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길고양이 포획 작전

사진과 날짜 등, 옛블로그에 가보니 먼저 있었던 일이 뒤에 기록 돼 있고 표현은 또 첫날 둘째날 이따구로 돼 있으니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사진 원본을 찾아보는데 찾아보니 더 헛갈린다. 노트북으로 복사해 오니 어떤 놈은 날짜가 제대로 기록 돼 있고 어떤 놈은  오늘 날짜로 잡히고...

특히 순덕이 포획작전 하던 첫날 우억이 나타나서 애를 먹이던 장면이 세세히 묘사돼 있는 포스트가 있었지 싶은데 그건 암만 찾아도 없고,

 

그러느라 오전 시간 다 보내며 이거이 뭐라고 이렇게나 매달려 정리를 하려느냐, 스스로에게 물어가면서도 정리할 건 해야지 하는 고집 또는 미련스러움. 동시에 철수 경철의 역사도 블로그에 올리지 않고 묻힌 것들이 많아 이걸 어쩐다? 하며 한 장 한 장 모두 다시 열어보는 작업을 하다가 DVD- Rom 속도에 질려 - 초기 사진들은 모두 DVD에 구워 뒀고 나중 사진들은 500G 외장 하드에 들어있다- 지름신이 강림하사 즉석에서 외장하드 1Tb를 주문해 버리고는 투덜투덜 내가 약 먹었나, 물려 줄 사람도 없는데 불편해도 걍 쓰지... 하다가 결국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2017.09.06 

 

오늘 밤 정각 10시에 거사를 치를 예정이다. 하루종일 전화질에 눈물바람에 - 신이시여,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제게서 거두시옵소서~ 하며 - 결국 17년이란 세월 동안 한결같은, 내게는 금쪽만치 귀한 존재인 학부형께서 동보협까지 몸소 가셔서 통덫을 빌려다 주신 것이 두 시간여 전.

다친 길고양이 포획 작전

제발이지 한 방에 들어가 주면 좋겠다, 횟수가 잦아질수록 성공 확률은 떨어진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학부형께서 거사시점에 다시 출두하기로 하셨으니 이건 뭐 내가 잡는 건지 학부형께서 잡는 건지... 징징, 삑삑만 하고 앉아서는...


2012. 09.24. 지금 11시 32분이다. 오늘 진행한다고 한 일, 실패다. 아이 놀라지 달아나지 않게 하려고 카메라도 두고 나갔었다.
입구에 늘 그릇으로 쓰던 비닐 깔고 밥 조금 얹어 덫에다 걸쳐 놨는데 비닐 끌어내서 얌냠 하시고 뱅뱅 돌면서 절때! 안 들어 가심.


내가 곁에 갈수만 있으면 엉덩이 쑥 밀어넣으면 되겠던데 가까이만 가면 총총 토켜버린다. 오늘은 그래서 입맛만 다시고 굶기는 걸로 하고 한 시간 40분 만에 철수. 내일은 들어와 주실지... 바닥에 골판지라도 깔고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해 나가야겠다.

 

그리고 우억이 녀석.

길고양이 우억이 녀석

오데서 밥 먹고 다니나 했더니 다리 아픈 아이가 일 차 먹고 남긴 걸 드시는 거였다. 아이가 갑자기 뭘 보고 슬금슬금 하길래 그 방향을 살피니 우억이가 딱! ㅎㅎ 귀여버 디지겠어~ 어쩐지, 아무리 대식가라도 4, 5묘 분을 매일 갖고 가는데 우째 싹싹 다 없어지노, 하고 있었는데 의문이 풀렸다. 우억이도 밖에서 보니 엄청 조그맣다.


그리고 발 다친 아이는, 27일 목요일에 통덫을 돌려주어야 하는 이유로 포획작전은 자진 실패로 마무리 지었다. 

다친 길고양이 포획 작전 실패

마음으로 '그만 두자' 결정을 내린 건 사실 두 번째 날, 이 표정을 본 후였다. 덫에 든 산해진미는 거들떠도 안 보고 내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 다니며...  집에 들어와 확인한 이 사람같은 표정에 눈물이 왈칵해, 이렇게나 싫으면 말자... 한 것.

통텇에 들어가는 엉뚱한 고양이

우억군, 첫날에도 방해를 해, 심지어는 상체가 거의 반이나 통덫 속으로 들어가 이눔 저리 안 가! 하고 쫓았던 터라  이 날은

 길고양이 밥 주기

방해 하기 전에 우억이 몫을 따로 챙겨 내려갔던 것이 우억이에게 만큼은 통했지만

다친 길고양이

순덕은 밖에 유도 미끼로 깔아 둔 밥만 야금야금. 덫이 얼금걸금 안락해 보이지 않아 그러나 싶어 다시 들고 들어가 까만 비닐로 입구만 놔두고 모두 감싸서 다시 내놨건만 이미 내 계획을 들켜버린 뒤였다. 포스트에는 쓰지 않았지만 이 날에는 저녁도 굶고 하 힘이 들어, 순덕에게 무심한 척 쇼도 할 겸 앞에 있는 막창집에 들어가 맥주 한 병 마시고 막창은 구워다가 집에서 먹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26일, 셋째 날에는 사실 잡을 마음도 없이 형식적으로 들고 나갔지만 10시면 나타나던 놈이 11시 11분까지 그림자도 얼씬 안 함 - 우억이조차도... 덫 철수하고 먹을 거 내놓은 후, 1시 20분경 다시 나가보니 설겆이 한 듯 싹싹 다 먹은 걸 보고 그래, 그러자 다시 한 번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어제 밤(29일), 약 섞은 부분 먹게하려고 식판을 이리저리 돌려도 크게 경계는 하지 않으면서도 사진만 찍으면 푸아아하악~!!! 그리고 발 상태가 가장 잘 나온 샷!

하악질 하는 다친 길고양이

발바닥이 뒤집어져 얼굴 쪽으로 꺾여 있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 됐다. 엘라이신과 항생제가 도움이 됐는지 다행히 상처나 염증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 것 같지만 아직 발이 불그레해 보일 때 조치를 했더라면 온전히 복구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아쉬움과 죄책감과 원망이 마구 뒤섞인다.

아쉬움과 죄책감과 원망 - 다친 길고양이

경계심이 좀 느슨해진 듯하여 따라다니며 셔텨를 눌러대니 나를 쫓는 방편인지, 흙도 없는 남의 집 대문 앞에다 큰 거시기 한 방 셔언~하게 갈겨주시고 (많이 먹으니 내놓는 것도 상상 그 이상)

도망가는 다친 길고양이

그 집 지하실로 꽁지 빠지게 토낌. 내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시점이 되면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었을 때여, 이 미련한 것아...

그리고 같은 포스트에 이런 내용도 있었다.

다음 메인에 올랐을 때

다음 블로그 메인

'블로그 이슈'라는 분이 찾아와 방명록에 글을 남겨주셔서 알았던 '내가 무슨 자격으로?' 하게 했던 놀라웠던 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덕분에 내게도 더러 좋은 일이 있었구나 하게 돼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기록이라는 것이 갖고 있어야겠구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별 것 아니지만 참 기분이 좋았었고 형편 없는 사진들 때문에 또한 부끄럽기도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기는 한다. 이 때는 댓글도 50개 이상 달려 댓글 페이지가 막 넘어가기도 하고 그랬었다. 그리운 건 아니고 그냥 돌아봐서 싫지 않은 기억이 드물은 내게는 기분 좋은 기록 중 하나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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