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꼬리는 일 년에 하나씩 늘어난다

헤어볼의 계절이라 철수 고양이가 밤 사이에 해먹으로부터 아래를 향해 구토를 해놓은 바람에 (털이 많이 나온 구토라 헤어볼이라 판단은 하지만 건강 또는 영양제에 대한 의심은 거두어지지 않는 불안한 상태다) 캣폴의 거의 맨 아랫칸 발판이 오염 됐다.

새 발판에서 그루밍 하는 고양이[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가치 있게 느끼게 해줘 매일 무너지려는 내 자존감을 매일 새롭게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원체 그 칸에는 두 녀석 모두 거의 전혀 올라가지 않아 카페트만 따로 떼내 세탁, 말리는 동안 맨바닥으로 그냥둘까 하다가 이 전에 짜다가 끈이 모자라 방치하고 있던 가늘은 지끈으로 된 미완성 바구니를 다시 적당히 풀어 발판 사이즈에 맞게 끼웠더니, 역시나! 이 전에도 내가 짜 준 지끈 발판, 해먹에만 들어가는 것을 보고 원래 딸려온 발판이 마음에 안 드는구나,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그랬던 모양이다. 나사를 돌려 집사가 짠 발판을 고정 시키자마자 철수 고양이가 냉큼 올라가 그루밍을 시전 하신다.

밖에서 새소리가 나자 훌쩍 한 칸 뛰어오른 대장 고양이

그러다 밖에서 새소리가 나자 훌쩍 한 칸 뛰어올라 (오른쪽 캣타워에는 경철이 자고 있음을 주목)

창 밖의 새들도 어차피 그림의 떡이라는 걸 다 알 만큼 나이가 든 고양이

창 밖을 잠시 내다보다가 - 이제는 창 밖의 새들도 어차피 그림의 떡이라는 걸 다 알 만큼 나이가 든 고양이 (이것이 제목을 '고양이 꼬리는 일 년에 하나씩 늘어난다'로 잡은 첫 번째 이유이다)

전가 공격 하는 고양이

창 밖에서 약을 올리는 새 대신에 잘 자고 있는 제 동생을 사냥 하기로 재빨리 마음을 바꿔 먹었다. (이런 것을 전가공격이라 한다)

자다가 느닷없는 형의 출현에 깜짝 놀란 경철 고양이

이건 정말로 아닌 밤 중에 홍두깨가 따로 없다. 자다가 느닷없는 형의 공격에 깜짝 놀란 경철 고양이, 엉덩이를 조금만 더 뒤로 빼면 바닥에 나뒹굴게 생겼다. 하지만 집사가 그 꼴까지는 보고 있지 않는다. "쩔쭈야~ 츄르 먹자아~" - 언제나 말 하듯 철수는 말을 다 알아듣기 때문에 냉큼 따라온다.

츄르 덕분에 바닥으로 엉덩방아 찧는 사고를 면한 하얀 고양이

그 잘 난 츄르 덕분에 바닥으로 엉덩방아 찧는 사고를 면한 하얀 고양이, 사실 들리지 않으니 제 형이 왜 갑자기 물러섰는지 알지는 못한다.

한 숨 돌린 하얀 고양이

어쨌건 한 숨 돌린 건 사실이다.

싸우는 고양이 형제

그런데 그것도 잠시, 

고양이 꼬리가 일 년에 하나씩 늘어나는 두 번째 이유

고양이 꼬리가 일 년에 하나씩 늘어나는 두 번째 이유가 이 장면이다. 츄르 먹는 동안 내내 제 동생 쪽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하더니 다 처드시고 아까 하던 일로 얄짤없이 컴백. 아이고야, 내 살다살다 브레이크 타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까 하던 일에 다시 덤비는 고양이는 처음 본다. 그리하여 이번에야말로 경철고양이가 바닥으로 엉덩방아를 찧게 생겼고 집사가 손 쓸 사이도 없겠다고 느끼는 순간,

이 하얀 고양이의 꼬리도 아홉 개

찬만 다행히도 이 하얀 고양이의 꼬리도 아홉 개다, 즈들 타워니 폴이니의 구조를 일부러 돌아보지 않아도 훤히 꽤고 있어 엉덩방아를 찧기 직전에 재빨리 몸을 돌려 캣폴의 발판으로 무사히 안착한다.

형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생전 처음 들어간 바구니가 낯설었는지 냄새를 킁킁 맡는 하얀 고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덤비는 형을 피해 숨은 곳은 캣폴과 캣타워 사이에 끼워진 평생 한 번도 안 들어가 본 바구니 속. 형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생전 처음 들어간 바구니가 낯설었는지 냄새를 킁킁 맡는다. 본능과 현재에 완전 충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은 깨달은 대장 고양이는 전가공격에 실패하고 몸져 누웠다?

이제 동생이 숨은 바구니와 대장 고양이 사이에는 집사가 있다. 그리고 대장 고양이는 전가공격에 실패하고 몸져 누웠다? - 그건 아니고 일 년에 하나씩 꼬리를 더 달아온 덕분에 이 집구석에서는 집사가 절대 권력자라는 것을 두 고양이 모두 잘 알고 있어서 이제 그만 포기해야 할 때라는 걸 직감한 것이다. 그래서 싸움 중에도 집사가 본격적으로 둘 사이를 가로 막고 앉으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이 난다. 이렇게 고양이들은 한 해에 하나씩 제 꼬리 수를 늘려가고 있다.

경철 고양이도 어제 제 형에게 쫓기다가 집사가 짠 바닥을 발견하고 새겨 두었던지 오늘은 자주, 그리고 오래 여기에 자리잡고 앉아 집사를 마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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