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가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계절의 변화

나는 바닥 등 딱딱한 곳에 앉는 것이 불편한 사람이라 이 집에 이사 온 후부터는 침대 위에 간이 테이블을 올려두고 식탁으로도 컴퓨터 책상으로도 그리고 여름에는 경철 고양이의 침대로도 쓴다.

책상 밑에서 하품 하는 고양이

그런데 그저께인가, 설거지인지 뭔지를 마치고 들어온 내게 아이들이 평소에 있던 위치에 보이지 않길래 찾아보니 두 녀석이 앞뒤로 나란히 침대 위 테이블 밑에 들어가있다.

하품 한 후 고양이의 표정[하품 한 후 순막이 살짝 드러난 상태의 철수 고양이 표정이 무척 코믹하다]

아니 테이블 아래에? 그것도 두 녀석이 거의 붙다시피 나란히? 막 하품을 마친 철수 고양이 "왜 이게 뭐 놀랄 일이어요? 난 놀라는 엄니가 더 놀랍소만~" 하는 듯한 표정이다.

집사의 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깬 하얀 고양이

세상 편안히 잠들어 있던 경철 고양이도 뭔가 어수선한 느낌인지 고개를 들었다가

기지개를 펴는 하얀 고양이

집사를 발견하고는 안심 하는듯 앞으로 나란히 기지개를 킨다. 

형을 돌아보는 동생 고양이

"아니 느들 어쩐 일로 그렇게 찰싹 붙어있어?"

"뭐 우리가요?"

집사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경철 고양이가 슬쩍 고개를 돌려 제 형의 존재를 확인한다.

무심하고 편안한 표정의 고양이

무심하고 편안하다. 며칠 전만 해도 이렇게 우연히라도 나란히 앉았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대로 하악질 등 불꽃이 튀는 게 붙박혀 있는 사진마냥 정해진 그림이었는데

일술을 핥는 고양이

쩝~ 입술을 한 번 핥고는

여유 있는 자세의 하얀 고양이

앞으로 나란히~ 다리까지 꼬으고 여유가 흘러 넘친다.

하품 하는 하얀 고양이

오호라~ 그제서야 집사는 우리집 고양이 형제의 풍경이 바뀐 이유를 깨닫는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체온을 나누고 싶은 서늘한 가을이 온 것이다. 때마다 고양이 형제의 풍경에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올해는 여름이 유난히 짧았던 탓일까 아이들이 이렇게 가을이 왔다는 것을 며칠 전부터 알려주고 있었음에도 인간은 인지를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뒤돌아보는 고양이 형제

"엄니도 사진만 찍지 말고 추운데 거어 이불 덮고 앉아요" 하시는 우리집 장남 고양이 돌아보는 표정이 정말이지 가을스럽다. 이제 경철 고양이가 밤에 집사의 팔에 끼어들어 자기 시작하면 침대 위에 전기담요를 깔아야하는 겨울이 왔다는 신호이다. 이렇게 우리집에서 계절이 변하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것은 이 냥냥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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