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이렇게나 길고 지루할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는데 올해는 전에 없던 조급함을 철수와 경철이 형제의 집사는 느끼고 있다. 이유인즉, 재작년과 작년 두 녀석이 유난히 이런저런 큰 병, 잔병치레를 많이 하면서
오래 앓은 경철의 귓병은 한 달 치료로도 호전은 커녕 이개혈종으로까지 발전이 됐고 집사는 귀를 살리려는 쓸 데 없는 욕심에 석션을 했다가 이틀 후 다시 수술이 들어가는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고 (2019년 10월) 이후 경철의 귓병은 약을 먹을 때만 괜찮았고 끊으면 재발되는 행사를 지금까지 2, 3달 간격으로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 약이 부대꼈는지 배에 오버 그루밍을 하기도 했고...
철수의 만성탈모는 이 집에 온 그해 겨울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4년이 넘었는데 지난여름에는 그 정도가 심해져 눈 위, 귀 뒤 피부에 가벼운 염증과 함께 탈모가 또 있었다. 이 아이도 알레르기라 하신 선생님 말씀 따라 오만 짓을 다 해 봤지만 약 먹을 때만 살짝 개선이 있을 뿐...
아이들의 나이를 의식하니 사람이라 해도 여기저기 탈이 날 만한 때가 된 것 같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아주아주 예뻐하던 이웃의 고양이가 8살도 채 되지 않아 무지개 다리를 건넌 청천벽력 같은 소식까지... 이때부터 내 조바심이 시작돼 오늘까지 무슨 주술처럼 "10번째 생일만 넘겨라, 그러면 20살을 향한 도장은 찍은 셈이다"라고 뇌이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야아들이 10살만 넘기면 20살까지 보장해준다고 약속이나 해 준 것처럼 말이다.
쌈박질을 하거나 말거나 가능하면 건강하게 버티자! 그리고 열 살 생일을 무사히 맞이하자, 빌고 또 비는 가운데 4월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어 5월로만 들어서면 이 아이들 생일까지는 금방이려니 하지만 평소에는 잘도 가던 시간이 손가락 꼽아가며 기다리면 하세월이라...
오늘도 여전히 경철이는 하얀 그릇만 보면 자동반사로 작은 숨숨집으로 튀어들어가고 - 어찌나 몸에 딱 맞는지 집사 팔도 들어갈 틈이 거의 없어 강제로는 못 꺼낸다 ㅎㅎ
우리의 장남 철수는 여전히 활동적이고 대범하지만 탈모 중이다. 이것저것 다 좋다, 귓병이 계속 재발돼도 탈모가 개선이 되지 않아도 눈에 띄는 고통 없이 10살 생일만 맞이하면 이후 세월은 10년이 다시 있다, 내 세대의 할미들이 많이 그렇듯 샤머니즘적인 믿음을 쌓으며 얼른 4월이 가고 5월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 보니 아직도 4월 27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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