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나는 생애 처음으로 안방에다 침대를 놓고 살기로 했는데 (원래는 남들이 옷방으로 쓰는 작은 방을 침실로 썼다) 그런데 침대 하나가 이리도 큰 공간을 차지 할지 상상을 못 했던 바 우리가 주로 사는 안방에 고양이 터널 하나 놔 줄 자리가 없어 여태 아이들이 그리도 좋아했던 것을 버리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가 얼마 전 경철의 놀이 본능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그래, 집구석이야 어지럽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에 다시 고양이 동굴(터널)을 하나 들여 놓게 되었다.
역시나 철수는 장난감도 터널도 가리지 않고 호기심만 당기면 서슴없이 행동에 들어가는 편이라
[고양이가 고양이 터널을 사용하는 법의 정석]
기회만 되면 , 특히 사냥놀이 할 때 이렇게 쑥쑥 들어가 잘 놀아준다.
고양이 몸무게를 못이겨 종잇장처럼 가벼운 터널이 뒤집어져도 노 상관.
그런데 우리의 하얀 고양이 경철군, 장난감으로 아무리 유인을 해도 호기심 가득 들여다보기만 할뿐
"엉아, 니는 여그를 도대체 어떻게 들어가?" 오히려 철수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이런 동굴을 눈 앞에 두고 안 들어가보는 네가 더 신기해, 이 넘앗!
그런데 며칠을 두고 관찰하니, 놀이욕구가 대폭발 해 어디 은밀한 곳에서 사냥한 것을 물고 뜯고 맛볼 장소를 물색 중이면서도 그 앞에서 서성이다가
고개만 쑥 디밀어보고는 다시 나와 버린다 - 그런데 이 장면을 보고 깨달은 것, 저 몸이 저 동굴과는 사이즈가 안 맞는구나...
철수보다 1.5kg 정도가 더 나가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병원 다닐 때 빠졌던 몸무게가 5G 급으로 회복 돼 다시 8kg가 넘는 거구를 자랑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철수가 들어가 있는 걸 보면 일단 한 번 시도는 해 볼 만한 동굴 사이즈인데 희한하게도 제 형이 노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만 할 뿐
절대로 들어가 볼 마음은 먹지 않는다, 꼭 끼어서 다시는 못나오게 될까봐? 이름은 고양이 터널인데 그 안에 못들어가는 고양이도 다 있네그랴~
[사진 왼쪽에 보이는 침대에 묶어놓은 저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분이 계셔 보이는 참에 답변하자면 종이로 만든 고양이에게 은밀함을 주기 위한 커텐입니다요. 제 침대에 헤드 부분만 빼고 사방으로 둘러져 있어서 사실상 침대 아래가 둥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는 합니다]
결국 이 동굴은 어떻게 하면 경철 고양이가 한 번이라도 활용을 할까 궁리하다가 침대 밑에서 나올 때 동굴로 나오라고 어제 하루 침대 아래에 가로 놓였다가 오히려 경철 고양이의 통행을 방해 한다는 혐의로
다시 침대 아래에 세로로 구석에 처박히는 수모를 당하기에 이르렀지만
오호, 쾌재라~ 그렇잖아도 요즘 들어 부쩍 은밀한 곳을 찾아들고 싶은 철수 고양이에게 이중으로 은밀한 은신처가 돼 준듯 잠시 자리를 비웠다 들어오니 역시나 이곳에 냉큼 들어앉아있다. 그래 한 녀석만이라도 잘 써주면 고맙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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