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마약만 도착하고 밥은 아직 물류센터에 있다던 그 날이었다.(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2/4 박자로 4마디의 노래를 부른 내 고양이)
원없이 듬뿍 마약을 구입한 참에 새 캣폴 칸마다 마따따비 가루며 잎이며 가지 등을 올려서 어느 놈이든 유혹할 생각을 한 집사의 꾀가 통한듯?
"희한타, 여그서 좋은 냄새가 나네~"
개코를 가진 고양이답게 (경철 고양이는 없는 청각 대신 후각이 유난히 발달해 보인다고 여러 번 이야기 했다시피) 정확하게 마따따비가 있는 자리에 손을 얹고 냄새를 맡는다. - 이것은 역사적인 순간이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저 캣폴 1월 21일에 설치하고 이 날은 29일이었으니 거의 열흘 만에 경철이가 저 장소에 손이라도 대 본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귀여운 내 고양이~~
기왕 손 댄 것, 이 위에도 있어~ 하고 윗칸을 톡톡 두드리니 우리의 하얀 고양이, 똑똑도 하지 금새 알아듣고 몸을 좀 더 뻗어 마따따비를 입에 넣어보려 애를 쓴다.
"저거 말고 뭐 씹어서 삼키는 거 없어?"
이빨과자를 안 주기로 하고 있었지만 아직 사료도 도착 안 했고 모처럼 경철이가 새로운 가구에 접근 했는데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옛다 이빨과자, 새로이 용기를 내 준 것에 대한 보상!
높아서 잘 보이지 않을텐데도 기어이 올라가지는 않고 몸을 있는대로 뻗어 저 있던 자리에서 이빨과자만 찾아 먹는다
해먹 칸에 하나 더 얹어놓고 아무리 유혹을 해봐도 거기까지는 도저히 안되겠는지 딱 한 개 먹고 주저앉아 해먹 칸을 망연히 올려다 보기만 하다가
"AC, 안 먹고 만다. 마따따비 포장이나 뜯자" 더 이상의 모험은 몸과 마음이 아직 허락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반면 낯가림이 훨씬 덜한 철수고양이는 이미 해먹 있는 칸까지 올라가 본 경험이 있던터라
전혀 망설임 없이 경철이 못다먹은 이빨과자를 찾아낸다. 하지만 부실한 손가락과 작은 키로는 도저히 잡히지 않자
훌쩍 뛰어올라 입으로 냠~ 하려는 순간, 이빨과자가 살아있나, 도망을 가네?
"그러면 내가 여기 왜 올라왔지?" 해먹에 두 손만 담고 (제발 좀 들어가라고 옆집 이모가 만들어 준 예쁜 수건까지 깔아 뒀는데) 좀 허탈해 하는 표정을 짓나 싶더니
놓쳐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의 입맛만 다시고 다시 하산.
"집사, 이빨과자는?"
"집사 이빨과자!"
내 고양이들 바닥에 발 안 딛고 날아다니게 하려고 설치한 캣폴이건만 오히려 집사가 캣폴 위에 서 있고 두 고양이는 바닥에 앉아 올려다 보는 이 희한한 광경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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