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를 사냥하는 랙돌 또는 렉돌 고양이 - 왜 안 돼?

토요일 밤에 EBS에서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방송을 하는데 집사들은 아마도 꼬박꼬박 챙겨 보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 번 주에는 그  유명한 랙돌 품종이 나왔는데 6개월 된 아이가 자꾸만 집사를 깨문다고 의뢰를 해온 내용이었다. (고양이를 부탁해 - 물면 안 돼 : 바로가기)

주인공 고양이는 집사를 향해 이런 자세를 보였다. 사냥감을 덮치기 직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주인공 고양이는 집사를 향해 이런 자세를 보였다. 사냥감을 덮치기 직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제목만 봐도 "아아~ 처음부터 집사가 손으로 놀아 줬네!"라는 답이 나오던데 그 집사만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내용이 방송을 탈 정도로 집사들이 고양이에 대한 상식이 없는 것일까?


어제의 고양이는 보고 있자니 집사를 완전히 "사냥감"으로 생각하고 있었고(공격하는 고양이가 아니라 놀이를 하는 모습이었다) 낯선 사람이라도 사람만 보면 손을 깨물고 캣타워처럼 타고 오르는 등, 정도가 심한 모습을 보였는데 잘못은 전적으로 집사에게 있다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린 고양이들은 특히 깨물깨물을 많이 한다[어린 고양이들은 특히 깨물깨물을 많이 한다]

역시 수의사 선생도 내가 생각했던 답과 거의 다르지 않은 답을 내놓았는데

1. 아기 때 손으로 많이 놀아줬다  

이런 집사들 정말 많다. 고양이들은 아기 때 사냥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마 하는데 그 때는 움직이는 모든 것이 사냥감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이럴 때 형제나 자매 고양이가 있다면 서로가 사냥감이 되어 그런 놀이를 하는데 외동 고양이라면 집사와 그런 놀이를 할 수 밖에 없고 아기 때 귀엽다고, 혹은 아프지 않다고 그걸 모두 받아주고 심지어는 귀엽다고 깨물어도 가만히 대고 있거나 정 아프면 방향을 바꿔 대주는 집사들, 이런 행동은 고양이의 사냥본능을 더더욱 자극할 뿐이다.

이런 장면을 보고 고양이들이 싸운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놀고 학습하는 중이다[이런 장면을 보고 고양이들이 싸운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놀고 학습하는 중이다]

아무리 귀여워도 손을 장난감 삼아 놀아주는 일은 절대로 삼가야 한다. 아기 때부터,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하는 첫날부터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양이는 움직이는 모든 사람들을 공격하는 괴물로 성장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귀여워도 내가 만지고 싶어서 내 손을 고양이에게 사냥감으로 맡기지 마시길 바란다. 사냥놀이는 반드시 장난감으로!

고양이는 놀이 상대가 있으면 이렇게 깨물고 놀면서 사냥법을 배우고 사냥본능을 해소한다[고양이는 놀이 상대가 있으면 이렇게 깨물고 놀면서 사냥법을 배우고 사냥본능을 해소한다]

2. 만일 고양이가 물었을 때는?

어떤 커뮤니티에서 고양이라고는 한 번도 길러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이런 질문에 "고양이가 잘못을 깨닫도록 2, 30분 정도 격리 시키세요~"라는 대답을 해놓은 것을 보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적이 있었다. (본인 경험 없이 인터넷에서 줏어들은 것을 조합 해 더러 참말로 이상한 대답을 내놓아 경악하게 만드는 그 분, 그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고양이 젤잘알! ^^;; 웃을 일이 아녀...)


아무튼 답부터 빠르게 말하면 깨물린 순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집사가 자리를 피해야 한다. - 깨물면 집사가 나를 외면하고 놀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 때 그 커뮤니티에서 내가 단 댓글은 "고양이가 자꾸 그러면 집사가 삐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철저히 무시하고 자리를 피해버리세요"였다. 그런데 어제 수의사 선생님이 똑같은 솔루션을 내놓았다. (단, 쓰앵님은 낮은 목소리로 단 한 번 단호하게 "안 돼!"라고 한 다음에 자리를 떠나라고 하셨다)

경철 고양이, 만 1세 때 딱 한 번 집사의 발을 잡고 뒷발차기 하다가 철수에게 엄청나게 혼이 났었다[경철 고양이, 만 1세 때 딱 한 번 집사의 발을 잡고 뒷발차기 하다가 철수에게 엄청나게 혼이 났었다]

집사를 사냥감으로 생각하는 고양이들은 어릴 때 잘못 배운 탓이 가장 크지만 성격 자체가 소위 "관종"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사가 자신을 외면하는 상황에는 충격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런 행동을 하면 집사가 나를 외면 하는구나, 를 가르쳐야 한다.


강아지도 마찬가지지만 고양이는 잘못을 깨닫지 못한다. 다만 좋아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는 배울 수 있는 동물들이다. 그러므로 혼내고 아이를 격리시킨다고 해결 되는 것이 아니라 나쁜 행동에는 일단 무관심한 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 만일 격리를 시킨다면 강아지는 보호자가 화 내는 것이 싫기 때문에 잘 보이려고 노력을 하긴한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을 깨달아서가 아니라 보호자가 화 내는 상황이 무서워서 그런 것이다. 

잘 배운 철수 고양이는 특히 제 이모 발을 좋아하는데 단 한번도 발톱을 세워 잡거나 깨물은 적이 없다[잘 배운 철수 고양이는 특히 제 이모 발을 좋아하는데 단 한번도 발톱을 세워 잡거나 깨물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 절대로 강아지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 즉 "저 인간이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히는거야? 나쁜 인간이구나, 가까워지면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점점 더 사이가 나빠지고 고양이는 우울증에 빠지거나 거꾸로 대단히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날 출연한 고양이는 겨우 6개월, 이 나이라면 자는 시간 빼고는 (사실 이 때는 잠도 많이 안 자고 하루에 6시간을 놀아줘도 지치지 않고 뛰어다닌다) 내내 무엇인가 에너지를 방출한 놀이감이 필요한 시기이므로 고양이 월령에 맞게 집사가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사람을 공격하는 이상 행동을 막을 수 있다.

고양이는 무조건 높은 곳이 좋다[고양이는 무조건 높은 곳이 좋다. 게다가 사람의 어깨가 움직이는 캣타워가 돼 준다면 금상첨화다]

3. 사람이 캣타워?

이것도 집사 잘못이다. 마치 고양이를 아기처럼 어깨 쪽으로 세워 안아서 쓰다듬어 주면서 집안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아기 고양이에게는 사람이 "움직이는 캣타워"가 된 것이다. 그냥 안겨서 걸어달라고 졸라대는 것과 서 있는 사람에게 고양이가 뛰어서 매달리는 것은 천지차이다 - 집사 옷에 무수한 빵꾸(구멍)가 날 뿐만 아니라 옷이 입는 상처 그 이상의 상처가 옷 아래에 생기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 랙돌 고양이는 특별히 개냥이적인 성격을 보여 초인종 소리만 나면 댕댕이처럼 집사보다 제가 먼저 달려나가던데 이런 성격이 된 이유에 대해서 수의사쌤은 별 말 않으셨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초인종 소리만 나면 새 사냥감이 나타나고 새로운 움직이는 캣타워가 나타난다"가 각인 돼 있으니 사냥감과 캣타워 노릇을 동시에 하는 사람이 어찌 안 좋을 수 있으랴, 싶었다.

집사는 고양이의 장난감이 아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어린 고양이(일 년 미만의) 고양이를 처음 입양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고 이미 그런 행동을 하는 고양이가 있다면 집사의 단호함과 적절한 놀이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 제발 물을 스프레이 하거나 격리 시키거나 소리 지르며 화 내지 마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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