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2묘용 싱글베드

어느 해였던가, 겨울이었다. 내가 잠들기 전에는 분명히

아래 위로 나란히 앉아 좋고 있는 고양이형제

이 모습으로 두 고양이 형제가 TV보며 드러누워 있는 집사를 감시하다 졸다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좁은 침대 위에서 나란히 잠 든 고양이 형제

한참 잠 들었다 문득 들리는 TV 소리에 끄려고 눈을 떠보니 TV 소리만 들렸던 게 아니라 잠자리가 뭔가 불편해서 잠에서 깬 모양인듯 두 녀석이 내 다리 아래도 다리 사이도 아닌, 집사 한 쪽 겨드랑이를 끼고 경철, 그 옆에 철수.

아무리 고양이가 작다지만 싱글베드니 좁아서 철수는 꿈쩍만 하면 떨어질 것 같은 구도였다

말 하자면 집사도 모르는 사이에 세 식구가 1인용 싱글베드에 나란히 누워 자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고양이가 작다지만 싱글베드니 좁아서 철수는 꿈쩍만 하면 떨어질 것 같은 구도였는데도 두 녀석 기어이 머리를 맞대고 집사 심쿵하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 이 문디이 같은 집사가 그리도 좋으냐... 하는 마음.

 집사가 플래시를 번쩍이며 사진을 찍어대니 경철 고양이 슬쩍 눈을 떠 무슨 일인가 확인을 한다

세상 이런 귀한 그림이 있나 우습기도 귀엽기도 했던 집사가 플래시를 번쩍이며 사진을 찍어대니 경철 고양이 슬쩍 눈을 떠 무슨 일인가 확인을 한다. (사실 불이 없는 캄캄한 상태였기 때문에 나중에 컴퓨터에 사진을 넣어보고 경철이 눈 떴었다는 걸 알았다)"미안, 자구라~"

사진 제대로 찍겠다고 팔이라도 움직이면 이 귀하고 고마운 고양이 형제의 단잠을 깨울 것 같아 왼손으로, 누운채로 이런 정도의 그림 밖에는 잡아낼 수 없었다.

그 한 마디에 송곳니가 슬쩍 드러나도록 느슨하게 입을 닫고 금새 다시 단잠에 빠진다. 이 그림을 제대로 찍었으면 귀염 뽀작, 환장하도록 예뻤을텐데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저 회색물체가 집사의 오른팔로 사진 제대로 찍겠다고 팔이라도 움직이면 이 귀하고 고마운 고양이 형제의 단잠을 깨울 것 같아 왼손으로, 누운채로 이런 정도의 그림 밖에는 잡아낼 수 없었다.

서로 그루밍 중인 고양이 형제

지금은 두 녀석 사이가 나빠져 (나이 들어가면서 집사를 사이에 두고 라이벌이 됐음) 한 녀석이 집사 팔을 차지하고 있으면 다른 한 녀석이 뒤따라 침대에 올라와도 솜 방망이 한 대 맞고 후퇴를 하는 일이 반복 돼 집사 잠 자리는 좀 편해졌지만 나를 좋아해주는 것보다는 이런 그림이 훨씬 더 그리운 요즘이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