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 식구 중 유일하게 명랑한 성정을 가진 존재는 철수 고양이 하나 뿐이다. 철수는 나머지 두 식구인 집사와 경철 고양이와는 달라도 너무나 달라서 너무 엉긴다, 싶을 정도로 에너지와 장난기가 뿜뿜해
이제 십여 년을 같이 살아온 경철 고양이는 눈만 마주치면 또 엉겨붙을까봐 꽁지가 빠지게 철수 고양이를 피해서 달아나는 그림이 익숙해질 지경이 됐다. 남들은 이런 장면만 보면 철수가 경철이를 애지간히도 괴롭힌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철수는 놀아줘~ 하며 "아르르~" 밝은 소리를 내며 다가가는데 경철 고양이가 들리지 않기 때문인지 철수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낼 때가 많다.
이런 세월이 쌓이다보니 철수도 아닌 게 아니라 매 번 거절 당하고 외면 당하는 것에 약이 올라 경철이를 작정하고 사냥할 때가 많아졌고 그렇게 그렇게 둘은 사이가 점점 나빠지게 된 것이다.
아무리 놀자고 애원해도 동생은 눈만 마주치면 달아나 "그르르~"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만 하고... 쓸쓸하고 심심해 보이는 불쌍한 우리 명랑 고양이,
마침 소금 이모야가 새로 보내주신 신선한 캣닢쿠션이 기억나 꺼내주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보자마자 쿠당탕 소리를 내며 자빠져서는 쿠션 두 개를 저 짧다란 팔로 한꺼번에 두 개나 껴안고 뒷발팡팡을 날려주신다.
내 보다보다 캣닢쿠션 두 개 한꺼번에 껴안는 고양이는 진짜로 난생 처음이구리~
어쩌면 이렇게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같은 반응을 보여주시는지 참으로 성정 하나는 에너지가 넘치고 밝은 고양이임이 틀림없는데 보너스로 한꺼번에 두 개 껴안기 신공까지 보여주시니 집사는 로또 맞은 기분 ㅍㅎㅎ~
캣닢쿠션으로 기분이 전환 되자 곧바로 아깽이들이나 하는 혼자놀기 신공을 선 보이신다 - 사실 성묘들은 이런 행동을 잘 하지 않는데 집사가 경철이와 성격이 하 비슷한 사람인데다 요즘 들어 더 늘어져 있으니 혼자 심심함을 견디다 못해 갑자기 아깽이 때 하던 짓을 다시 하기 시작 했는데
바로 가만히 잘 누워있는 장난감이 마치 저한테 깐죽거리기나 하는듯 움찔움찔 연기를 하다가
살금살금 스며들어
장난감이 마치 달아나려 했다는듯 휘릭 덮쳐서 물어올린다.
그리고 혼자 던지고 받고
다시 물어올리고 이렇게 한동안 온 집구석을 뛰어다니며 혼자만의 놀이를 하시는데 마치 텅빈 운동장에서 친구 하나 없이 축구공 달랑 하나 가지고 혼자서 이리저리 드리블도 슛도 하는 쓸쓸한 남자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한없이 아려온다.
그런 제 형의 모습을 이 하얀, 도도하고 냉정하지만 쫄보인 고양이가 "쟤 왜 저래?"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흥, 저거 좀 미친 거 같자너!" - 이렇게 식구라고는 달랑 셋인데 성격들이 제각각이니 이 넘도 딱하고 저 넘도 딱하고... 까칠해도 좋고 좀 미친 것 같아도 좋다, 요즘 집사의 소원은 꿈에서도 오직 하나 이 두 녀석의 건강함 뿐이다. 경철이는 오늘 첫 병원 약을 삼키고 몇 시간 후 구토를 했다... 다시 약 먹을 시간이 다가오는데 침대 밑 상자에 아예 살림을 차린것 같아 집사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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