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 형제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큰 넘은 탈모에 시달리고 작은 넘은 귓병에 시달리고, 그것도 해를 넘겨가며 고군분투 중이다. 철수는 다행히 처방약으로 느리지만 진전을 보이고 있어서 그나마 좀 나은 편이지만 경철의 귓병은 약을 먹을 때만 진정이 됐다가 끊으면 며칠 내에 재발이 반복 되고 있어 약이 병을 낫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누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아무튼 일주일 두어 번 반드시 식염수 묻힌 솜으로 닦아줘야 하는 숙제가 있는데 오늘 아침에 그 짓을 했다.
귀청소가 얼마나 싫은지 안아올리면 "으왜에~" 반항을 했다가 어쩔 수 없다는 걸 금새 깨닫고는 집사 팔에 머리를 처박고 절대로 들지 않는 녀석을 오늘은 머리 처박은 내 팔을 치우고 사진을 찍어봤더니 이러고 있다.
팔을 치워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니 내려가려고 시도 하시는 중이다
귓병 시작하고 약 먹고 수술까지 해 외모 장애묘가 된지 (얼마 전에 처음 댓글을 다는 분이 '하얀 고양이 귀 한 쪽이 접혀 있네요, 하하!' 이런 식으로 써놔서 어찌 열불이 나던지 화면을 확 구겨버리고 싶었다. 물론 그 간의 사정을 모르니 그러신 것이야 알지만) 벌써 일 년이 가까워 오는데 아직까지 완치의 기미는 전혀 안 보인다 할 만큼 귀지가 묻어나온다.
그리고 이건 일부러 따로 말씀 드리는데 저 면봉은 "반려동물용"으로 따로 나온 것이다. 막대기가 낭창낭창 휘어지는 플라스틱이고 솜이 더 두껍게 감겨 있어 사람용 면봉보다는 비교적 안전하다. 그리고 나는 고양이의 귓길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쓸 수 있다는 것도 강조한다. 하지만 이것도 소독 때마다 쓰는 것이 아니고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번 정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닦아낼 때가 됐다 싶을 때쯤 쓰고 다른 날은 그냥 솜으로만 부드럽게 닦아낸다. 면봉, 그것도 식염수 묻히지 않은 사람용 면봉 사용에 신중 하시라는 뜻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귀청소 하고 열 받은 경철 고양이]
소독 끝나자마자 호다닥~ 의자 밑으로 침대 밑으로 집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숨어 다닌다. 너무 진전이 없어 더러는 병원을 바꿔봐야 하나 생각도 들지만 사실 여기에는 이비인후과에 이렇다 할 명의가 없다. 그리고 또 약을 너무 독하게 함부로 쓸까봐 걱정도 되고 - 지금 선생님은 확실히 약을 독하게 쓰지 않으신다. 진정제도 가능하면 안 놓고 진료를 보시려고 할 정도니까.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며 번뇌에 빠진 또다른 영혼이 있었으니... "이제 내 차례인게냥..."
카메라가 제 쪽으로 향하자 이건 피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판단이 선 모양이다. 옆모습으로만 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 새 화가 풀린 한 쪽 귀 접힌 하얀 고양이는 집사를 향해 "끼아아~" 어리광을 부리며 돌진 하는데
집사를 나름 피해 빙빙 돌아 저 쪽으로 간 이 고양이는 틀림없이 올 것이 왔다고 느끼는지 완전히 돌아앉아 꼼짝을 않는다. 묘생 최대의 번뇌에 빠진 것이다. 무엇이 다가올지는 알고 있는데 이걸 어떤 방법으로 피할까... 저 짠한 냥통수가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무게를 가슴 철렁하도록 깨닫게 만든다.
그러는 사이 다가온 경철 고양이에게 궁디팡팡을 해주고 있자니
그 소리를 들은 번뇌에 빠졌던 고양이, 이때닷! 하고 침대 밑으로 숨어버렸다 ㅎ - 이게 웃을 일이겠는가만은 제 귀는 한 달에 한 번 닦을까 말까인데도 쓸 데 없이 긴장하고 번뇌에 빠진 걸 보니 세 식구 모두 이 병치레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겪으며 사는지 한 눈에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집사는 두 녀석의 약을 다시 한 번 타 올 것을 조카에게 부탁했다 - 이 녀석에게도 미안하기 짝이 없다. 병원 곁에 산다는 이유로 내내 심부름을 시키니.
지금 내 고양이가 아파서 불안과 근심의 폭풍 속에 갇혀계신 집사님이 보시면 좀 위로가 될까, 일부러 전하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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