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위로 사이 - '힘 내세요'라는 말에 대한 작은 생각

며칠 전 이웃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사소한 한 끼 식사에 관한 글을 읽게 된 일이 있었다. 혼자 하는 한 끼의 단촐한 식사에서 가장으로서 가지는 사는 일에의 책임감 그리고 거기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외로움과 불안함 등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공감과 위로 사이 - '힘 내세요'라는 말에 대한 작은 생각

같은 종류의 글이라 해도 글의 상태에 따라 또는 내 상태에 따라 그 깊이가 천차만별로 와 닿기 마련인데 이 글에는 사소하지만 진심어린 공감이 필요해 보인 것이 그 때의 내 느낌이었다. 위로가 아니라 공감이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는 누구에게나 있는 일상의 사소한 경험이나 광경에서 문득문득 느낄 수 있는 삶의 다른 모습에 대해 글쓴이가 차분히그리고 약간의 쓸쓸함을 담아 서술하기는 했지만 비극이나 우울이 느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모르는 분이라 이웃들이 그 마음을 잘 짚어 잘 공감해 드렸겠지 생각하며 댓글들을 보니 맨 "힘 내세요" 이상의 말은 거의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뭐라더라(정확하게 옮기면 안 되니까) 힘 내세요 이상의, 글 올린 이의 삶 전체를 비극으로 만들어 버리는 위로의 말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위로를 듣자고 블로그에 공개 글을 올리는 건 아니지 싶은데,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오래 되고 유명한 블로그라 마음을 나누는 이웃들도 꽤 계시지 싶었는데 맨 '힘 내세요'라.. 다행히 블로그 주인장께서는 그 댓글들에 3자인 나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알기로는 오래 된 블로그라 마음을 나누는 이웃들도 꽤 계시지 싶었는데 맨 '힘 내세요'라..

글쓴이의 뜻을 헤아리는 바 없이 쉽게 내뱉는 이런 한 마디가 그저 소소한 공감을 바라는 글을 비극의 글로 만들어버리는 뜻밖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 댓글들로 처음 느꼈다 (아... 어쩌면 비극이 묻어나는 글이었는데 내가 단순 공감을 바라는 글로 오해 했을 수도?) - 어쨌든 내 견지에서 계속 이야기 하면 '힘 내세요'는 내가 정의 하기로는 공감의 말이 아니라 나름 위로의 말이지 싶은데... 그건 그렇고 내 상념은 이제 위 블로그와 관계없이 '힘 내세요'라는 위로 아닌 위로의 말로 건너간다

힘 내세요!

혹 그것이 위로의 말이든 공감의 말이든 상관 없이 나는 단 한 번, 현실에서 이 말을 위로랍시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말 하는 그 입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하소연 했던 내 입도 같이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위로를 느끼기는 커녕 분노에 치를 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 후로 그 사람 앞에서는 일체 입을 열지 않게 된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어쨌든 힘 내세요는 내가 정의 하기로는 공감의 말이 아니라 나름 위로의 말로 분류 되지 싶은데

'힘 내세요'가 왜? 

물론 힘 내세요가 위로가 되는 경우도 있다 - 사소하다면 사소 하달 수 있는 실망이나 손실을 겪었을 때, 예를 들어 볼링 게임에 지고 있어 웃음과 동시에 약간의 실망에 빠졌을 때 또는 오늘의 업무가 과다해 육체적으로 지쳤을 때, 주먹을 살짝 들어올리며 미소와 함께 '힘 내세요" 한 마디는 청량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이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겨 손 슬 여지도 없이 삶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사람에게 '힘 내세요'? 이럴 때에 당사자는 상대가 말 하는 바로 그 힘 내서 죽으려 해도 더 이상 짜 낼 힘이 없는데 마치 힘이란 건 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저절로 솟는 것인듯 힘 내라고 한다. 임종의 침상에 있는 사람에게 '죽지 마, 좀만 더 살자, 힘 내'? 


이처럼 아무 것도 할 힘도 여지도 없는 상태에 빠진 사람에게 '힘 내세요'란 말은 단 한 조각의 공감도 진심도 없이 그냥 자신의 일이 아니니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가장 좋은 말을 던져주고 그 순간을 피해보려는 의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즉, '힘 내세요'라고 쓰고 '아아~ 귀찮아 관심 없어'라고 읽는다, 인 것이다

 '힘 내세요'라고 쓰고 '아아 귀찮아 관심 없어'라고 읽는다, 인 것이다

위로보다 공감이 먼저다

어쨌든 한결 같은 내 생각은 공감을 바라는 사람에게 섣부른 위로는 필요 없고 위로가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공감이 전제되지 않은 위로는 약 올리기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 어쩌면 사람들은 (나 역시) 사람들의 말과 글에서 공감이 필요한지 위로가 필요한지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아니 대부분의 블로그 독자들은 글쓴이가 무엇을 말 하려는지 판단할 만큼의 관심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 그렇다면 그 글을 읽어도 읽어도, 그 말을 들어도 들어도 공감이 안 되다면 아예 위로의 말 같은 건 포기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굳이 무엇이라 말을 건네고 싶다면 공감을 전제로 했나를 먼저 돌아보면 되지 않을까?

상황에 맞는 위로가 필요하다

혼자 남의 댓글에서 발끈해서 이런 저런 생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중구난방 떠돌던 공감과 위로에 대한 스스로의 입장이 정리가 된 느낌이다. 

1.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먼저 공감하라

2. 공감이 없는 위로는 가짜다

3. '힘 내세요'는 상황에 따라 상대의 분노를 돋울 수 있다 - 약 올리기다

4. 상황에 맞지 않는 위로는 사소한 일을 비극으로 확대해석하게 할 수 있다

5. 공감이 안 되면 차라리 위로의 말을 건네지 마라

위로보다 공감이 먼저다

서두에 언급한 블로그에는 나름 진심을 담아 낯선 사람으로서 쓸 수 있는 만큼의 공감을 남기긴 했지만 - 적어도 '힘 내세요'는 안 했다 - 손톱만치라도 그 공감이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글 쓴 분이 공감 따위 바라지도 않았는데 내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일 수도 있고. 어쨌거나 그 글을 계기로 평소에 마음에 걸려하면서도 정리가 되지 않았던 작은 생각 하나를 확실하게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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