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이가 갈리는 존재

우리집 고양이 형제는 집사가 세탁실이나 화장실로 사라져 좀 시간을 끌면 늘 그 문 앞에 와 나란히 기다리고 있어 그 모습이 늘 애틋하고 미안하고 고마운데 특히 경철 고양이는 귀가 들리지 않는 관계로 가끔 오류가 생겨 집사는 화장실에 갔는데 엉뚱하게 세탁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 날도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니 철수 고양이는 "왜 그렇게 오래 있었어!?" 하듯 빽빽대며 따라다니는데 경철이가 안 보인다? 침대 아래에도 없고 의자 아래에도 캣폴 위에도 없다. 그렇다면?

집사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고양이[엄니가 왜 그 쪽에서 나와? - 제가 생각했던 방향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집사가 나타나니 눈이 동그래지는 귀여운 우리 경쩌리~~^^]

세탁실로 나가는 문이 있는 작은 방 좌탁 아래의 종이상자 안에 앉아계신다. 평소에는 문 앞에 딱 붙어 기다리고 있지만 약 먹을 시간이 가까워 무섭기는 하지만 집사가 안 보이면 보고 싶고... 그래서 나름 꾀를 내 정리하지 않은 빨래가 잔뜩 쌓이고 늘어져 아늑해 보이는 좌탁 아래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좌탁 위에 빨래를 쌓아놓고 치우지 않기 시작하고부터  경철이 새로 개발해 낸 아지트다)

표정이 급격하게 변하는 고양이

하지만 반가운 것도 잠시, 표정이 급격하게 변한다. 제 생각에 집사는 찾았으니 됐고 이제 남은 것은 약 먹을 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품을 시작하는 고양이

그러다 뜬금 없이 한 동작을 보여주시는데 -

하품 중인 고양이

아~

고양이의 하품은 천하태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약 먹기에 대한 불안함을 잠 재우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다

푸움~ "하나도 안 무섭다묘~"

이 하품은 천하태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약 먹기에 대한 불안함을 잠 재우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다. (고양이 하품에 관해 이 전에 쓴 글 - [고양이] - 고양이 하품에도 의미가 있을까?

집사가 어딨는지는 확인했고 이제부터 나 좀 잘테니 약  같은 건 먹일 꿈도 꾸지마라~ 를 시전하시는 고양이

그리고 이내 스르르 눈을 감는다. 집사도 찾았고 이제부터 나 좀 잘테니 약  같은 건 먹일 꿈도 꾸지마라~ 를 시전하시는 것이다. 약 안 먹은지 이틀째인데 아직도 약 시간만 되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이다. 그러면서도 집사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그립고 궁금해서 오매불망 기다리는 이 고양이에게 집사는 안 보면 보고싶고 보면 이 갈리는 不见想 见切齿(불견상 견절치)의 존재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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