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사체로 저장될 뻔한 집사

이 글을 사람 소식으로 올려야 하나 고양이 형제 소식으로 올려야 하나 잠시 고민 - 결론은 고양이 형제, 왜냐하면...

닭으로서 대통령까지 오른 사람의 첫 선고일이 금요일이었나? - 이 말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징역 24년 벌금 백..."하는 부분에서 내가 정신을 놓쳤기 때문

결론은 고양이 형제이 아이들에게도 지난 2, 3일이 녹녹치 않았던 모양이다 - 표정

사실 지난 주에 들어서면서부터 저녁 시간만 되면 나날이 컨디션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이 감기인가, 영양실조인가 의심을 했지만 나는 평생 젓가락 같이 얇다란 신체로 골골 대면서도 단 한 번 끙끙 크게 앓았던 적이 없는 '골골백세' 타입으로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그 날은 끊임없이 어딘가에 누군가에 화가 나면서 속이 메슥거려 이제 그만 좀 봤으면 하는 저 얼굴을 티비에서 자꾸 내보내 그런가보다 (실제로 그 얼굴만 나오면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 오늘로 이것도 끝이다 하며 꾸역꾸역 점심을 먹고 모로 누웠다가 정신을 놓치는 사단이 나고 만것이다

실제로 그 얼굴만 나오면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뉴스가 계속 되고 있었으니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은 모양인데 머리가 깨질듯이 왈랑대며 아파 정신이 돌아왔고 그 다음은 지체없이 토사곽란이 시작 됐다. 화장실을 기어서 드나들고 잠시 까무룩 잠을 자는건지 정신을 놓은건지 모르는 상태가 반복되고 식은땀이 티셔츠를 적시면서 '어쩌지, 울엄니가 이렇게(뇌출혈) 돌아가셨는데 나도 그렇게 죽는건가? 고양이들은? 누구에게 말해야 하나?' 오만 생각이 다 드는데 연락할 만한 사람이 없더라... 와중에 샤꾸들은 배 고프다고 울고, 철수는 헤어볼까지 토하고 - 밥 줬다, 영양제 섞어 소화하기 쉽게 잘게 가위질 해줘야 하는데 파우치 뜯은 것만도 대단한 성공이었고 헤어볼도 엉엉~ 마른 울음을 울면서 치웠다

너무 아파서 울고 싶은 와중에 철수가 옆에서 킁킁 내 상태를 살피는데 피부에 닿은 아이의 털마저도 찌르는 듯 아파 저절로 신음이 나오기 시작

어떤 이들은 많이 아프면 온 집안을 뒹굴도록 앓는다던데 뒹구는 건 어떨 때 할 수 있는 건지 심정으로는 그러고 싶었지만 까딱만 하면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아 나는 돌아눕는 것조차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아파서 울고 싶은 와중에 철수가 옆에서 킁킁 내 상태를 살피는데 피부에 닿은 아이의 털마저도 찌르는 듯 아파 저절로 신음이 나오기 시작해 멈출 수가 없더라... 와중에 깨달은 한 가지 - 사람에게도 신음은 고양이의 고로롱처럼 통증을 완화시키는 효능이 있다는 것. 신음을 시작하니 스스로의 소리 때문인가 통증이 한 겹 차단 돼 소리없이 숨 죽이고 있는 것보다 훨씬 견디기가 나았다

아름다운 것이 눈에 들어온 걸 보니 살아난 모양이다

이 사진을 찍은 시각이 4월 8일 밤 10시 무렵이다 - 아름다운 것이 눈에 들어온 걸 보니 살아난 모양이다, 그런데 사진 찍은 기억이 안 난다 - 7일 토요일에는 더 나올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 화장실로 기어가 헛구토를 하고 머리는 여전히 사방에서 망치질을 하는 것 같아 그제서야 문득 119를 부를까 잠시 생각이 들었는데 '고양이들은 어쩌고?'가 금새 따라붙어 헛된 생각이었던 걸로 정리 - 그리고 이것이 또한 이 꼭지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일이 없었던 것이 사실

지금까지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인데 막상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만한 일을 당하고 보니 이 아이들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아무 대책이 없었던 것 - 막말로 나는 요즘 꽤 흔한 백골사체로 발견된다 해도 독거노파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다른 대책을 세워두지 않으면 이 아이들도 집사와 함께 백골로 발견된다는 뜻 아니겠는가...

이 이야기가 고양이 형제의 카테고리로 나가는 것은 야아들을 위해 어떤 조치를 어떻게 취해 두어야 할지 막막한 마음

내가 앓은 것은 감기인지 스트레스인지 체한 것인지 또는 뇌출혈의 전조였던지 알 수 없지만 이 이야기가 고양이 형제의 카테고리로 나가는 것은 야아들을 위해 어떤 조치를 어떻게 취해 두어야 할지 막막한 마음에 어디선가 '그 때는 이렇게 하시오' 같은 신의 한 수가 날아들까 기대를 하면서 아직도 제 정신은 아닌 와중에 (돋보기까지 잃어버렸소 ㅜ.ㅜ) 그리고 이 할매가 왜 소식이 없는지 살짝 궁금해 하실 이웃이 한 두 분은 계시지 싶어 두서없는 소식을 전함 --;;

덧 : 방금 생각난 건데 토요일에 올라간 글은 천만다행 예약해 두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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