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저러니 얼핏 보면 고양이 형제를 새로 입양한 사람인가보다 하실 수도 있겠지만...
아침밥 먹이고 문득 돌아보니 철수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침대 아래를 들여다 보니 나이 들면서 점점 서로의 거리가 멀어진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약 먹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는지 같은 방석 아래 서로 등을 돌리다시피 외면하며 나란히 앉아있다.
요즘에는 아침밥 먹인 후 곧바로 약 먹는 고양이는 철수 하나 뿐이라 이미 수심 가득한 얼굴로 숨어있는 것이다. 약 먹은지 한 달이 넘도록 이런 적은 없었는데
종이 커텐을 걷어 올리고 찍어봐도 역시 같은 표정. 이 고양이 형제도 집사 닮아서 스트레스 저항력이 대단히 낮은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반려동물들은 보호자 성격을 닮는다더라...)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니 두 녀석 모두 집사의 시선을 피한다. 어느 놈이 걸릴지 저희들로서는 알 수가 없으니.
경철 고양이는 어제부터 어쩔 수 없이 유산균에다 항균제까지 먹이기 시작 했는데 (철수도 두 가지 모두 먹인다. 그래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다.) 어제는 넥카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뱉아내 제 꼬리에 갭슐을 붙이고 토하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서 등장한 이 물건, 여름 잠옷으로 쓰이는 냉장고 원피스다. 이걸 입고 치마폭으로 아이를 꽁꽁 감싸서 먹이면 그나마 지롤발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인데, 겨울 옷 위에 이 원피스 착용한 집사꼴은 가관 중에 가관이라...
고양이들도 집사도 아무래도 이대로는 못 살 것 같아 이미 사 둔 것들 아깝지만 대신 먹어줄 고양이들은 많으니 제쳐두고 항알레르기 처방식을 찾아보니 여러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샵이나 동물병원 판매용이고 그나마 온라인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은 기호성은 최고로 좋지만 원료 나쁘기로 유명한 R 사료.
이거라도...? 하다가 택배로 보내주는 동물병원을 발견, 오프라인보다 좀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만 처방식으로 가장 유명한 H사의 항알러지 사료와 캔을 주문했다. 그래도 그것이 도착하는 날까지는 있는 것들을 먹여야 하니 속이 타들어간다. 게다가 먹어주기나 할지, 기호성이 나쁘지 않은 건 어릴 때 확인 했었지만.
이 제품은 이렇게 설명 돼 있다
피부/식이 감수성
식이 감수성 및 불내성은 피부, 피모, 귀 질환 또는 심지어 위장관계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으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식이 역반응이라고도 불리는 식이 감수성을 가진 반려묘들은 사료나 음식에 들어있는 단백질에 이상 반응을 보입니다. 만약 당신의 반려묘가 식이 역반응을 앓고 있다면, 적절한 사료를 지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2019.10.26 촬영 : 약 먹기 전에는 이런 상태였던 철수 고양이 배가 (가슬가슬 스핑크스 배 같았는데)
일반 알레르기 약 만으로 이 정도로 회복 됐으니 의사쌤 판단이 맞는 걸로 보여 더더욱 식이요법에 대해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다. (실물로 보면 이제는 길이만 어느 정도 회복 되면 숱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보인다)
와중에 집사가 제 배 사진 찍는다고 다리를 벌리니 그나마 만져 준다고 고롱고롱 하며 한 손으로 꾹꾹이를 해대니, 이런 착하고 속 없는 녀석에게 집사가 무슨 짓을 했나 싶어, 이 죄책감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까! 하지만 다시 한 번 기운을 내 보는 것은 어떤 고통이든 다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나도 침대 아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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