불편한 표정을 보인다.

[자리를 양보하지 않기로 결정한 철수]

오랜만에 열린 창문인 만큼 철수는 양보하지 않기로 결심한 모양인지 고개를 완전히 돌려버렸다. 하지만 동생의 갈망하는 표정이 마음에 걸렸는지 여전히 곁눈으로 경철을 주시하고 있다.

[하품하는 경철]

통하지 않는 애원이라는 걸 알아차린 안타까운 우리 막내, 하품으로 제 마음을 달래 본다.

[햇빛을 받으며 졸고있는 철수]

다른 날, 다른 창도 마찬가지로 철수가 먼저 차지했다. 경철이도 끝내는 창밖 구경을 언제까지 양보할 수만은 없다는 듯 위 그림의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바구니 위에 함께 앉아있다가

[티 한 점 없는 천사같은 내 고양이 경철]

집사가 나타나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 호다닥 내려와 포토제닉한 포즈를 잡아주신다 ㅎㅎ 효냥이구리~

[오동통한 내 너구리]

흐릿하지만 두 녀석이 한 그림 안에 다 들어오니 집사는 대만족!

[이상한 포즈의 철수]

그런데 저 위의 그림을 찍으면 철수의 자세를 보니 영 묘하고 수상하다. 이럴 때 집사들에게는 언제나 느낌이 온다. 지체 없이 달려가 봤더니 바구니 안에 이미 상냥 당해 버르적거리는 집게벌레 한 마리가 딱! 벌레는 안 된다. 기생충이나 세균을 옮길 수도 있으니까...

[실망한 표정의 철수]

차마 바구니에서 아이를 쫓아내고 싶지는 않아 벌레만 집어내고 아이는 바구니 채로 달랑 들어 집안으로 들이고 창문을 닫아버렸더니 실망 가득한 눈빛으로 저 자리에 앉아 다음 끼니때까지 나오지도 않더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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