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집은 그냥 "곰팡이 집"이다.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집사, 드디어 눈 뒤집고 환장 각이다) 전문제거제를 사용해 현관의 곰팡이 지옥에서 일시적으로 해방 되어 있지만 전문제거제는 냄새 때문에 도저히 고양이 형제가 있는 집 안에는 사용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생각 해낸 것이 스팀 청소기 - 하지만 스팀 청소기라는 걸 써 본 적이 없는 나는 일단 돈이 넉넉잖고 괜히 비싼 것 샀다가 안 쓰게 되면 어쩌랴, 하는 생각에 3만 원 겨우 넘는 무료배송 제품을 큰 기대 없이 골랐다.
이 물건이다. 정말 아무 기대 없었지만 언박싱 때부터 이건 뭔가 아니다, 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물을 넣으려니 저 뚜껑을 열어야 하는데 꾹꾹 눌러가며 열고닫고 하라는 안내대로 열심히 해도 싸구려 나사들이 흔히 그러듯 살째기 어긋나 내내 겉돈다. 그렇게 거의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구사일생 열어서
물을 넣는데 200ml 짜리라... 알고는 샀지만 용량이 작아도 너무 작아. 어쨌든 여기까지 마무리 하고
에어컨 뒷쪽에 있는 어떻게 해도 도무지 닦을 수 없는 곰팡이를 해결하고자 연장노즐을 체결한다. 이 또한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밀어넣고 돌리고, 설명서에 적힌대로 해도 그림처럼 저렇게 벌어진다. 내가 잘못하는 건가 다른 노즐들을 체결 해보니 다 잘 된다. 유독 이 연장 노즐만 그러는 걸 보니 불량품이다. 그람 바꿔 달라고 해야지...
다섯 번 전화, 절대 안 받음. 통화 중이 아닌 것이 확실한데 통화 중이라는 안내를 내보내고 있다. 그랴, 이런 물건이면 전화 받기 싫기도 하겠다. 다른 것 잘 되면 연장노즐 안 쓰고 말지, 어차피 버린다는 생각을 반 쯤으로 산 것이니.
이 그림은 아이들 식탁 뒷편이다. 꼴이 이런 것은 경철 고양이가 밥을 혀로 탁탁 차면서 먹는 버릇이 있어 음식을 벽에 갖다 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집 벽은 옆집과 붙은 벽만 빼고는 모두 저 윗글의 현관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나마도 곰팡이 다 씻어내고 핸디코트로 서너 번 두껍게 작업해 나아졌지만 다시 점점이 곰팡이 뚫고 올라오기도 해 이 모양이다
벽이 울퉁불퉁 해서 걸레질이나 청소기 등으로는 청소하기가 힘들었는데 이것 하나는 사이사이 깨끗하게 잘 닦였다. 다만 바닥에 물이 질질 흐르도록(반드시 마른 걸레를 준비해 닦아가면 해야한다) 오래 증기를 뿜어대야 하지만 여태 해 본 청소 중에는 가장 깨끗하게 됐다. 그래, 벽청소 할 때는 쓸 만하네. 용량이 작은 게 흠이지만 알고 샀으니 물건 탓은 아니고.
이 외에 부엌이나 화장실 등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물 마구 쓸 수 있는 곳에는 그냥 물로 청소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가장 깨끗하다 - 이 물건은 찌꺼기를 없애 주지는 못하니까.
벽에만 쓸 수 있다는 건 좀 너무 쓸모 없는 것 아닌가 싶어 혹시 방충망 청소가 될까, 걸레질 어려운 창틀 이런 것? 이것도 비 오는 날, 공기 중의 습도에 힘 입어 함께 사용하면 물 들어다 나르며 바가지로 방 안에서 밖으로 물을 뿌려대는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결론
1. 품질은 역시 싼 게 비지떡 - 화장실, 부엌, 방충망 등 모두 시험 해보려니 물을 적어도 6번 채워야 했는데 그 때마다 잘 열리지 않고 잘 닫히지 않는 뚜껑 때문에 개씨름 했다.
2. 방충망 청소, 창문, 창틀, 벽 청소 등에 탁월함.
3. 물통이 크고(1~3리터 정도)바닥까지 닦을 수 있는 제대로 된 것을 구입하면 꽤 쓸모가 있겠다는 것. - 이 물건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값 좀 나가는 스팀 청소기.
그래서 나는 이 물건 대충 쓰다가 아무래도 금새 고장 날 것 같으니 그 때 가서 옳은 걸 구입해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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