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가 침대 위에 자리를 잡으면 철수는 언제나처럼(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집사 품을 파고들어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골골대며 집사를 올려다 보는 철수를 찍다가 문득 경철이 바로 저 위 하얀 부분 어디쯤에 엉덩이를 이 쪽으로 향하고 자고 있길래
웃기게도 내가 "평화"라고 느낀 장면을 바로 이 그림이다. 지난 번 오버 그루밍과 오염 등으로 염증이 생겼던 꼬리 부분이 잘 낫고 있는지 확인차 꼬리를 슬쩍 들쳐 봤더니 상처가 있던 부위는 이제 새 털도 나고 정상적인 분홍색 피부로 돌아와 있어 잘 나았구나, 안심하게 된다. (평소에는 꼬리를 들치고 항문 부분에 손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에 자세히 살피지도 못하고 따라다니며 대충 느낌으로 소독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무른 변은 아직도 간간이 보는지 항문 주위가 누렇다.
저걸 마음껏 닦아줄 수 있다면 이런 염증 따위 생기지 않았을 텐데, 다른 집사들은 필요 없는 목욕까지도 잘만 시키두만 나는 물집사인가보다... 그리고 이불 위에 박힌 저 철수 털들 봐라! 침구 바꾼 지 며칠 안 됐는데 털갈이 계절이라 아침마다 침구 청소기로 흡입하고 돌돌이로 붙여내고 해도 저녁이면 다시 저 모양이 된다. 이쯤 되면 어쩔 수 없이 침구도 바꿔야 한다 ㅜ.ㅜ
그리고 매일매일 볼 때마다 한결같이 힐링을 느끼는 장면은 바로 이것이다. 이 하얀 것이 널브러져 꼬옹꽁 노래 같은 코골이를 하며 잠 든 모습을 보면 나도 같이 노곤노곤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오른쪽에 살짝이지만 철수 고양이도 함께 잠 들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럴 때 집사는 엄마들이 아기를 재우고 "이제 좀 쉬어야지~" 하면서 느끼는 해방감과 사랑스런 내 아기의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며 행복과 평화로움을 느끼는 그 마음이 된다.
깨어 있을 때 철수군은 대부분 이 모습이다 "엄니, 이래도 지끈질만 계속 할겨?" 눈빛을 쏜다. (철수는 잘 때보다 이런 눈빛을 쏠 때 훨씬 더 사랑스럽다 ㅎㅎ)
그렇게 노려봐도 집사는 아랑곳없이 사진만 찍고 있으니 무덤덤한 반응에 민망했던가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하품 끝의 이 모습도 힐링 포인트 중 하나~
이렇게 아이들을 찍기 시작하면 의미없는 장면들도 자꾸만 찍게 되는데 왜? 집사 눈에는 "아따 그 넘 참 자알~ 생겼다"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매일매일 순간순간 집사가 느끼는 것은, 나에게 이들은 마지막 사랑이자 유일한 평화와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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