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똥꼬는 내꺼, 내 똥꼬도 내꺼!

두 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함께 사는 가정이라면 한 녀석은 상대의 똥꼬 냄새를 맡고 때로는 그루밍까지 시도하고 당하는 녀석은 이 행동에 몹시 기분 상해하며 때로는 냥펀치까지 날리는 장면을 대단히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끼리라면 변태가 아닌 이상 상상도 할 수 없는 역겨운 장면인데 이 녀석들은 도대체 왜 일상적으로 이러는 것일까?

[나란히 식사를 마치고 돌아서는 고양이 형제]

위 그림은 두 고양이 형제가 나란히 식사를 하고 먼저 끝낸 철수가 돌아서서 제 입술을 핥고 있는 동안 경철이 식사를 마친 후 철수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다.

[제 형의 똥꼬를 노리는 경철 고양이]

이에 대한 학자들의 설명은 고양이에게 똥꼬냄새는 상대의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수단으로, 특히 낯선 고양이를 만났을 때 그에 대한 건강상태, 짝짓기 능력 등을 알아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늘 함께 지내는 형제자매들끼리는 왜 그러는 것일까?

[철수가 움직이며 꼬리를 들어올리자 대뜸 똥꼬에 코를 들이미는 경철 고양이]

이것은 고양이들의 건강이나 기분 등으로 인한 호르몬의 냄새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유는 꼬물이 시절부터 출발하는데 이때 어미 고양이가 꼬물이의 생식기관을 핥아 대소변을 유도했던 기억으로 "내가 너를 돌보는 고양이야!"라는 과시를 하기 위해 시건방을 떠는 것인데 당하는 고양이 입장에서는 똥꼬를 차지하려는 녀석과 같은 이유로 즉, "네가 내 엄니는 아니자녀?!" 하며 절대로 자신의 생리 또는 생식 기관을 다른 고양이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아 한다. 

[똥꼬를 내어주지 않고 떠나는 철수 고양이와 아직 맛을 보고있는 경철 고양이]

그리고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곳이니 만큼 선천적으로 의심이 유난히 많은 고양이들은 그 냄새를 맡게 해 자신에 대한 정보를 내어주면 약점이 잡힌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기 때문에 형제자매 뿐만 아니라 집사에게조차 그 부분에 접근하는 것은 거의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습성은 고양이가 대변이나 소변 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아 집사가 뒤처리를 도와주려 했을 때 고양이의 태도를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고양이의 전형적이 "신뢰와 사랑"을 표현하는 동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들은 왜 자꾸만 집사 얼굴에 엉덩이를 들이밀거나 얼굴을 낮춰 비비면서 엉덩이를 높이 치켜드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엉덩이를 내어줄 만큼 집사를 사랑하고 신뢰한다는 뜻이다. 위에서 집사가 엉덩이 뒤처리를 해주려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심리로 이런 상반 된 반응은 집사 마음이 아니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고양이 마음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똥꼬 냄새를 맡으려는 철수와 신경이 날카로워져 냥펀치를 날리려는 경철]

 그러므로 고양이가 집사 입에 대고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거나 심지어는 얼굴을 방석 삼아 깔고 앉는다 해도 "이 시키가 집사를 뭘로 보고!?" 하실 일이 아니라 오히려 고양이가 제 모든 것을 내어줄 정도로 자신이 좋은 집사임을 증명하는 것이므로 감사하고 기뻐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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