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부터 평범하고 여여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나날이 깨달아간다는 말을 언젠가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요즘도 여전히 그렇다 - 어제보다 더 나쁘지만 않으면, 아직 내 힘으로 뭔가를 해 볼 수 있다면 그것이 그저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나날이다.
어제 글의 마지막 사진이 철수가 넥카라를 한 모습이었는데([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짠해서 미안하고 미안해서 짠한 고양이 형제) 이유는, 배는 물론이고 귀 뒷부분의 털과 눈 위를 뒷발로 긁어 저 모양으로 만들어 놨기 때문에 적어도 일주일쯤은 넥카라를 채우고 관리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넥카라를 한지 몇 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풀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색이 대장 고양이란 넘이 넥카라 때문에 화장실 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었다. 만일 내가 우연히 그 모습을 보지않았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경철이는 수술 후 마취에서 덜 풀린 상태로 넥카라를 하고도 잘만 들어가던디 저 멀쩡한 넘이 왜 저리 멍청 하다냐...)
그렇잖아도 요즘 들어 두 녀석 모두 감자 생산량이 하나씩 줄어 그마저도 노심초사 중인데 소변 마려울 때 넥카라 때문에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그 길로 당장 풀어줬다. 긁거나 말거나 오줌 똥은 맘대로 싸야재...
이 장면은 아무 의미 없다. 쥐돌이 물고 뜯고 놀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찍힌 뒷다리가 탐색기 섬네일에서 보니 하도 귀여워 올리는 것.
[토끼똥 색깔을 한 생식본능 lid 토끼 키블 - 이 아이들에게는 기호성이 나쁘지 않다]
넥카라 대신 집사는 여태껏 한 번도 시도했던 적이 없는 것을 해보기로 했다. 생식본능 LID 토끼 키블만 먹이기 - 그렇잖아도 감자 생산량이 줄어서 건식만 먹이는 것이 걱정이 되지만 무엇이 됐든 일단 점점 더 심해지는 피부 상태부터 잡아야 할 것 같아서 일체의 다른 음식을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밥그릇이 이렇게 넓은 것은 한꺼번에 많이 삼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철수에게 한 때 만성구토가 있었는데 그 때 터득한 방법 중 하나로 좁은 그릇에 주면 한꺼번에 많이 삼키기 쉽기 때문에 구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의심스럽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어서
1. 집구석 소독하는 락스 성분을 아이들이 밟고 다니고 그 발로 몸을 긁기 때문인가
2. 레오나르도 사료도 인공 첨가물이 없다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이 있을 수 있는 것인가
3. 오래 써 온 치약의 성분이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는가
4. 집구석에 있는 곰팡이는 말 할 것도 없고 -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포자'란 것은 날아다니므로
그래서 청소도 이제는 소독 성분 없이 물걸레로만, 그리고 레오나르도 사료도 배제, 양치질도 당분간 쉬기(대신 잇몸 건강을 지키는 베타시토스테롤 β-sitosterol 의 이상적인 유형이라 하는 모듀케어 잘 챙겨 먹이기)
다른 것 하나도 안 주고 LID키블에 유산균을 조물조물 섞어 놓아주니 몇 번이나 들여다보고 돌아서기를 반복 하더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드디어 먹기 시작한다. 유산균은 좋은 효과를 보이길래 일단 2배 정도로 증량 하기로 했다.
경철군은 또 약 때문에 침대 아래에? 이건 집사 때문이 아니고 즈 형이 심술을 부려 쫓겨 들어간 것이다.
이 녀석에게도 약 안 주겠다고 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인다. 괜히 약 먹인다고 쩔쩔 매며 미리 쓰다듬어 주고 달래고 하며 시간을 끌었던 것이 오히려 아이의 긴장감을 올렸던 모양으로 무심한듯 지나가다가 입 쓰윽 열고 약 밀어넣고 아무 일 없었다는듯 자리를 떠나는 작전이 이틀 연속 먹혀 들었기 때문에 계속 그러기로 한 것이다. 특히 유산균은 귀지를 줄이는데 큰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도저히 양보가 어려워서였다.
습식을 평생 주식으로 먹어온 아이들이라 갑자기 간식 같은 건사료만 먹이니 밥을 굶긴다고 생각하는지 종일 앵앵거리며 따라다닌다. LID습사료를 사는데 실패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가 다른 곳에 다시 주문을 넣으면서 메모를 남겼다, 제발이지 없으면 빨리 없다고 하라고. 그래야 애들 오래 굶지 않게 다른 곳에 주문할 수 있다고.
하지만 며칠 정도는 건사료만으로 버티며 상태를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수분보충 문제만 해결 된다면 말이다. (강제급수는 생각지 않는다, 서로에게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기괴한 모습으로 잠 든 경철 고양이 - 약 때문에 침대 밑으로 숨어들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리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어제 오후부터 lid 키블만 먹였는데 오늘 당장 긁기와 그루밍이 줄어든 느낌이 든다.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니 좀 더 두고 볼 것을 다짐 하면서 가진 것 없는 우리 세 식구 다른 특별한 행복, 즐거움 따위 애초에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평범히 먹고 싸는 여여한 일상을 살게 되면 감사에 또 감사할 뿐이라고 순간순간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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