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어질기 짝이 없는 내 새끼 철수 고양이 - 내부 구충제 파나쿠어정 - 이것이 그 유명한 펜벤다졸이었어

경철 고양이의 귓병이 도져서 일주일치 약을 먹고 마지막 약을 먹은 날 저녁에도 스스로도 약간 미심쩍은듯 귀를 팔랑거리고 머리를 한 쪽으로 기울이고 하길래 오늘 아침에 다시 동물 약국에 전화를 해 의논을 하니 아직은 약을 바꾸지 말고 같은 약을 일주일치 더 써보자 하셔서 그러기로 하고 그러는 참에 내부 구충약도 함께 부탁 했더니

파나쿠어정 1정에 800원

이 약사님은 동물에게 자꾸만 존대말을 하실 정도로 예의가 바른 분이다. 한 알에 800원이면 두 마리 각각 4알 씩 8x800= 6400원 (귓병약과 퀵비용은 별도) - 가격은 왜 말하는고 하니 인터넷에서는 20정 한 통에 25000원에 판매하고 있어서다. 그러니까 한 정에 1250원이고 병원에서 사면 더더욱 비싸다지?

구충제는 다른 약을 먹고 있다면 그것을 다 먹고 3일 정도 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약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셔서 물에 타 먹이라는 말씀에 가루약인가 했더니 

파나쿠어정 - 펜벤다졸

막상 받아보니 얼마 전에 암을 고친다 어쩐다 하여 품절대란이 나고 약값이 몇 십 배인지 몇 백 배인지 뛰었다는 바로 그 펜벤다졸이 100% 주성분인 파나쿠어정이었다. 파나쿠어는 캣맘들 사이에 무맛무취하고 임신묘에게도 해가 없고 메가도스를 해도 해가 없는 약으로 유명하다. 예전에 가루약으로 파나쿠어산이었던 것이 요즘은 옴니쿠어산으로 바뀌었고 파나쿠어정은 이름을 바꾸지 않고 계속 생산하는 모양이다(오스트리아가 원산지다)

 

그런데 말이다, 약사님은 8kg가량이니 한꺼번에 4알을 먹이라고 하시는데 용법을 찾아보니

Panacur 250 mg is a broad spectrum worming treatment for small dogs and cats but is also suitable for puppies and kittens. Panacur is a 3-day worming treatment whereby 1 tablet per 5 kg of body weight will be administered. The active substance in Panacur 250 mg is Fenbendazole. 1 tablet contains 250 mg Fenbendazole. The tablets can be administered directly in the mouth, crumbled in the feed or in the feed after dissolving in water.

몸무게 5kg에 250mg 한 알씩 계산해서 먹이되 이것을 사흘 동안 계속 하라고 적혀있다, 우짜지? 우리아이들의 경우라면 하루에 1과1/2 ~2 정씩 사흘 동안 먹여야 한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최대 용량 하루 두 알, 총 6알이어야 하는디... 약사님 말씀대로 이리 해도 되는건가... ㅜ.ㅜ

파나쿠어정 250mg의 크기

크기가 너무한다! 한 알에 250mg라고는 하지만 막상 꺼내 보니 크기가 거의 500mg짜리 캡슐과 맞먹어 빻아서 캡슐에 넣는다 해도 3개 이하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크기이다 (저 위에 경철 귀약이 500mg짜리 캡슐인데 사진상으로 훨씬 작게 찍혔지만 완전히 똑같은 크기이다) 

 

할 수 없다, 철수 고양이의 성격을 봤을 때 빻고 캡슐에 넣고 지롤하는 것보다 걍 하나씩 삼키게 하는 것이 훨씬 인간에게 일이 적을 것 같아서 (경철 고양이는 귀약을 일주일 더 먹어야 하니 열흘 후에나 먹일 작정을 하고) 저리 츄르와 함께 준비 해와서 경철 먼저 처리하고 철수 끌어안고 하나아~ 두울~ 해가면서 네 개를 한 자리에서 다 먹이는데 발버둥 한 번 안 친다. 

구충제를 먹고 캣폴에 올라간 고양이

무슨 넘의 고양이가 이렇게나 어질다냐... 물론 맛이야 아무 자극이 없고 게다가 좋아하는 츄르를 잔뜩 묻혔으니 나쁠 리는 없겠지만 억지로 막대기를 4개 씩이나 순서대로 밀어넣는데... 너무 착하고 무던해서 가슴이 아린다.

 

다음부터는 아예 통으로 사서 용법에 적힌대로 사흘 구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꺼번에 두 알과 네 알은 천지 차이니까... 미안하다 내 고양이...

약을 먹고 등 돌리고 앉은 고양이

귀약 겨우 한 알 삼킨 넘은 오만상 기분이 상해서 부엌으로 나가는 복도 의자 밑에 이렇게 등 돌리고 앉아있다. 이 녀석은 귀약이 끝나면 구충제는 한 번에 두 알씩 아침 저녁으로 먹이든가 이틀에 걸쳐서 먹이든가 해야 할 것이다. 네 알을 한꺼번에 시도 했다가는 집사 손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고 아이 마음도 만신창이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세상 둘도 없이 예쁜 내고양이
[세상 둘도 없이 예쁜 내고양이]

엉덩이를 찍고 앞으로 돌아가 얼굴을 찍으니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이다. "왜 또 여기 나타난거야?" 하는 것일터이다. 미안타, 그런데 저녁에 또 약 먹어야 헌다...

 

그리고 파나쿠어(펜벤다졸)에 대해 읽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가 있는데 이것이 사람의 암을 고친다는 것은 유언비어일 수 밖에 없지만 개 고양이의 암 치료에 일정량, 일정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는 글을 발견 한 것이다. 만일을 대비하여 읽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링크를 옮긴다. 이 글에는펜벤다졸 이 외에 여러가지 다른 약들도 함께 쓰이고 있으니 참고 하셔도 적당히 걸러서 읽으셔도 어쨌든 도움은 될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만일 내 아이가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무엇이라도, 무슨 짓이라도 해보고 싶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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