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장남 철수, 어쩐 일인지 하루 이틀 집사 일을 방해하지 않는다 했더니 웬걸!
고양이용 바구니를 만들다가 또다시 남아도는 사릿대의 길이가 아까워 더 짜 올리기로 하면서 이 전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손잡이도 다시 만들고, 그러다 고양이용으로는 어림도 없이 깊은 바구니가 돼 버렸다. 이걸 만드는 동안에는 초기 이 외에는 철수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길래 이제 집사 일 방해하는 건 그만두었나 보다 했는데 말이다.
일단 들어가더니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폼이 영 수상하다...?
고양이가 제 자리에서 방향만 바꾸며 뱅뱅 도는 것은 십중팔구 제 잠 자리를 고르는 행위인데 설마 저 깊은 곳에서? 완전히 잠수해서 잘 생각인가?
고양이들은 웬만하면 완전 잠수해서 자는 걸 선호하지 않는데 워낙 느긋한 성격이니 그럴 수도?
그럼 그렇지! 고양이의 전형적인 자세인 바구니 테두리에 턱 걸치고 앉기를 시전하신다. 아니 저렇게 깊은데도(일반적으로 짜는 고양이용 바구니 깊이의 거의 두 배) 턱 걸치기가 된단 말이야?
아니아다를까, 턱을 겨우 걸치고 있는 모습이 저 속에 앞다리는 편히 바닥에 다 내려놓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까지 힘들게 걸치고 있으면 목젖이 눌려 켁켁 기침이 나오지 싶은데 의연하게 잘도 버틴다.
그런데 경철이는 제 형이 좀 한심한 것일까 부러운 것일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슬슬 졸음이 밀려오는지 지탱하고 있던 앞발에 힘이 풀려 점점 주저앉으면서 반대급부(?)로 턱끝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철수야, 숨 막히겠다. 침대에 가서 자라~"는 집사의 말에
"안 한다, 나는 여그가 픈흐드~"
"흐그, 지를흔드~"
제 형을 향해 한 마디 욕을 던지는 듯하더니 눈 한쪽을 감추며 카메라를 피해버린다. 조용히 구경하며 욕이나 하는 것이 좋지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는 것은 싫다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 그 깊은 곳에서 턱을 받치고 버티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집사의 권고대로 얼마 후에 자리를 옮겨 편히 잠에 빠져들었다.
와중에도 집사의 기척이 느껴지니 벌쭉 벌쭉 애교를 부려댄다. ㅎㅋㅋ 귀여운 거엇!
"저 시키가 여그서 멀 한 거야?"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제 형이 자리를 비우자 드디어 바구니 탐색에 나선 경철 고양이. 하지만 집사가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바구니보다는 집사!"라며 훌쩍 뛰어내려 결구 바구니에 들어가기는커녕 탐색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았다.
아무튼 언제 어떤 물건에든 욕심이 나면 제 몸을 어떻게 해서든 끼워 맞추고 맞다고, 편하다고 우기는 고양이 삼신이 오늘도 인간을 웃게 해 줬다. 아무렇거나 건강하자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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