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막장 DNA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동안 블로그질을 할 수가 없었다. 첫째는 꽤(대단히) 가까웠던 사람과 사소한 갈등을 겪은 후 그걸 계기로 상대의 입에 의해 내 지난 삶의 2/3 이상이 "막장"으로 도배돼 있었다는 걸 뒤늦게 (늦어도 너무나 늦게) 깨닫고 인정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실제로 거의 정신이 나가도록 몸을 아프게 했다.

 

"막장"의 예를 딱 한 가지만 들면 이런 것이다 - 나는 재혼 가정에서 자랐고 아버지가 데리고 오신 소위 오빠라는 사람의 폭력에 무지하게 시달리며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블로그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 했었다. 그런데 이 폭력에 대해 앞에 "성"이라는 글자를 하나 더 붙여 성폭력이 있었거나 아니면 그것이 뜻대로 되지않아 그 오빠라는 사람이 나를 때렸을 거라는 해석이 있었고 그걸 즈들끼리 "쉬쉬"하며 기정사실화 했다가 내 나이 50에 가까웠던 시절에 지금은 연을 끊은 이모라는 타이틀을 가졌던 사람에 의해 "사실이가?" 하는 질문을 받았었다. 누구 입인가 물으니 "그 입"이었다...

[아프면서도 쉬지 않고 지끈질을 했다]

왜 이 말을 하는가? 

내가 자주, 죽도록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성"이라는 한 글자가 앞에 붙을 만한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폭력이었는데 느닷없이 성폭력? - 남들이 읽었을 때 가장 이해하시기 쉽게 딱 한 가지만 예를 든 것이다, 내 삶이 타인의 "입"에 의해 어떤 식으로 먹칠이 돼 왔는지. (그 입이 실질적으로 내 삶에 큰 타격을 준 에피소드들도 있지만 설명이 복잡하고 나도 부끄러워 생략한다) 게다가 살면서 "어쭙잖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너랑 나랑 같으나?(즉, 계급이 다름)"라는 말은? 나는 이 말을 자그마치 두 사람에게서 들었다. ㅍㅎㅎ

 

그 작은 갈등 후에  그 동안 이유도 모르며 겪은 모든 "쎄에~"한 에피소드들이 두어 가지의 단어들로 정리가 되면서 내 마음에 쌓여있던 독들이 한꺼번에 분출이 된 것인지 서서히 아프기 시작하더니 "막장"이라는 단어로 결론을 내리면서부터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을만치 몸이 아팠다.

[며칠 새 쌓인 새로 만든 지끈 바구니들]

엄니가 돌아가시면서 외가와 인연을 100% 끊은 이유가 바로 이런 DNA (오만, 군림, 막장) 때문이었는데 가장 무시무시하게 그들의 DNA를 이어받은 한 사람을 등잔 밑이 어두워 미처 못보고 있었다고 할까 아니면 차마 그렇게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렇게 "끊어 버리기"에서 제외됐던 한 사람에게 사소한 일로 "이제는 이 사람 더 감당 못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걸 보니 나도 내심 대단히 참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막장 스토리텔러"들 틈에서 살아남자니 난들 오죽했겠는가, 이제와서야 겨우 스스로가 이해된다.

 

이런 말을 하려고 블로그에 돌아온 것이 아닌데 막상 시작하니 말이 길어져버렸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고 아이들 소식이나 바구니 소식 등, 기록은 해야 하는데 며칠 중단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몸이 아픈 탓도 있었지만 쭈뼛쭈뼛 마치 내 공간이 아닌 곳에 눈치 보며 빌붙어 글을 쓰려는 듯한, 과거에 그들 속에 섞여 있을 때 모든 것이, "어쭙잖은 존재, 점령당한 듯한, 기죽었던" 그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나 이 공간에 들어오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마무리를 기다리는 사람용 지끈 매트]

기가 죽어 있었다고? 혹 그들 중 한 사람이 이 꼭지를 본다면 틀림없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리고 젊었던 시절 내가 내내 개지롤 같은 성질을 피우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개지롤을 했던 것은 그 눌리고 밟혀 죽어가던 기를 조금이라도 내 힘으로 지켜보려고 사용했던 나름의 아등바등 몸부림이었지 정말  그들이 믿는 것처럼 "기가 세서"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이 팩트이다. (예전에 제법 용하게 많은 것을 말했던 점사를 보는 분이 나는 기가 특별하게 약한 사람이라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마무리가 끝난 지끈매트, 길이 77cm, 넓이 60cm]

그러는 동안 쉼 없이 지끈질한 것들을 세어보니 바구니가 6개,  매트가 2개. ㅎ~

[고양이 형제 간이 식탁을 짜려다 취소 후 매트로 변신]

위 그림의 매트는 고양이 형제용 간이 식탁 바구니가 너무 낮아 좀 더 넉넉한 사이즈로 짜려고 정사각으로 시작했다가 더 크고 튼튼한 바구니들을 씻고 풀 먹인 후 간이 식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서  매트로 급 용도 변경해 완성한 것인데 깃털 무늬가 스크래칭 하기에 더 좋은지 경철군은 열심히 사용하고 계신다.

[뚜껑 있는 배색 지끈 바구니]

이건 울 온냐 것인데 이틀 전인가 장을 잔뜩 봐서 씨익씩거리며 올라왔길래 그동안 작업들을 보여 주고 갖고 싶은 것 찍어라, 했더니 즈들집에도 바구니가 많아도 너무 많다며 필요 없다길래

[언니의 씻어 풀 먹인 바구니, 이것이 받은 것의 반도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연습용으로 짠 걸 가리키며 "그람 난 저거 뚜껑 만들어 내가 쓸란다" 했더니 눈빛이 돌변 - 사실 뚜껑 있는 것이 훨씬 더 완성도도 높고 쓰임새도 많아서 언니도 내내 원하던 것이라 "뚜껑 있으면 니 할꺼재?" 했더니 "응!" 했다 ㅋㅋ - 이렇게 여자여자스럽게 샘 많은 언니가 어지 그 세월을 죽은듯 엎드려 살았을까 (나는 개지롤이라도 했지...)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찢어진다...

[풀을 먹여 말린 후 아마씨 오일을 갓바른 지끈 바구니]

배색은, 버리려고 현관 종이 모으는 곳에 내놓았던 팥죽색 지끈을 기어이 들춰내 "뚜껑은 이걸로 배색!" 해서 이렇게 완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 아마씨 오일이라는 것이 하 요망하여 풀 먹인 바구니에 바르면 흡수되지 않을 듯 겉돌다가 2, 3일 지난 후에 보면 완전히 흡수를 하고 번쩍이는 느낌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잘 구워진 빵 같은 색감을 낸다. (기름이 완전히 흡수된 모습은 맨 위 그림의 공구 바구니) 그래서 사람용 물건에는 아마씨 오일을 자주 사용하기로!

[오일을 바르기 전, 톡으로 보여줌]

지금은 며칠 동안 완성한 몇몇 바구니에 풀을 먹여 제습기 위에 널어 말리고 있고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해서 서서히 돌아오고 내 블로그에 오면서 쭈뼛거리게 되는 이 기 막히는 느낌은 과거가 사라졌으니 함께 사라지리라 믿고 싶다. 그리고 늦어도 너무 늦어버렸지만 이제는 그들의 시선이 없는 세상에서 세뇌 당하지 않고 기가 죽지 않는 시선으로 내 모습을 스스로가 온전히 보며 살고싶다. 그리고 다행이다, 나는 그 막장 DNA를 물려받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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