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침대 아래에는 언제나 싱싱한 노루궁뎅이 버섯이 있다.
얼마나 탐스럽고 먹음직스럽게 생겼지만 실상은 집사한테 단단히 삐친 것이다. 눈 뜨고 밥만 먹으면 껴안고 막대기 만한 캡슐을 두 개씩이나 밀어넣으니 왜인지도 모르고 당하는 저로서는 정말이지 할 짓이 아닌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여도 시근이 너무나 멀쩡해서 약 같은 것 먹을 일 절대로 없다고 판단 되는 시각에는 캣폴에 올라가 밤 풍경을 하염없이 내다보기도 한다.
사진 찍는 기색에 돌아보는 고양이의 표정이 어찌 저리 쓸쓸해 보이는지... 집사의 죄책감이 아이의 표정에 반영 된 것이겠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밥을 먹고 곧장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양쪽의 바구니와 바구니가 붙어있어 아이가 보이지 않는데 하나를 한 쪽으로 밀치니 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포착 된 것이다.
"왜 또?"
"야, 너 벌써 약 다 먹었어~ 안 숨어 있어도 돼"
"와하핫, 개가 웃을 거짓말을 하고 자빠졌네!"
"가만, 내가 진짜 약 먹었나? 그람 인제 나가도 되나?" 진짜로 밥 먹고 돌아서는 넘을 곧장 붙잡아 약을 먹였는데 정작 본묘는 며칠이나 그러고 있음에도 아직 헛갈리는 모양이다.
"아이다, 나가면 또 당한다!"
표정 봐라, 집사가 무슨 말을 해도 절대로 안 믿겠다는 느낌적인 느낌.
와중에 어찌 이리도 한 점 나무랄 데 없이 예쁘고 말갛게 생겼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제 눈에 안경이라고 누가 욕 해도 상관 1도 없음 ㅋㅎㅎ!
하지만 집사가 더 이상 저한테 관심 없는 척 자리를 피하자 거의 곧바로 연출 된 장면이다.
한참을 흘린 것까지 알뜰하게 챙겨가며 맛있게 드시다가 (다행히 어제 LID 토끼 파우치가 도착했다)
오랜만에 창밖이나 내다 볼까, 하고 올려다 보니 망할 눔의 집사가 덥다고 창문을 다 닫아놨다.
그람 또 할 일은 하나밖에 없지...
다시 좀 전에 떠났던 밥상 앞으로 가서 몇 입 드시고는
아닌 게 아니라 이 상황이 저로서도 살째기 민망 했던지 집사를 힐끗 쳐다본다. 그래 먹어라~ 집사 눈에는 하는 짓이 하도 귀여워 그러는 것이지 네 먹성을 나무라서 그러는 게 아니니 눈치 볼 필요 1도 없다. 시실 저 끝 없는 먹성이 아니었으면 귓병이나 강제 투약이니 등의 스트레스를 이 작고 소심한 넘이 어떻게 견디고 살아내겠니... 그러고 보니 집사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다. 빨리 여름이 지나고 저 포근포근 말랑말랑한 넘이 내 팔을 베고 잠 자는 날이 오는 것이다. 그 겨울에는 귓병이니 알러지니 모다 남에 이야기가 돼 있기를 더욱 더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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