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제 육신을 끼워맞춰 최대의 안락함을 구현하지 못하면 고양이가 아니지

우리 집 장남 철수, 어쩐 일인지 하루 이틀 집사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 했더니 웬걸!

[마무리가 덜 끝난 바구니 속에 들어간 철수]

고양이용 바구니를 만들다가 또다시 남아도는 사릿대의 길이가 아까워 더 짜 올리기로 하면서 이 전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손잡이도 다시 만들고, 그러다  고양이용으로는 어림도 없이 깊은 바구니가 돼 버렸다. 이걸 만드는 동안에는 초기 이 외에는 철수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길래 이제 집사 일 방해하는 건 그만두었나 보다 했는데 말이다.

[바구니 안에서 뱅뱅 도는 철수]

일단 들어가더니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폼이 영 수상하다...?

[바구니 속에서 완전히 한 바퀴 돈 후에 생각에 잠긴 철수]

고양이가 제 자리에서 방향만 바꾸며 뱅뱅 도는 것은 십중팔구 제 잠 자리를 고르는 행위인데 설마 저 깊은 곳에서? 완전히 잠수해서 잘 생각인가?

고양이들은 웬만하면 완전 잠수해서 자는 걸 선호하지 않는데 워낙 느긋한 성격이니 그럴 수도?

[바구니 가장자리에 턱을 걸치고 자리잡은 철수]

그럼 그렇지! 고양이의 전형적인 자세인 바구니 테두리에 턱 걸치고 앉기를 시전하신다. 아니 저렇게 깊은데도(일반적으로 짜는 고양이용 바구니 깊이의 거의 두 배) 턱 걸치기가 된단 말이야?

아니아다를까, 턱을 겨우 걸치고 있는 모습이 저 속에 앞다리는 편히 바닥에 다 내려놓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을 것이 분명하다.

[바구니 높이가 몹시 불편해 보이는 철수]

이렇게까지 힘들게 걸치고 있으면 목젖이 눌려 켁켁 기침이 나오지 싶은데 의연하게 잘도 버틴다.

[제 형이 하는 짓을 정말 편안한 숨숨집에서 내다보는 경철]

그런데 경철이는 제 형이 좀 한심한 것일까 부러운 것일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슬슬 잠에 빠지기 시작하는 철수]

그런데 슬슬 졸음이 밀려오는지 지탱하고 있던 앞발에 힘이 풀려 점점 주저앉으면서 반대급부(?)로 턱끝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뽑포를 부르는 뽕주댕이]

"철수야, 숨 막히겠다. 침대에 가서 자라~"는 집사의 말에

[고집스럽게 바구니를 지키는 철수]

"안 한다, 나는 여그가 픈흐드~"

"흐그, 지를흔드~"

제 형을 향해 한 마디 욕을 던지는 듯하더니 눈 한쪽을 감추며 카메라를 피해버린다. 조용히 구경하며 욕이나 하는 것이 좋지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는 것은 싫다는 것이다.

[침대 위에서 곤히 잠 든 철수]

그럼 그렇지, 그 깊은 곳에서 턱을 받치고 버티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집사의 권고대로 얼마 후에 자리를 옮겨 편히 잠에 빠져들었다.

[자다가 애교를 부리는 철수]

와중에도 집사의 기척이 느껴지니 벌쭉 벌쭉 애교를 부려댄다. ㅎㅋㅋ 귀여운 거엇!

[바구니를 살피는 고양이]

"저 시키가 여그서 멀 한 거야?"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제 형이 자리를 비우자 드디어 바구니 탐색에 나선 경철 고양이. 하지만 집사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바구니보다는 집사!"라며 훌쩍 뛰어내려 결구 바구니에 들어가기는커녕 탐색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았다.

[앞발  한 쌍 밖에 안 들어가는데 무조건 제 몸에 맞는 상자라고 우기는 철수]

아무튼 언제 어떤 물건에든 욕심이 나면 제 몸을 어떻게 해서든 끼워 맞추고 맞다고, 편하다고 우기는 고양이 삼신이 오늘도 인간을 웃게 해 줬다. 아무렇거나 건강하자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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