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관점에서 본 사이 나쁜 고양이 형제의 진실

그저께  고양이 코에 관한 꼭지를 쓰면서 코를 가까이 찍은 모습이 필요했는데 앨범에서 찾아내 자르면 얼마든지 쓸 만한 사진이 많았지만

마침 경철 고양이가 바로 코 앞에 있어 사진을 찍었다

마침 경철 고양이가 바로 코 앞에 있어 기왕지사 움직일 필요 없이 바로 찍을 수 있는 모습이라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며 몇 장의 귀여운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그래서 위의 장면을 잘라서 경철 고양이의 코 사진으로 썼고,

집사 관점에서 본 사이 나쁜 고양이 형제의 진실

철수는 마침 바닥에 있길래 "철수야 이리 와~" 해서 불러 올렸더니(철수는 개다! - 말 다 알아듣고 시키는 거 거의 다 한다. 다만 밤에 잘 때 '철수야, 불 좀 꺼'는 절대로 못 알아 듣는 척한다. ㅋㅋ)


문제는 여기서 멋모르고 마주친 두 녀석의 시선이다. 눈빛만 보면 어느 녀석이 더 나쁜 넘인지 전혀 분간이 안 가지만 9년 동안 이 녀석들과 살아온 집사의 눈에는 철수는 집사가 불러서 뛰어올랐을 뿐, 올라오니 "어, 너 여기 있었네?" 이고 경철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아이이니 갑자기 불쑥 나타난 형에게 놀라 "이 시키, 내게 왜 또?" 하는 것이다.

고양이 형제

사실 더 나쁜 넘은 없다 - 어릴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멀어지더니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본격적으로 사이가 나빠졌다. 

서로를 그루밍 하는 고양이 형제

이유는, 철수는 정과 에너지가 넘쳐 스킨십도 많이 필요하고 에너지 방출도 많이 필요한 아이이고 경철은 소심 하면서도 조용히 제 시간을 갖기 좋아하기 때문에 경철에게는 형이 늘 좀 질척대거나 난폭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어릴 때도 경철은 제 마음이 동하면 스스로 찾아가서 형과 스킨십을 나누곤 했지만,

가차없이 솜방망이를 날리는 동생 고양이

제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형이 곁에만 가도 위 그림처럼 가차없이 솜방망이를 날리는 아이여서 서로의 맞지 않는 에너지와 감성이 세월과 함께 오해로 굳어져 이제 눈만 마주치면 서로 도끼눈을 뜨는 사이가 돼 버린 것이다. (많은 부부들의 이혼사유가 "성격차이"이니 만큼)

사이가 나쁜 고양이 형제

그래도 철수에게는 아직도 미련이 많아(분위기 파악 잘 못하는 타입) 이 장면에서도 경철은 제 형을 보자마자 부리나케 도망을 가고 철수는 그루밍이라도 한 번 하려고 입으로 덥썩 제 동생 엉덩이를 물어서 붙잡는 중인데,

달아나는 동생을 보는 형 고양이

이 장면만 보면 철수가 쫓은 것 같지만 

고양이 메롱

아직도 애정 표현에의 미련이 많음을 저 혀와 표정이 말 해준다.

허전한 눈빛의 고양이

동생은 제 맘을 몰라주고 결국 저 멀리로 토껴버리고 허망, 허전한 표정의 철수만 카메라 앞에 남았다. 이 틈에 집사는 "쩔쭈, 쩔쭈~" 하며 얼굴 사진을 몇 장 건졌지만 그 사이에 냉정한 동생 때문에 울분이 차오른 녀석은

동생 고양이를 노려보는 형 고양이

결국 제 동생이 피신한 바구니까지 쫓아가 다시 도망간 동생을 "니 오늘 함 죽어봐라!" 표정으로 노리고 있다. 


그리고 이 녀석들이 멀어지게 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 이 집으로 오면서 순전히 이 집의 습기와 곰팡이 때문에 겨울에 난방을 조금씩 시작했는데 (Wien 시절에는 바닥에 난방이 되는 집이 없었고 심지어 라디에이터마저 없는 장작 때는 집에 살기도 했기 때문에 나는 겨울에도 공기가 따뜻한 걸 잘 못 견뎌 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 옷을 많이 입는다) 집구석이 따뜻해지니 겨울에도 이 녀석들이 서로 붙어 있을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 것도 둘 사이가 멀어지는데 한 몫을 한 것이다 - 그래서 전문가들은 무릎냥이를 얻고 싶으면 겨울에 집을 춥게 하라,고 조언을 하기도 한다.


며칠 전의 글에([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거리) 달린 악플이라고 표현 할 수 밖에 없는 댓글을 보고 "맞아, 언제부터 이 아이들이 놀이가 아닌 싸움을 하게 됐을까?",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새삼 되짚어보니 이런 사연이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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