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병원 방문 후 집에 있던 다른 고양이가 하악질을 할 때
둘 이상의 고양이가 사는 집에서는 그 중 한 고양이가 아파 혼자 병원에 다녀오는 일이 종종 생기기 마련인데 그 때마다 곤란하기 짝이 없는 일은 집에 남아있던 녀석이 병원에 다녀온 아픈 고양이에게 하악질을 하고 심지어는 손찌검까지 행사하는 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내는 관문이 또 하나 남아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묘 가정에서는 매우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아픈 것도 서럽고 몸도 괴로운 데다 그토록 싫은 병원에 다녀온 것도 분하기 짝이 없는데 집이라고 돌아오니 믿었던 형제자매가 하악질에 손찌검이라니! 이런 경험은 아픈 고양이에게 엎친데 덮치는 격의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다.
이런 현상은 매우 단순한 이유에서 일어나는데 한 고양이가 한 동안 영역을 떠난 것 자체도 문제가 되지만 몸 구석구석 잔뜩 묻히고 온 낯설은 냄새에서 좋은 것을 연상할 수 없기 때문에 돌아온 고양이를 더 이상 이 전의 정답고 익숙했던 형제 또는 자매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형제자매를 못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변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응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 함께 가기
만일 상황이 허락한다면 두 고양이가 함께 병원에 가면 후유증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으며 이 방법은 병원 출입에 익숙하게 만드는 연습이 되기도 하고 늘 의지했던 형제자매가 곁에 있는 것이 아픈 고양이에게 낯선 장소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방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일석이조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한시적인 공간의 분리
만일 고양이가 너무 많아 모두 데려 가지 못한다거나 둘이라 해도 사정이 허락하지 않을 때는 아픈 고양이가 '입원실'로 쓸만한 공간을 마련해 화장실등 필요한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두고 병원에 다녀온 후 곧바로 그 방에서 아픈 고양이가 쉬도록 해 줌과 동시에 집에 있던 고양이의 스트레스도 예방할 수 있다. 그 사이에 서로의 방석(병원에 가져갔던 방석과 집에 있던 방석)을 문질러 냄새를 섞고 교환해 달라진 냄새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서로 전혀 낯설은 고양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필요한 시간은 대개 두 시간에서 길어도 이틀 정도면 낯선 냄새를 날리고 다시 서로 익숙해지기에 충분하다. 만일 고양이들이 흥분상태라면 캣닢이나 바흐 플라워 에센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시 같은 공간에
아픈 고양이의 상태가 호전되는 모습이 보이면, 만일 마취를 했다면 마취가 완전히 풀리고 기운을 차린 후에 문을 살짝 열어주고 고양이들끼리 대면하게 해도 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집사가 고양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 안 되며 완벽한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집사의 흥분이나 불안은 고양이들에게 그대로 전염이 되기 때문이다. 별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언제나처럼 두 고양이와 함께 놀이를 시도하거나 좋아하는 간식을 같이 먹게 함으로써 평상을 회복하는 시도를 하면 금새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