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는 평생을 두고 매일 아침 6시면 집사를 고로롱거리며 치대는 것으로 깨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시각에 집사가 일어난다는 건 턱도 없는 일이다. 나는 아침 시간에 가장 달게 자는 유형이라 이불을 완전히 뒤집어 쓰고 10분이라도 더 자려고 노력한다. 철수도 이불 속으로 집사 머리카락까지 다 숨겨지면 이내 포기하고 저대로 할 일을 하러간다.
하지만 7시 33분. (대개 거의 정확하게 7시 30분에 2차 행동에 들어간다) 창으로 햇빛도 눈부시게 들어오고 이제 슬슬 진지하게 집사를 깨워야 할 시간이라고 판단한 철수 고양이, 집사에게 잠시 기대 앉았다가
기대앉은 엉덩이를 슬슬 두드려 주니 때가 됐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집사 몸 위에 거꾸로 올라가 앉아버린다. 저 꼬리가 어디로 향해 있을지는 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 (경철이는 절대로 내 몸 위에 앉지 않는다. 꾹꾹 밟거나 점프해 뛰어내리기는 하지만)
같은 시각 경철 고양이는 저 잤던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목만 내밀고 제 형 하는 짓을 보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꼬리로 집사 입을 탁탁 치며 몸 위에 앉았던 고양이 몸을 반쯤 돌려 하품을 신호로 슬슬 본격적인 행동 개시를 한다.
바로 이것이다. 집사 얼굴에 꾹꾹이 하기! "아야~"하며 얼굴 돌리는 집사 모습이 보이시는게...?
고로롱송을 부르는 표정 치고는 엄청 무뚝뚝해 보이지만 꾹꾹이는 고양이들에게 대단히 진지한 사업이라 어쩔 수 없다 치고.
하고 있던 머플러를 끌어올려(나는 한여름 빼고는 24시간 머플러를 하지 않으면 오한을 느껴, 잘 때도 머플러는 필수다) 얼굴을 가려도 소용없다. 꾹꾹이는 자고로 사람 맨살에다 해야 제 맛이니라! 아무리 그렇더라도 집사 얼굴에다 하는 건 누가 가르쳐주더냐?
이것이 최대한 팔을 뻗어 전체적인 장면을 잡을 것이다. 이렇게 집사 가슴 위에 철푸덕 엎드려 손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앉아서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아파 그나마 다행이다. 앉은 자세의 꾹꾹이는 고양이의 몸무게까지 실리기 때문에 가히 고문 수준이니까.
밑에 깔린 집사 죽어나는 줄 모르고 꾹꾹이 삼매에 빠져계시는 우리집 장남 고양이. 이럴 때 이 꾹꾹이 지옥을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철수야, 밥 먹자~"밖에 없다.
9시 14분, 아침밥을 드시고 궁디팡팡까지 충분히 받은 고양이의 모습이다. "내가 언제 고로롱송 부르며 꾹꾹이 했어?"
"머 저런 기이 다 있노..."
이상, 오늘 아침 진지한 표정으로 집사 얼굴 짓뭉개는 고얌미의 따끈따끈한 장면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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