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사, 손에는 피가 철철~

문제는 이렇게 말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이 고양이다. 금요일 진찰에서 선생님께 오더 받은 것은 하루에 두 번 소독하기! 돌아버리겠다, 하루에 한 번도 난리법석이 나는데 두 번이라니!

맑은 눈으로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이 녀석 신기한 것은 병원에 다녀오면 스트레스 때문인지 밥을 무지하게 먹어대는 것이다. 어쩌면 안정제 때문에 살짝 제 정신을 놓은 탓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 동안 아프느라고 살이 제법 많이 빠졌는데 (고양이에게 400g이라면 많은 것)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코를 찡그려가며 밥을 먹는 고양이

이 날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환묘용 캔을 좀 모자란 듯이 해치우더니 건사료를 반은 밖으로 내던져가며 먹어대길래

나란히 밥을 먹는 고양이 형제

제 형과 나란히 밥을 차려주니 또 드신다. 그런데...

밥 먹다 제 풀에 놀라 뛰어가는 고양이

밥을 먹다 말고 이렇게 후다닥 뛰어 캐리어 속으로 숨어버린다. 

달아났다가 다시 와서 밥 먹는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형 고양이

그리고는 잠시 있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나와 밥을 드시니 옆에 같이 먹던 제 형을 "저기이 미쳤나~"하는 눈길을 보낸다

밥 먹다가 집사 눈치를 살피는 고양이

그러면서도 내내 집사 눈치를 살핀다. 뒷다리의 자세도 마음이 편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진 찍는 집사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는 고양이

"니 왜 자꾸 남 밥 먹는데 알짱거려?" 불만과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집사를 야리고는

무엇인지 생각에 잠긴 하얀 고양이

다시 몇 입 먹다 잠시 생각에 빠진 듯 보이더니

다시 후다닥 달아나는 고양이

또 다시 호다닥! 이제 아예 침대 밑에 들어가 자리를 잡아버린다

침대 밑에서 자다가 카메라 플래시에 눈을 뜬 고양이

아까 제 정신 아닐 때 많이 먹었으니 억지로 따라가서 그릇 받들고 엎드려 있지 않아도 되겠다, 생각하고 내버려 뒀더니 역시 병원에 다녀온 날은 무엇인가 개운한지 편안히 잠을 자다가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 하니 눈을 뜬다 "왜?" "아, 아이다, 걍 자구라~"

고양이 집사가 먹은 하루 단 한 끼

그리고 집사는 오후 4시 30분에 이 날의 첫밥이자 마지막 밥을 이 꼴로 먹었다. 양념해 판매하는 가루김에 버터에 구운 고기 한 조각. 고기도 그나마 전 날 무슨 생각인지 냉동실에서 꺼내 놓아 우연히 운이 좋아 먹을 수 있었지 만날천날 잊어버려서 고기나마 얹어 먹는 식사는 하늘에 별따기다. - 이 글을 쓰는 방금도 경철은 건사료를 먹다가 귀신이라도 본듯이 급하게 침대 밑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개혈종고양이 귀 소독하기

그리고 토요일 아침, 선생님 지시대로 하루에 두 번 소독을 하려면 아침밥 먹이고 시작을 해야 저녁에 12시간 시차를 두고 2차 소독을 할 수 있다는 계산에 약도 먹일 겸 소독을 시작했다. 제법 피딱지도 닦여 나오고 약을 한 번 뱉아내는 쇼를 한 후 두 번 만에 먹이기를 성공한 다음 거즈로 귀를 말린다고 토닥토닥하고 내려놓으니 어라? 선혈이 닦여 나온다. 내가 또 아이에게 상처를 냈나? 가슴이 철렁한다

고양이 송곳니에 찔리 집사의 손가락에서 피가 철철

그런데 아이는 미처 살필 새도 없이 이미 침대 밑에 들어갔는데 시뻘건 피가 주루룩 다시 그릇에 떨어진다, 그렇다면 이 피는 카메라가 흘리는 것은 아닐테고 집사 손에서 나는 피인 게냐? 그제서야 내 손가락을 들여다 보니 피가 손가락을 타고 철철 흘러내린다 - 약 먹이다 경철의 송곳니에 찍힌 것이다. 이 정도는 다반사다. 꼭 눌러 지혈을 한 다음 마데카솔 바르고 일회용 밴드 잠시 감아두면 된다

미아모아 캣 스낵 추르[간호사 누부야가 선물로 주신 추르, 세 박스를 받았는데 사진에는 두 개만 찍혔다. 기호성이 크게 좋지는 않지만 독일 제품이라 이거 좀 먹어주면 아예 바꾸고 싶다. 아무튼 감사히 잘 먹고 있습니다~]

정작 문제는 아이가 마음놓고 밥을 먹지 못하고 저렇게 귀신 본 듯 뛰어다닌다는 것인데 지금 먹는 약이 매일 소염제, 병원 갈 때마다 안정제이기 때문에 철수가 먹는 영양제를 같이 먹이면 약이 너무 많을 것 같고 빨리 저 귀가 나아야 철수 영양제를 같이 먹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귀의 색은 나아지는 것 같지가 않고 하루가 일 년만 같다. 이러니 집에 장기적으로 아픈 사람이 있는 가족이 정신적으로 쉽게 붕괴 되는 이유가 짚어지는 것이다. 사람 간호라면 더 못할 짓 아닐까, 이렇게 위로를 하며 방금 전 소독에는 닦여 나오는 오물도 적었고 아이도 한결 편안하게 행동 했기에 언젠가는 저 넥카라 벗어던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기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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