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가 10월 2일이었다.
한 달 20일 동안 먹은 약이 전혀 듣지 않아 또다시 귀지가 폭발하고 집사가 귀를 한 번 닦아 준 뒤였다. 이 때부터 이 아이는 침대 밑에 슴어 지내기 시작했는데 고통이 시작 돼서 그랬다는 걸 집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사진의 귀부분만 확대해보면 이개혈종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는데 두 눈 멀쩡히 뜨고 못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틀 후 10월 4일에 집사 혼자 병원에 다녀왔던 날 저녁에 눈에 띄어 그날로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에 드나들고 매일 두 번씩 약 먹이다 소독까지 하게 된 지가 벌써 열흘이다. 그 사이 두 번은 안정제를 미리 먹고 간 그 기운으로 진료를 받았는데 오늘은 선생님이 실밥을 풀어보겠다 하셨다. 집사는 이미 금요일에 "싫은데요" 했지만 선생님 치료 계획이 그렇다면 따를 수 밖에 - 그래서 오늘 (월요일)다시 진정제를 맞고 실밥 풀고 다시 두 개 꿰매고 비몽사몽 제 정신이 아닌 고양이가 되어 돌아 왔다
이 아이 비몽사몽 돌아오면 일단 제 영역부터 살펴보러 돌아다니기 때문에 비틀거리며 돌아다니지 못하게 만들 집사가 내 꾀 아닌 꾀 - 밥 퍼먹이기. 이 아이는 약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면 눈에 보이는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일단 먹으려 든다 (이에 관한 이야기 -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수술 후 마취에서 깨기도 전에 내 고양이가 한 행동) 이 아이들이 먹지 않는 캔 중에 유일하게 연어캔이 있는데 이럴 때 들이대면 백발백중이리라 - 아니나다를까, 본의 아니게 이렇게 요염한 자세로 마치 며칠 굶은 아이처럼 먹어주신다.
자꾸만 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먹으니 제 이모가 그릇을 들어주니 그릇 뺏아 간다고 지롤하는 듯한 앙칼진 표정으로 따라 붙는다
코를 찡그려 가며 한 캔을 다 먹었다 (들고 있는 이모 팔 빠질 뻔 했을 것이다) - 80g 한 캔을 평소에는 둘이서 반씩 나눠 하루에 6끼 먹는 아이들인데 오늘 이 아이, 한 자리에서 얼마나 먹었게? 두! 캔! 160g
두 캔을 먹고서도 또 다른 곳에서 먹을 것 냄새가 나니
기가 막히게 그 쪽으로 기어간다. 저것은 철수만 먹지 경철은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이빨과자로 사람으로 치면 각설탕 만한 크기로 이런 상태에 있는 아이가 먹으면 곤란한다
그래서 얼른 역시 평소에는 좋아하지 않는 건사료를 들이댔느니 저 꼴을하고 그릇에 얼굴을 처박는다
그릇이 넥카라에 걸려 밀려가니 저런 움직임으로 따라가며 먹어대던 모습을 보다 못한 이모의 "야아야, 그만 먹여라"라는 걱정을 듣고 집사도 제 정신이 돌아와 그릇을 뺏았다. 대신 물그릇을 들이대니 그건 또 아니란다. 물은 제 정신이 아니어도 싫은 것이 고양이 삼신이다.
이모도 가고 배 터지게 먹고나니 이제 정신이 좀 돌아오는지 바구니에 몸을 반만 걸치고 들어 앉아 이쪽을 바라보는데 그 모습이 또 얼마나 요염한지!
문제는 오늘 또 잠 자기 전에 소독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선생님 말씀이 열어놓았던 곳을 다시 꿰맸기 때문에 귀 끝쪽으로 다시 물이 차오를 수 있다던데 소독하고 잠 잘 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시 귀끝이 빵빵해지고 있어 이걸 이에 어떻게 빼야 할지 다시 속이 상하고 난감해진다... 내가 실밥풀지 말라고 했지!? 라는 원망까지 생기는데 한 번 믿고 맡긴 선생님에게 나는 원래 별 말 안 한다, 전문가는 전문가니까.
[이 고양이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포토제닉한 모습으로 나오지는를 아는 것이 아닐까?]
이제 새로 꿰맨 곳이 아려서 소독을 하면 더 지롤을 할텐데...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하나 정말 끝이 날 것만 같지가 않다. 아이 귀 색깔이 전혀 나아가고 있는 걸로 보이지가 않으니까 말이다.
[얼마나 그루밍이 하고 싶을까, 저렇게 넥칼라가 축축하도록 그루밍을 해댄다. 그래서 집사는 강아지용 눈꼽빗을 사서 매일 그루밍을 대신 해주고 있다]
귓병 사태는 지난 8월 초부터 시작 됐으니 만 세 달이 다 되어간다. 때마침 이 때부터 내가 잠시 관계했던 어떤 곳에 완전한 사이코패스가 하나 나타나 물색없이 휘젓고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아, 이제 내 운은 이걸로 끝인가보다 하게 됐던 시점이기도 하다 - 그래서 내 말은 집사도 이렇게 지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이 아이는 어떨까, 그리고 철수는 또 어떨까 하는 생각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약을 먹이고 이렇게 많은 진정제를 맞아도 되는 것인지... 병원에 갔을 때 진정제 맞지 않은 것은 딱 두 번 뿐이었다. 그것도 안정제를 미리 먹고 갔기 때문이고 이 전에는 안정제를 먹고도 마취도 하고 진정제도 매 번 맞았었다.
이 녀석이 오늘은 무슨 약을 먹었는지 취하는 자세마다 이렇게 요염하기 짝이 없다. 그래, 아무리 힘 들어도 너희들이 있어 내가 산다. 그런데 다시 부풀어 오른 저 귀를 어떻게 소독하지? 고양이 집사는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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