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봄에는 언제나 꽃이 없었구나

5년 전, 그러니까 2013년 4월 11일의 장면들이다 - 발행하려고 보니 카테고리가 창문 밖 아이들인지 철수와 경철 형제인지 애매하다. 하지만 어디면 어떤가, 고양이는 다 그 고양이들인데 - 경계를 짓고 구분을 하고 그런 개념이 점점 없어지는 건 마음이 넓어졌다는 뜻일까 아니면 지쳤다는 뜻일까...?

우리의 봄에는 언제나 꽃이 없었구나

마우스질도 키보드질도 못하게 이렇게 가로누워 예쁜 척 애교를 떨다가 "아이, 철수야~~" 내가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이 때도 이 고양이 형제에게 잘 하는 게 없기 때문에 뷁!은 못하고 짜증스런 목소리를 냈더니

짜증 낸 사람 양심을 건드리는 처량한 자세로 느릿느릿 겨우겨우 일어나셔서

 "끄응~" 그냥도 아니고 짜증 낸 사람 양심을 건드리는 처량한 자세로 느릿느릿 겨우겨우 일어나셔서

멀리도 안 가고 하필이면 세상 좁은 모니터와 바구니 사이에 어렵사리 낑겨 앉은 고양이

"그래, 컴터질 해라, 마르고 닳도록 해라" 멀리도 안 가고 하필이면 세상 좁은 모니터와 바구니 사이에 어렵사리 낑겨 앉아서는 "나는 할망구 소원대로 여그 이 구석에 팍 찌그러져 있을라니..." 하듯 눈을 지그시 감고 "묘생살이 허무해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고...." 버티더니

내 짜증이 너무 심했나, 진짜 상처 받은 거 아니야 조바심이 났던 집사 마음

정말 서러운 눈물이 흐르려고 했을까 "흡! 나는 사내대장부, 눈물 따위는 눈을 부릅뜨고 참는거야!" - 이 모습이 예뻐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내 짜증이 너무 심했나, 진짜 상처 받은 거 아니야 조바심이 났던 집사 마음... 

바깥 고양이 예쁜이

한편, 바깥 딸내미 예쁜이. 요즘 동태가 심상찮아 관찰하던 중, 담북이가 계속 이렇게 아이를 괴롭히는 정황을 포착했다 아이, 아이, 정말이지 괴롭다는듯 비명을 지르다 

결국은 와락 돌아서서 할켜버리니 단번에 쫓겨가는 담북 고양이

결국은 와락 돌아서서 할켜버리니 단번에 쫓겨가는 담북이, 저럴 거면서 왜 덤비니? 

배가 이렇게나 부른 상태인데 담북이는 또 왜 저러는지 - 임신한 길고양이

배가 이렇게나 부른 상태인데 담북이는 또 왜 저러는지 - 저 불룩한 것이 아이 움직임에 따라 울퉁불퉁 움직이니 틀림없이 임신 중인데 느들이 암만 무심해도 저런 상황 좀 봐주면 안 되나 싶으다 

다른 바깥 고양이 순덕이는 늘 같은 자세 같은 표정

또 다른 바깥 딸내미 순덕이는 늘 같은 자세 같은 표정이라 한 동안 사진을 안 찍다 오랜만에 찍어보니 우억이, 담북이 등이 제 밥자리에 드나들어 그런가  살짝 여윈 것 같기고 하고... 장애 때문에 늘 숨어지내 그럴까 다행히 임신 같은 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랄 수 있다.

마징가 귀를 하고 옆눈으로 살피는 모습이 만화처럼 귀여운 고양이

"순덕아, 여기 봐~" 

"아 왜! 빨리가구라 밥 먹게!!!" 

일 년이 가까워오게 내 밥을 먹으면서도 보는 데서는 절대로 안 먹는다. "안 가나, 할망구..." 하듯 마징가 귀를 하고 옆눈으로 살피는 모습이 만화처럼 귀여운 아이~ 

나를 맞는 철수 고양이

"니는 누규?" 순덕이 찍고 카메라 줌인이 된 상태로 들어와 나를 맞는 철수 고양이를 찍었는데 맹한 자슥, 입을 헤에~ 벌리고 등도 잔뜩 구부리고 내가 누군지 몰라하는 표정을 짓는 건 무슨 일일까.


사방에 꽃이 순서없이 한꺼번에 펴서 온천지가 꽃동산인 듯한데 우리의 봄에는 이 때도 지금도 꽃이 없었구나, 제목을 달아야 한다는 명령을 받고 문득 떠오른 현실 - 췌, 꽃 그깟게 뭐라고! 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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