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과 호기심 사이 - 외집사라 미안해

철수 고양이가 환장하는 쥐돌이, 그저께 망가뜨린 건 이미 쓰레기통으로 갔고 다른 놈을 꺼내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내놔라" "싫타, 내 꺼다", 옥신각신 놀고 있는데

저어 멀리 보이는 허연 그림자 하나, 철수 고양이도 집사와 같은 것을 느꼈는지 일시 정지!

문득 집사 눈에 띈 저어 멀리 허연 그림자 하나, 철수 고양이도 집사와 같은 것을 느꼈는지 눈을 땡그랗게 뜨고 귀로 뒷쪽으로 열며 일시 정지!

멀리 앉아 집사와 제 형이 노는 모습을 내다보는 하얀 고양이

하아, 마음 아픈 내 시키...

철수 고양이와 집사가 밀고 당기고 뺏고 뺏기고 하는 동안 이 하얀 고양이는 내내 이러고 있었던 것이다

철수 고양이와 집사가 밀고 당기고 뺏고 뺏기고 하는 동안 이 하얀 고양이는 내내 이러고 있었던 것이다. 궁금해 죽겠기는 한데

호기심이 가득한 고양이의 눈빛

감히 끼어들 엄두는 못 내겠고 "너거끼리 뭐 하는데...?"

몹시 궁금한 듯 이쪽을 바라보는 고양이

"그거 나도 궁금하고 갖고 놀고잡다..."

경철 고양이의 눈빛이 변한 이유

그렇게 내내 고개를 주억대며 내다보던 경철 고양이의 눈빛이 이 장면에서 변한 것은

철수 고양이가 쥐돌이를 물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철수 고양이가 쥐돌이를 물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 형에게 만큼은 부러워 하는 약한 눈빛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집사와 제 형이 놀던 자리에 무엇이 있을까 내다보며 앉어있는 고양이

"저 시키가 물고 가뿌맀나...." 아직도 집사와 제 형이 놀던 자리에 무엇이 있을까 내다보며 앉았지만 이 고양이는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것을.

내다보던 자세 그대로 망부석처럼 앉아있는 고양이

차마 그 장난감 나도 갖고 싶다며 덤비지도 못하고 내다보던 자세 그대로 망부석처럼 앉아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고양이

형 고양이는 집사가 제 동생에게 신경 쓰는 사이 제대로 물 만났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다. 제 동생도 그 장난감이 궁금하고 집사하고 뛰어놀고 싶다는 것 따위는 out of 안중이다.

한참만에 돌아보는 저고양이 눈빛에 원망과 부러움이 한 가득이다

한참만에 돌아보는 저 눈빛에 원망과 부러움이 한 가득이다 - 집사 마음은 찢어진다. 동병상련이랄까, 나도 우리집에 철수 같은 명랑(?) 고양이 아니, 사람이 하나 있어 감히 나서지도 못하고 관심에서 소외되는 아픔을 뼈저리게 겪으며 자랐으니까...

장난감 냄새를 맡아보는 고양이

처음부터 챙기지 않으면 나중이란 없다. 미리 챙기지 못한 미안함에 혀 짧은 소리로 "경쩌라~" 하니 냄새를 흠흠 맡아보고는

혀를 내밀며 장난감을 외면하는 고양이

"붸에~ 더럽다. 저 시키가 침 다 발라 놓은 거 나는 안 갖고 놀란다" 혀를 내밀며 외면한다. 이러니 이 녀석이 한 번씩 지나가는 제 형 머리를 빡! 소리가 나도록 갈기는 것도 나무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집사도 어릴 때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는 개지롤을 떨곤 했으니까 (나중에는 개지롤을 떨지 않으면 통하지도 않았음 ㅎ;;)

이 소심 고양이도 어릴 때는 명랑했다[이 소심 고양이도 아기 때는 천방지축 설쳐댈 때가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소심과 호기심 사이에서 소심이 득세하는 고양이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럴 때(만) 집사는 절실히 느낀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집사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도 이 가슴 아픈 소심쟁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도 됐을텐데 말이다. 외집사라 미안타,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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