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눈이 마주쳐 버렸다

우리 집 고양이 형제는 집사의 노고를 알아주듯 숨숨집에 들어앉아 있기를 꽤 즐기는 편이다.

[숨숨집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경철 고양이]

그 중 경철 고양이가 숨숨집 창틀에 두 손을 걸치고 이리저리 집안 구경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지만

[집사와 눈이 딱 마주친 경철 고양이]

특히나 하얀 노루 궁둥이 버섯 같은 두 손을 창틀에 걸치고 있는 모습이 볼 때마다 새삼스레 예뻐서 눈에 띌 때마다 사진을 찍는 편인데 이 날은 엄마야~ 경철 고양이와 집사의 눈이 딱 마주쳐 버렸다. 그렇게 되면 고양이가 즉시 "애앵~"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와 치대기 시작하기 때문에 사진 찍기를 계속할 수 없는 아쉬움에 '엄마야~'한 것인데...

[기지개를 켜며 숨숨집을 나서는 경철 고양이]

이 날도 아니나 다를까 눈이 마주치자마자 셔터 한 번 더 누를 겨를도 없이 스르륵 일어서더니 기지개를 켜며 걷는 고양이 특유의 자세로 숨숨집 밖으로 두 발을 내딛는다. 여기서 경철의 입에 주목하면 그다음에 어떤 장면이 찍힐지 고양이 집사라면 아마 모두 아실 것이다.

[경철 고양이, 하품 일발장전]

참말로 고양이들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할 줄 안다. 걸어 나오면서 동시에 기지개를 켜고 기지개 켤 때 몸이 낮아진 자세에서 하품을 일발 장전하고

[기지개를 켜면서 동시에 히품도 하고 걷기도 하는 경철 고양이]

몸을 들어 올리는 순서에서 아까 장전한 하품을 발사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걷는 것도 잊지는 않는다.

[하품이 끝나자 경철 고양이도 숨숨집을 거의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됐다]

이제 곧 이 녀석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와 턱 밑에서 치대거나 궁디팡팡 하라고 각도까지 딱 맞춰 엉덩이를 들이밀거나 할 것이라 만사 제치고 상대를 해 드려야만 하기 때문에 사진 찍기를 포기할 마음을 먹었는데... (위 그림에 슬쩍 보이는 분홍색 막대기에 주목 하시라 ㅎㅎ)

[장난감을 입에 물고온 경철 고양이]

그런데 이 날은 사진 찍기를 포기해야 하리하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스윽~ 방향을 바꿔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장난감을 입에 물더니 그제야 집사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아마도 이 장난감은 아까 숨숨집에서부터 눈에 넣어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장난감을 떨어뜨린 경철 고양이]

하지만 아뿔싸, 저 장난감이 고양이가 편히 물고 오기에는 제법 길이가 있는 편이어서 아슬아슬 물고 '애앵~'까지 함께 하다가 뭔가 박자가 맞이 않았던지 장난감이 툭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뇌 맑은 이 고양이, 장난감이 달아날세라 얼른 엎드려

[떨어진 장난감을 물어올리는 경철 고양이]

목을 가능한 한 길게 빼고 장난감을 물어 올려 더 이상 이것이 무엇에 걸려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조치를 한다. 그 바람에 얼굴이 찍히지 않았지만 저 자세만으로도 집사는 까무러칠 지경이다 ㅎㅋㅋ~

[집사에게 놀아달라고 청하는 경철 고양이]

똑똑도 하지~ 아까보다는 확실하게 단단히 부여 물고 집사에게 놀아달라고 간청하는 눈빛을 보낸다. 이쯤 되면 아무리 간 큰 집사라도 놀아주지 않을 재간이 없다. 

[장난감을 꽉 부여잡고 뺏기지 않으려는 결사항전의 눈빛]

그런데 이 녀석, 그렇게 놀아달라고 간청해놓고는 막상 놀아주니 내가 제 장난감을 뺏는다고 여기는지 두 손으로 꽉 부여잡고 엎드려 장난감 사수를 위한 결사항전의 레이저를 집사에게 쏘아댄다. 하지만 이 녀석은 놀이 본능이 발동하는 일이 드물어 어쩌다 마주친 눈빛에 딱 걸려들고 말았지만 기꺼이 몇 바퀴(경철은 금세 시들해진다) 놀아드리고 그 수고보다 몇 만 배 더 값진 예쁘고 귀여운 모습을 덤으로 얻었다. 어떤 모습 하나 예쁘지 않은 것 없는 보석 같은 내 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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