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아침이었다. 철수 고양이는 워낙에 조금 밖에 먹지 않아 이미 식사를 마쳤고
경철 고양이는 먹신답게 제 그릇 비우고 형이 남긴 것까지 싹쓸이 하는 중이었다. 철수 고양이는 이제 식사가 끝난듯 보이니 놀아줘야짐~?
나이 때문인지 철수 고양이는 작년부터 놀이만 시작하면 정리가 됐건 안 됐건 상관없이 침대 위로 뛰어 올라가는데 아무래도 점프와 착지 때 침대 위가 덜 부대껴 그런 모양이라 짐작한다. 그런데, 그렇게 놀아주다가 사고가 생기고 말았다.
이쪽저쪽 장난감로 매트리스며 이불이며를 탁탁 소리나게 치면 철수가 휙휙 날아다니며 잡는 그런 게임인데 어쩌다 방향조절에 실패 해 정말로 처음으로 철수 등짝을 낚시대로 철썩! 때려버린 것...
[얼마나 놀랐을까 침대 아래를 들여다 보니 외면하는 철수 고양이]
기절 할듯이 놀란 고양이, 침대 밑으로 숨어버렸다. 이럴 때 집사가 호들갑 떨며 미안해, 미안해라고 덤비면 아이는 더 놀라기 때문에 나 또한 가슴이 철렁 하도록 놀랐지만 정작 아무렇지도 않은듯 고개 돌린 녀석에게 아무 말 없이 늘 하던대로 이 녀석 사진 찍고
그 사이 식사를 마치시고 그루밍 하는 저 녀석 사진 찍고, 실수였다 설명울 할 수도 없고 얼마나 미안하고 또 미안 하던지, 이런 실수 해 보신 분들은 이해 하시지 싶으다...
아직 화 나고 놀란 마음이 덜 가라앉은 표정이지만 외면은 하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영양제니 약이니 스트레스가 많은 녀석인데 미안하다, 진짜로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울 엄니 돌아가셨을 때 집사가 유령처럼 굴어 스트레스성 방광염에 걸릴 정도로 예민한 아이인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하지만 너무나 고맙고 다행스럽다. 집사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금새 이해 했는지 다시 뛰어올라와
역시 그 장난감을 가지고 날아다니는 쪽으로 눈을 주면서
사냥을 해 핥핥 잘 놀아준다.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서 세상사 저절로 이해 되어지는 부분이 많은 모양이다.
그 사이 그루밍을 마친 하얀 고양이 "이제 함 놀아볼까?" 하듯이 스크래칭을 시작한다 - 이럴 때 다른 고양이 같으면(철수)대개는 놀자는 뜻이지만 경철 고양이는 좀 다르다.
배부르게 식사 하시고 그루밍도 했으니 포근한 곳에서 아침잠을 청하려는 것이다. 아, 그런데 하필 형이 그 위에서 놀고 있었던 건 몰랐던 모양이다. 제 형이 돌아보니 짐짓 "왜 뭐?!" 도발하는 눈빛을 되쏜다.
하지만 철수 고양이는 아무 생각 없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지만 집사는 이 두 고양이가 어떤 형태로든 한 프레임에 같이 잡히는 것을 진짜로 좋아한다.
그래서 두 녀석 모두 눈만 떴다 감았다 거의 미동도 않는 장면을 수십 장 그림으로 만든다.
게 형과 눈빛만 마주치면 즉각 경계태세에 들어가는 경철 고양이도 철수가 졸기 시작하니 안심한듯 잠을 청한다.
이렇게 우리의 아침은 좀 어수선하고 가슴 철렁한 일도 있었지만 평화롭게 마무리 되었다. 아무튼, 역동적으로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이런 사고 생기지 않고 조금은 속도조절을 해가며 조심스럽게 놀아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는 계기가 됐다. 미안하다 내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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