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만성구토의 원인과 해결 - 사료와 수분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내 고양이 철수가 한 마디로 어릴 때부터  만성구토에 시달려 왔다고 할 수 있는데 99%의 토사물이 사료모양 그대로 때로는 식도의 모양 그대로 원통형으로 굳어진 형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둥이 동생인 경철고양이가 별다른 이상을 보이지 않아 개체의 특성이려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올겨울 들어 문제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느낌에 오래 꺼졌던 전구에 갑자기 불이 들어오듯 짚이는 바가 있어 '고양이 사료'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세히 공부 할 기회를 가졌는데 결론적으로 철수 고양이의 경우에는 건사료가 소화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 소화불량성 구토

고양이가 직접 먹이를 살 수 있다면 아마도 쥐를 살 것이다

이 말은 여러 글을 통해 읽었던 적이 있고 심지어는 이런 제목을 가진 책까지 발간 될 만큼 유통되는 고양이 사료(개 포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전문가들이 많다. 어떤 고양이들은 사람이 먹고 남긴 음식만 먹고 살아 가거나 배가 고파 김치를 뜯어먹는 길고양이가 적잖이 눈에 띄기도 하는 만큼 사료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이 한 편 껄끄러운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내고양이의 건강을 지켜야 할 사료가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면 어느 부분 짚지 않고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는 원래 물을 마시지 않게 설계 된 동물이다

그리고 내 고양이는 물도 잘 마시고 토하는 일도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데 무슨 소리야? 하실 집사님들을 위해 긴 설명은 될 수 있는 한 삼가하겠지만 만일 나와 살고 있는 내 고양이가 소화불량으로 보이는 구토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집사의 책임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만일 고양이가 철수와 비슷한 구토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 글을 유념해 읽어보시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는 원래 물을 마시지 않게 설계 된 동물이다

집사들이 가장 먼저 이해 해야 할 것은 고양이는 원래 육식 사막동물이어서 사냥한 고기를 통해 에너지와 필요 수분을 100% 섭취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요즘의 생활, 식이환경에서 물을 따로 마시지 않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온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양이가 주로 사냥해서 섭취하는 동물들은 대개 무게의 70~80%가 수분으로 구성돼 있어 고양이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수분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반면 시판되는 건사료는 수분 함유량이 6 ~10% 사이이므로 고양이가 필요로 하는 수분량을 모두 채우고 딱딱한건사료를 부드럽게 불려 소화 시키려면 건사료 섭취량의 3배 가량의 물을 따로 마셔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건사료를 주식으로 삼는 대부분의 집고양이들이 이 만큼의 물을 따로 마시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내 고양이들은 몸이 필요로 하는 수분, 부족한 수분에서 오는 각종 질병은 차치하고라도 건사료의 소화를 위해 필요한 수분은 어디서 보충할까? - 바로 고양이 자신의 위액, 체액이다

건사료 소화를 위해 소모되는 고양이의 체액

사료를 불리는 일은 어린 고양이들을 먹여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해 본 일이겠지만 나는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는가' 보다 내 고양이 철수가 건사료 소화를 위해 그 동안 얼마나 고군분투를 했는가를 알고 이해하고 싶어 실험을 해봤다

고양이 사료 불리기

한 종이컵 가량의 사료에 동량의 물을 붓고 3분이 지났다 : 오전 7시 32분 사료의 색이 조금 옅어지면서 수분을 흡수하기는 했으나 거의 원래 형태 그대로다. 이 후 수시로 사료가 불려지는 상태를 확인하다가

고양이 사료 불리는데 걸리는 시간

아직 사료의 가운데 부분이 덜 불려지긴 했으나 소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제형으로 변했다고 느낀 시점 : 오전 10시 21분 - 세 시간 가량 걸렸다

 

이 간단한 실험의 결로은,  고양이가 건사료를 섭취한 후 즉시 최소한 사료와 동량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딱 그만큼의 물을 자신의 몸에서 가져와 소화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고 물을 따로 보충해 불리는데 걸린 시간이 3시간이라면 저 작은 고양이가 그에 필요한 물을 체내에서 끌어다 불리고 소화를 시키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가 눈에 보인다.

사람도 식사 중이나 후에 적당한 수분의 섭취가 없다면 소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듯이 건사료만 먹고도 거뜬히 소화를 해내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내 고양이 철수는 이를 몹시 힘겨워하는 개체인 것이다 - 그리고 이것이 만성적이고 잦은 구토의 원인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건사료에는 적게는 30% 많게는 50% 이상의 탄수화물이 함유돼 있는데 탄수화물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고양이에게는 이 또한 소화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문제를 씹지 않고 삼키는 고양이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고양이는 커다란 고기 조각을 송곳니로 찢어 어금니로 씹도록 진화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작고 딱딱한 음식은 잘게 씹어 먹기가 매우 어려운 치아 구조를 가지고 있어 건사료의 대부분을 씹지 않고 삼키는 것은 거의 당연한 일로 봐야만 한다.

건사료를 토하는 고양이에게 무엇을 먹여야 하는가?

건사료를 토하는 고양이에게 무엇을 먹여야 하는가?

영양학적인 분석과 비판은 제외하고 충분한 수분섭취만을 위주로 보면 생식이 가장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것을 실천하기는 그에 따르는 비용과 관리에의 노력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차선책으로 습사료가 있다. 대부분의 습사료가 60~80%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건사료 없이 습사료를 주식으로 삼는다면 고양이는 따로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 티비 방송에 출연한 수의사가 "고양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습사료만 먹이는 것이다"고 말 한 바도 있다. 그러나 다묘 가정의 경우 습사료를 주식으로 삼기에는 그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다 - 내 고양이 두 마리가 하루에 먹는 습사료가 6~7캔인데 한 달로 따지면 비용적 부담이 적지 않다 -

 

이럴 때의 대안으로는 건사료를 물이나 육수에 불려주기가 있다 (습사료를 절대로 먹지 않는다는 고양이들도 있다 - 이런 경우에 개인적인 짐작이지만 물도 많이 마시고 소화력도 강해 소화불량성 구토를 하지 않는 고양이일 것이다) 만일 구토를 하면서도 건사료만 고집하는 고양이가 있다면 위의 실험처럼 사료를 불려서 먹일 것을 권장한다 : 불려서 주는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들이 더 많지만 안 먹을 때는 한 두끼 정도 굶기면 먹을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 물론 굶기는 동안의 마음 아픔은 오로지 집사의 몫이지만...

물에 불린 건사료를 먹는 고양이 1

<불려진 사료를 먹어줄까 실험을 위해 물그릇 옆에 놓아 뒀더니 어느 새 경철 고양이가 다가와 꽤 많은 양을 먹어 주었다>

내 고양이 형제가 습사료만 섭취한 후 생긴 변화

건강 상태에의 변화를 식별하고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은 없으므로 눈에 보이는 변화만 기술 하자면,

[장점]

1. 철수의 만성적이고 습관적이던 구토가 완전히 멈췄다 - 건사료를 완전히 끊은지 보름이 됐는데 그 동안 한 번도 구토를 하지 않은 것은 획기적인 개선을 보이는 것이다

2. 감자의 생산이 늘었고 맛동산이 적어졌다 - 철수의 변비 증상이 사라졌고 거의 개처럼 많던 대변의 양도 확연히 줄었다. 건사료가 있었을 때 감자 생산량은 두 녀석 합쳐 평균 6개, 요즘은 평균 8 ~10개  : 이 전에 하루에 한 두번 정도 마시던 물을 전혀 따로 마시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변의 양이 많아졌다

3. 남겨서 버리는 음식이 없어 아깝다는 생각이나 낭비에 관한 죄책감이 사라졌다

 

[단점]

1. 비용이 부담스럽다 - 주식캔 80g들이 하나에 아무리 싼 것을 골라도 천 원 한 장으로는 절대로 살 수가 없고 2, 3천 원이 넘는 경우도 많은데 두 마리의 고양이가 한 달에 필요로 하는 캔의 수가 180~210개다

2. 공복을 자주 호소하며 보챈다

3. 고양이 기호에 맞는 캔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물에 불린 건사료를 먹는 고양이2

<어쩌면 구토쟁이 철수 고양이도 먹어보고 싶은데 경철 고양이가 사나운 눈길을 보내 시식할 엄두를 못 내는 듯 보인다. 이렇게 비교적 입맛이 까다로운 고양이 형제가 불린 사료에 입을 댄다는 것은 다른 까다로운 고양이들에게 통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사실 고양이 사료에 대해 공부한 바를 자세히 옮기고 싶었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무시 못할 부담감을 줄 수도 있고 또 어떤 분은 심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에 오늘은 당장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이 어수선한 글로나마 도움을 받아 고양이 구토, 소변 문제를 해결하는 집사님이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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