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유에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않는데 경철이는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고 어쩌다가 철수에게만 간식을 주는 일이 있었던 날이었다. - 아마도 철수가 징징대 간식으로 달래여 했고 몸에 별로 좋지도 않은 것 경철이는 일부러 깨워서까지 줄 필요 있나 싶어서 제외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고양이 코는 개코여서 (귀가 들리지 않는 대신 코가 유난히 발달했다) 금새 고개를 번쩍 들고 이불 너머로 콧구멍을 벌렁벌렁~ 그러다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간식판에 뛰어 들어 제 형 먹는 것을 빛의 속도로 뺏아 먹었는데,
철수는 뺏아먹는다고 해서 절대 개의치 않고 더구나 제 쪽에서 스스로 양보 하기까지 하는 고양이다. 그런데 같은 날 느닷없이 공격이 시작 됐는데 집사 생각에는 이런 스트레스들을 다 모아 두었다가 거하게 한 판씩 분출하는 듯한 느낌이다.
힘으로 하면 제 형에게 절대로 못 당하는 하얀 고양이 녀석,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고
최후의 구석으로 몰려 막다른 골목까지 왔다고 느끼는 순간
하악질과 솜방망이가 작렬한다.
하악질 하는 넘이 지는 넘이다.
그래도 그누무 하악질과 솜방망이질 때문에 분을 다 못풀고 돌아나오는 철수 고양이 입에는 경철의 몸 어디선가 뽑아낸 털이 한 뭉치 물려있다. 그렇게 한 바탕 전쟁이 지나가고
오후가 되자 세상 모르도록 깊이 잠에 빠진 철수 고양이 모습이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데, 갑자기 가슴이 감전 된 것처럼 찌르르... 저 작은 것 속에 무엇이 그리도 쌓였길래 한 번씩 저렇게 제 동생을 쥐 잡듯이 몰아댈까. 할머니나 엄마들이 말썽 부려 혼낸 자식 잠 자는 모습 볼 때 그렇게 마음이 짠해진다고 하던가, 나는 혼을 내지는 않았지만 "저 자식이 또 왜 저래?"라는 생각은 했기 때문일까. 내가 집사 노릇을 잘못해 쌓인 스트레스일 수 있는데 아이 탓만 한다는 죄책감을 주체 하기가 어려웠다.
치고 박고 싸우다가도 나란히 잠이 든 속 없이 착한 녀석들... 자는 모습을 보면 늘 짠한 녀석들이지만 이 날 철수는 하필이면 디지게 혼나고 울다 잠 든 아이의 자세를 하고 있어, 게다가 세상없이 깊게 자고 있어 마음이 더 아프고 미안해 쓰담쓰담, 미안해~ 라고 말 해주고 싶었지만 단 잠 깨우는 죄까지 짓기는 싫어 애꿎은 사진만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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