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가 뭘 더 바라겠니... - 고양이 형제의 오만 발병 오만 치료 6

그래도 집사란 인간이 좋다고 이렇게 턱 밑에 받치고 앉아있는 가슴 찢어지는 내 고양이...

하늘을 바라보는 불쌍한 내 고양이

부끄럽고 미안해서 길게 말 할 낯도 없다. (왼쪽 눈에 살짝 끼인 눈꼽이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다 -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경철은 눈꼽으로 컨디션이 가늠 된다)

마스크 천지

나는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요즘 같은 시국에 밖에 나갈 때면 마스크를 잊어버리는 것이 다반사라 대문 밖까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일이 100%여서 얼마 전부터는 작은 방에서 옷 갈아입고 나가는 길에 보이라고 부엌 칸막이로 해놓은 오래 된 창틀에 소금님이 만들어주신 마스크며 100장에 4900원 하는 1회용 엉터리 마스크며를 걸어놓고 지내고 있다. (비말차단 효과가 의심 돼 방수실험을 해보니 방수는 되더라 --;;)


아무튼 이 것을 경철 고양이가 밥을 기다릴 때 저 그림 바로 아래에 놓여있는 의자에 올라앉아 깍깍 씹어대는 버릇이 있는데

고양이가 물어뜯은 마스크

그러던 어느 날 발견한 것, 씹은 자리에 피가 묻어있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원래 잇몸이 안 좋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름 양치질도 열심히 하고 6월부터는 그 계통 면역보충제로 계속 방어를 하고 있었으나 아이가 약 먹는 일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설사를 한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잠재우느라 약도 끊고 양치질도 며칠 쉬는 사이에 이 사단이 난 것이다. 어쩐지 그 며칠 건사료를 안 먹네? 했는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집사를 돌아보는 고양이

눈만 마주쳐도 가슴이 찢어진다.

무심히 창밖을 보는 고양이

어디가 안 좋으면 콕 찝어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가슴을 찢는 내 고양이 뒷통수[가슴을 찢는 내 고양이의 뒷통수]

사람처럼 아프다고 드러누워 있거나 징징대지 않고 오롯이 혼자 다 감당하는 모습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와중에 맞은편 집 아줌니가 우산을 펴 말린다고 이것저것 폈다 접었다 하니 곧 채터링이라도 할 냥인지 눈을 떼지 못한다. 

고통을 혼자 견디고 있는 고양이[멀쩡해 보이지만 고통을 혼자 견디고 있는 것이다]

집사는 다시 항생제를 구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지만 (철수의 상태가 항생제로 많이 나아졌기 때문에) 내성이 생기면 약도 더 이상 듣지 않는다 하여 그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미루고 지금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지식을 동원하고 집사는 현실로 간장밥만 먹으며 케어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 병의 끝은 전발치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들었다. 그저 치료 가능성이 가장 높고 그나마 간단한 편인 치은염이길 바랄 뿐이다.

창 밖을 구경하는 고양이

집사도 고양이의 지혜를 배워 자신의 고통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닥치고 견디는 기법을 제법 익히기도 했지만 이 아이들에게 만큼은 내가 무슨 못할 짓을 한 것인지, 그리고 또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용서가 어렵고 혼자 견디려는 이 작고 여린 생명들이 오히려 원망스럽기조차 하다.

혹시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는 분들이 궁금해 하실 경우를 생각해 내가 케어하는 방법을 공개하면(모두 한 고양이 카페에서 배운 것으로 각각의 역할에 대해서는 찾아보면 자세한 정보가 많기 때문에 나는 보조제의 이름만 나열한다. 


모두 사람용이고 고양이에게 알맞은 유지용 용량은 사람의 1/10, 하지만 치료용으로는 메가도스를 해도 괜찮다고 듣기는 했다. 다만 설사, 구토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집사가 고양이의 상태를 잘 살피면서 양 조절을 해야한다. 메가도스를 할 때는 '한 번에 많이'보다는 '조금씩 자주' 부작용의 확률이 낮아진다는 걸 경험했다)

내 고양이 형제 영양제[500mg 캡슐에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1. 락토페린 

2. 모듀케어 (베타시토스테롤 Beta-sitosterol로 인사돌에 들어가는 성분이다)

3. 에피코르 EpiCor (건조발효 효모로 일종의 베타글루칸이다)

4. 유산균

5. 양치질 -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나는 아이들이 8살이 돼서야 겨우 핸들링할 용기를 얻어 시작할 수 있었다. 명백히 이것이 치명적인 실수였을 것이다. (치약은 자이목스 오라틴 일반과 안티셉틱, 상태를 봐가며 번갈아 쓰는데 지금은 두 녀석 모두 안티셉틱을 집중적으로 쓴다)

지금 양치질을 미루거나 무서워 하는 집사가 계시다면 하루 빨리 시작하시길 경험으로 강권 한다

영양제는 위에 4가지를 주로 메가도스 하고 아래는 고양이에게 적정량을 작은 캡슐에 넣어 점심 무렵에 따로 준다. 


6. 비오틴과 비타민B 복합체 (나는 이것을 철수 탈모 때문에 먹이기 시작 했는데 입 안의 병을 개선 시킨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7. msm

8. 타우린


9. 프로폴리스 - 이건 아직 도착 하지 않아 시작도 못했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서 오래 망설이다 두 가지를 주문 했는데 고양이들은 드러나는 피부가 거의 없어 어디에다 알러지 테스트를 해야할지 고민 중이다.


10. 이 외에 코큐텐 등 항산화제가 추천 되고 있지만 나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에피코르도 항산화제의 일종이기 때문에 일단 이것이 어떤 결과를 보이는지 좀 두고 보려한다. 먹여야 할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에.

하품을 시작하는 고양이

너스레 비슷한 것 떨고 싶은 마음 진짜로 눈꼽만치도 없지만 이렇게 예쁜 "후

고양이 하품의 절정

아~

고양이 하품의 마지막 표정

품"은 선물이다.


설사를 하든 말든 지금은 모든 보조제의 양을 거의 치료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스트레스 따위 무시하고 양치질도 하루에 두 번씩 빼놓지 않고 하는 중이다. 다행히 좀 상태가 나아졌는지 어제부터는 건사료를 먹으면서 몇 알 정도는 까드득 씹기도 하지만 끝까지 죄스러움을 떨칠 수 없는 이유는 이 병은 낫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치를 해도 나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만큼 통증만 없다면 발치는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고 싶다. 역시 항생제로 일단 가라앉히는 것이 답일까, 아직도 고민 중이다. (경철이는 작년에 귓병 때문에 항생제를 너무 많이 먹었다)


집사이자 어미인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별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명랑하고 기운차게 뛰어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새끼들 통증, 고통 없이 여여히 살다 여여히 떠나는 것, 그것 하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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