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써야만 하니 일단 저렇게 얼버무리고.
지영네 가족 사진 중 이미지 복사로는 감당이 안 될 장면이 있어 원본 찾으러 갔다가 더불어 발견한 사진들. 이 장면들을 혹시 게시를 했었는지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안 했었길 바라는 마음, 안 했을 거다!
첫장면은 뜬금 없이 이렇게 시작 된다. 경철 혼자 뭔가에 놀라 후다닥 하는 느낌인데 놀래킨 범묘일 것 같은 철수는 정작 문지방에 얌전히 걸치고 앉아있다.
그런데 다음 장면이 또 느닷없이 이렇다. 어느 새 철수가 일어나 방문 뒤에서 킁킁대고 있는 경철을 몰래 습격할 작정인 듯 눈동자 엄청나게 커져있다. 이 잔뜩 커진 눈동자에 내 눈에 띄어 이런 장면들을 왜 잊고 있었지 하게 된 것이다.
무슨 일이 닥칠지 아무 것도 모르는 경철 고양이, 평소 철수의 성정으로 봐서는 이렇게 살금살금 잠입해서 와락! 동생 고양이를 덮쳐야 옳은 일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다음 장면은
철수가 물러나 있고 경철이 오히려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샌가 경철이 문 아래로 손을 넣어 형아에게 도발을 하고있다. 내가 못 보는 사이에 즈들끼리 모종의 신호를 주고받았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장면들이 이렇게 뜬금 없을리가... 사진에 자동적으로 매겨지는 일련번호가 멋대로 뒤섞였을 리는 없고.
철수 고양이, 문 아래서 깔짝대는 동생 손을 이윽히 내려보다가 고양이 삼신은 어쩔 수 없는 법
마주 앉아 주거니 받거니
고양이들 실력에 맨 손으로 놀고 있으니 금새 시들해지는 것 같아
내가 오뎅꼬치를 슬그머니 문 아래로 밀어줬던 것은 기억이 난다. 아마 이 귀여운 장면들을 몇 장 더 찍어두고 싶은 욕심이었을 것이다.
장갑 낀 손으로 꺼내려 애 쓰니 오히려 꼬치는 밀려서 저절로 형에게 토스
그 새 지겨워진 동생 고양이, 형이 다시 오뎅꼬치를 밀어준 것도 모르고 하아~품!
아이쿠야, 또 밀려 버렸네
내가 함 꺼내 보꾸마, 하듯 애를 써보던 철수 고양이
오뎅꼬치가 저 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걸 아는지 모르는지 헛손질만... 손가락이 없으니 뭐를 해도 뜻대로 되지가 않아...
마지막 장면. 성격이 불 같은 철수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장난감에 싫증을 느끼고 자리를 떠난듯 경철 혼자 남아 오뎅꼬치를 들어올리려 애 쓰고 있다.
2012년 7월 27의 장면이었다. 이 때도 이미 성묘였음에도 오뎅꼬치도, 문 아래로 보이는 작은 틈도 모두 이 아이들에게는 놀이감이 됐었구나, 아무 것도 해 준 것 없이 아이들 나이만 먹게 해버렸구나, 저 혼자 흘러간 세월조차 모두 내 탓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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