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리고 오늘, 어쩌면 그저께부터인가 경철 고양이의 기분이 대단히 언짢아 보인다. 어릴 때를 제외하고는 원래 에너지 넘치게 설치고 뛰어다니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괜히 뭔가 쎄에~한 느낌이 들더니 어제 영양제를 억지로 먹인 이 후로 완전히 우울증에 걸린 아이처럼 행동한다. 그러니까 고양이다운 움직임이 전무하다시피 한것이다.
내가 방을 나설 때는 분명히 이러고 있었는데
돌아오니 철수 고양이가 경철이가 있던 그 자리에 있고
경철 고양이는 찾아보니 침대 아래에 이렇게 옹송그리고 무엇 대단히 무서운 것을 피하는 것 같은 자세를 하고 있다가
집사와 눈이 마주치니
얼른 고개를 돌려버린다. 집사가 영양제를 준비해서 돌아온 것을 안 것이다. 게다가 바닥에 흩어진 하얀 털을 보니 철수가 그 사이 한 판 제대로 뜬 모양인데 이 또한 경철이 자꾸만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니 철수는 동물의 본능으로 약한 것을 자꾸만 공격하게 되는 것 아닌가 싶은 것이어서 마냥 철수 고양이만 나무랄 수만도 없는 일이다.
이것은 다른 날인데 철수가 노리는 것은
역시나 잔뜩 겁에 질려 바구니 동굴로 숨어든 제 동생이다. 이 때도 역시 집사가 영양제를 먹이려던 참이었다.
내 일상이나 기분이 그래서일까, 이 고양이에게 영양제란 약 주고 병 주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딱 일 년 전부터 병원약 먹이기부터 시작해 지금의 영양제들까지, 다른 고양이나 사람들 같으면 체념하고 받아들이기도 하련만(철수는 그런 것 같다) 이 고양이는 내가 낳았는지 나처럼 스트레스를 차곡차곡 쌓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영양제고 나발이고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못 하는 법인데 아이의 동의도 없이 위한답시고 아침 저녁으로 이 짓을 계속 해도 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 해보게 된다.
아무튼 당분간은 저 좋다는 것 먹고 저 싫다는 것 안 먹고 그렇게 지내보는 것이 맞는 선택일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과연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들에게 최선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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