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 형제는 옆집 이모야가 만들어주신 캣닢쿠션을 심심할 때, 뭔가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꺼내서 잘 쓰고 있다.
집사가 누구에게 먼저 주고 그러는 것 아님에도 언제나 먼저 반응하는 것은 철수 고양이어서 가만히 들여다봤다가 곧 잠시 어쩔까 망설이는 눈빛이더니
갑자기 돌아누워 뒷발질을 파바박! 이것이 늘 정해져 있는 순서다.
"철수야, 엄마 사진 찍게 이쪽으로 누워서 좀 해~"
"엄니가 이쪽으로 와서 찍어여~"
저 시키는대로 집사가 위치를 바꿔 뒷발질 제대로 함 찍어보렸더니 "엄니, 난 다 했는디유?" 맹~한 눈으로 올려다 본다. 에라이 시키들, 늘 그렇다. 잘 하던 짓도 멍석 깔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그 즉시로 그만 둔다.
그런데 이 녀석,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제 형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나타나서 슬그머니 쿠션에다 인사를 한다 "안냐세요~" 얌전하기도 하지!
그리고는 매우 소중한 걸 보듯 꿀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으로 한참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다가
"우쭈쭈, 귀한 것~" 하듯 얼굴로 쓰다듬어 준다. 이 때 집사에게 문득 깨달음이 온다. 이 녀석이 이 물건을 대하는 것처럼 자신도 집사에게서 그렇게 조심스럽게 섬세하게, 소중하게 다뤄지기를 원하리라는 것.
"엄니, 보셨쥬? 소중한 것은 이렇게 다루는 거에여~" 눈동자가 10시 10분을 가리키도록 황홀경에 빠졌으면서도
행동이 손톱만치도 과격해지지 않는다. 섬세한 표정과 손길로 포근포근 쿠션을 품어준다.
뭘? 야아도 발길질 하누만? 아니다. 저 표정 그대로 얼굴만 이리저리 문지르는 것이지 두 발은 제 몸 밑에 그대로 있다.
저 녀석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니 또다른 녀석이 "안녕?" 하니 저도 지체없이 "안냐세요~"
[제발 소중한 것은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
이렇게 섬세한 녀석을 집사는 만날천날 잡아서 "으아이~ 따이~" 소리를 지를 때까지 약 먹이고 귀청소 하고... 워낙에 싫어하니 제압을 할 수 밖에 없어 늘 강압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저런 성향인 녀석에게 얼마나 괴로울까 생각하니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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