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것은...

이 고양이가 요즘 수상하다.

침대 밑 어두운 곳에 앉은 고양이

사라질듯 계속 되는 만성탈모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늘 주시하는 중인데 며칠 전에도 그러더니 오늘 아침에는 또 여기 기어 들어가 있다 - 침대 밑.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고양이가 어두운 곳을 찾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다.


아침밥을 차려 드리니 멀쩡히 나와서 밥 드시고 점심도 드시고 집사는 느즈막히 목욕을 하고 나오니 이 고양이는 또 다시 침대 아래로 사라지고 제 자리를 빼앗긴 하얀 고양이는 

외면하고 앉은 하얀 고양이

멀찌기 저러고 앉았다가

머리를 흔드는 고양이

또 다시 머리를 흔들어 댄다. 냅다 잡아다가 소독솜으로 닦아보니 또 귀지가 잔뜩 묻어나온다. 

내 고양이 귀에서 나온 귀지

내일 당장 이걸 들고 검사를 받으러 갈 생각으로 (오늘은 일요일) 귀지 묻은 솜은 고이 작은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 만일 균이 있다면 저것이 소독약 묻힌 솜인데 그 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 아이 상태 봐 가면서 내일 한 번 더 닦아 봐도 되려나... 말 할 상대가 없으니 맨날 블로그에 대고 이런 혼잣말을 하게 된다 ㅎ;; 

형 고양이를 공격하는 동생 고양이

가끔씩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나는 침대 위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상황이었던가, 아무튼 아래에서의 느낌이 쎄에해서 내려다 보니 가만히 앉았는 철수에게 경철이 시비를 걸고 철수는 자세를 낮춰 "나 안 싸워, 싸우기 싫어~"하는 중이었다. 

고양이 형제는 싸움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철이 철수에게 덤벼들어 이렇게 크게 한 입 먹이고

꼬릴 치켜들고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서는 고양이

돌아서는 저 당당한 꼬랑지와 아직도 혼비백산 중인 철수의 모습...

꼬리를 탁탁 치며 엄한 표정을 짓는 고양이

그리고는 제 형이 뭘 잘못 했다고 "이 눔 시키!"하는 눈빛으로 꼬리를 탁탁 치며 돌아보기까지 한다. 나야말로 "이 눔 시키!" 소리가 절로 나오도록 속이 뒤집어진다 이 넘아~

귀를 긁는 고양이

귀 긁긁! - 이것은 공격 당한 쪽에서 자신을 수습하려고, 그 사이 새로운 공격을 당하지 않으려고 시간을 버는 중이다.

서로 마주 보면 앉아 있는 고양이 형제

의기양양 저 쪽으로 걸음을 옮겼던 하얀 고양이, 철수의 귀 긁긁이 끝나자 마자 제 쪽을 향하는 형의 시선에 이내 세수 하는 시늉을 하다가

쳐다보는 형 고양이와 외면 하는 동생 고양이

정면으로 쏘아보는 제 형의 시선에 이내 주눅이 들어 외면. - 저럴 걸 왜 덤볐을까? 철수가 제대로 한 번 성질을 내면 온 집구석에 하얀 털이 날아다니도록 독하게 뜯기면서도 요즘 들어 저런 자잘한 도발이 잦아지는 것이 혹 철수 몸에 이상이 온 것은 아닐까(동물들은 몸이 약한 상대를 본능적으로 알아보고 공격한다), 철수가 자주 침대 아래에 들어가는 것과 맞물려 고민이 되기 시작하는데

하품 직전의 고양이 표정[고양이 하품 직전의 모습을 잡은 것은 처음이다 ^^ 그러니까 후. 아. 품! 중에 '후'에 해당 하는 표정이다]]

남들은 남에 일이라 쉽게 "병원 가면 되지"하지만 만일의 경우 치료 해야할 것이 있다면 2~3백만 원 정도는 쉽게 병원비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꾸만 병원행을 미루며 때를 나름 만들어가는 것이다. 먹고 노는 것에는 전혀 이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경제적인 준비를 마쳐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집사 속이야 어떻든 째지게 하품하는 하얀 고양이['아'표정(내 카메라가 느려서 '후'와 '품' 밖에 잡을 수 없어서 아는 다른 순간의 것으로 짜집기 했다 - 집사 속이야 어떻든 째지게~]

그래 하품 한 번 째지게, 속 시원하게 한다. 집사 속이야 썩어 문드러지건 말건

고양이 하품 직후의 모습[사람의 하품이라면 이 타이밍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야 하는데 ㅎㅎ]

그리고 이렇게 마알간~ '난 세상 근심걱정 없어요' 표정 - 그래, 집사도 이 표정을 보며 해맑은 마음으로 힘을 내보자. 서로의 힘을 믿고 견뎌나가면 세상 해결 못할 일 하나도 없을 것이니 이렇게 같이 애 쓰며 살아보자, 가족이란 그런 것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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