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또 다시 동상이몽의 한 장면

한가하고 나른한 오전 시간,

침대 위에 누운 고양이

경철 고양이는 집구석이 하 넓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철수 고양이가 집사 발치에 엎어져 있는 모습이 넘 귀엽고 평화로운 느낌이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침대 아래로 보이는 하얀 고양이

그러다 얼핏 침대 아래로 허연 걸레 같은 것이 널부러져 있는 게 보인다. 내가 벗어놓은 바지인가? 아무튼 사진에 저따위 것이 찍히면 보기 싫다. 

몸을 반만 내놓고 집사를 올려다 보는 고양이

바지라면 입고 걸레라면 치우려고 내려다 보니 ㅎㅋㅋ! 어디 있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던 이 귀엽고 귀한 녀석이 뙇! 저 나름으로 저렇게 반쯤 몸을 가리고 안전을 확보한 다음 집사 동향을 다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다.

책상 위에서 먼산을 보는 고양이

집사가 드디어 저한테 관심을 보이니 당장에 뛰어 올라와 대놓고 애교를 부리지도 않고 츤데레~

누워서 동생 고양이를 보는 형 고양이

그러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하얀 솜뭉치가 돌아앉으니(돌아 앉자마자 제 눈 앞에 있던 전화기를 톡톡, 얼마나 세게 제대로 쳤는지 캣폴 앞에까지 나가 떨어지게 할 정도의 슈팅력을 선보였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아마도 엉덩이에 깔려 불편하게 만드는 전화기를 치울 생각으로 돌아앉았나 싶다)  눈을 마주친 철수 고양이가 "아르르~(놀자~)"한다. 하지만 경철이는 들리지 않고 경철이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철수는 모른다.

동생 고양이가 뛰어내리려 하자 긴장 하는 형 고양이

"앗, 경계경보!" 

놀자는 청을 못들은 척하고 경철 고양이가 뛰어내릴 자세를 취하니 철수는 순간적으로 공격이 들어오는 모양이라 느꼈는지 긴장을 하고 머리를 흔들며 몸을 뒤로 젖혀 방어자세를 취한다.

하나는 누워 있고 다른 하나는 걸어가는 고양이 형제

하지만 이 하얀 고양이는 그런 제 형에게는 일별도 하지않고 바닥으로 곧바로 뛰어 내린다.

"휴우~ 그럼 그렇지, 저 시키..." 실망과 안심을 동시에 느끼는 철수 고양이. 동상이몽이었다.

고양이 형제의 한 장면

우리끼리만 있을 때는 세상 성격 느긋한 철수 고양이는(병원 가면 개지롤 고양이) 그 새 스르르 잠에 빠지고 꼬리를 살랑거리며 멀어져 가는 경철 고양이,

사료통을 들여다보는 고양이

이렇게 즈들 식탁에 올라가 바닥을 보이는 사료통을 공격하고 있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니 어찌어찌 잘 만지면 먹을 수 있으리라 여겼던건지 손바닥을 보이며 톡톡 드리블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그 장면은 셔터에 엇박자가 나 놓치고 말았다 (요즘은 볼 만한 장면이 나오면 꼭 거기서 셔터 누르기를 한 박자 쉬게 된다. 우연한 엇박자가 아니라 내 속에 무엇인가가 그렇게 시키는 것 같은데 왜?)

건사료를 줏어먹으려는 고양이

아무튼 이 녀석 건사료가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사료통을 건드려보다 안 되니 바닥에 던져놓은 것이라도 줏어먹으려 하다가 (저렇게 흩어진 사료는 모두 경철 고양이 짓이다. 철수는 한 알도 안 흘리고 먹는다)

식탁에 올라간 고양이

점잖은 고양이가 바닥에 떨어진 사료를 줏어먹다니! 도저히 용납이 안 되던 모양인지 

식탁에서 내려오는 고양이

곧바로 몸을 돌려 내려오는 것으로 건사료 먹기를 포기한다. 밥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그 새 또 먹고 싶니, 똥꼬도 부었으니 절식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사는 새 사료를 부어주지 않는다.

고양이 형제의 식탁

하얀 고양이의 판단이 옳았다. 그릇도 거의 다 비었고 줏어 먹으려 해도 양이나 위치가 그리 적당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습사료를 먹는 고양이

그렇다고 이 먹보 고양이가 먹는 걸 포기하랴? 아까 먹다남긴 습사료를 마저 흡입하신다.

나른한 고양이

단지 고양이 형제의 짧은 동상이몽이 넘나 귀여워 주변머리로 이어진 사진을 15장이나 올린 주책스런 집사, 제 눈에 안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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