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어디쯤서 이야기를 끝냈더라... 한 달 20일 동안 약을 먹고 병원에 두 번 갔었던 것까지 이야기를 했었나 싶다.
사실 선생님은 한 번 더 오라고 하셨지만 갈 때마다 그 성질 때매 안정제를 맞춰야 하고 집에 와서 내내 비틀거리고 집에 남아 있던 철수란 놈은 그 넘대로 "이 고양이가 웬 건가~" 싶은지 경철이가 있는 방에도 들어오지 않고 거의 밥도 먹지 않아 선생님께 이러저러 해서 병원 더 안 갔으면 좋겠다, 했더니 선생님도 그렇잖아도 다 낳아 보이니 약만 더 먹이면 괜찮아질거라 하셨다.
그래서 2주 동안 2번 병원가고 2주치 약 먼저 타놓았던 건 먹여보니 설사를 하는 것 같아서 (사실은 약 먹이고 보상으로 준 츄르 때문이었다)다른 약을 20일치 더 타오다 보니 2주치 약이 남아 돌게 됐는데...
그런데 약을 먹이면서 드는 느낌이 병이 낫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생제가 병을 그저 누르고 있는 것이지 치료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를 않는 것이었다 - 그래서 할 수 없이 설사 떄문에 못 먹이고 두었던 약가지 궁여지책으로 계속 더 먹였다. 그렇게라도 약을 더 먹어 낫기를 바라면서 - 그리하여 선생님은 치료 기간을 한 달로 잡으셨지만 약은 한 달 하고도 무려 20일을 먹었다.
그 결과
이렇게 돼 버렸다, 침대 밑 고양이... 아예 나오지를 않는다
누가 보면 집사가 고양이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저러냐고 욕울 하지 않았을까... 실은 약이 끝나자 마자 다시 귀지가 폭발하여 이 전에 사 두었던 귀약으로 청소를 한 번 한 것인데 그것이 결정적으로 이 아이를 침대 밑에 가두는 결과를 불러왔다 - 고양이, 그것이 얼마나 싫고 무서웠던지 똥 싸고 오줌 싸고 사람처럼 "놔라, 놔라" 소리를 지르는데 이러다 아이 죽이는 거 아닌가 겁이 나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그렇게 귀청소를 한 청소 덕분인지 한 열흘 조용히 지내다 오늘 또다시...
덕분에 장남 고양이 철수는...
누가 봐도 우울증이다. 틈만 나면 여전히 징징대며 무릎을 파고 들지만 경철이와 한 판 약 먹이느라, 귀 청소 하느라 전쟁이 나면 아예 이렇게 조용히 구석에 숨어있곤 했다
아예 아래에 바구니와 담요 그리고 종이상자까지 넣어드렸다. 저를 괴롭히는 집사가 꼴 보기 싫어 저리도 피하시는데 어쩔 것인가... "왜 또?!" 하는 눈빛이다. "아, 아녀요, 식사 하시라고요~" 하고 물러나니
철수가 밥 다 먹고 비킬 때까지 침대 밑에 버티고 앉았다가 겨우 기어나오셔서 밥을 드시기 시작하는데 (다행인 것은 입맛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
먹다보니 뭔가 뒤에서 쎄애한 기분이 느껴지던가 슬쩍 돌아보더니
"우이씨, 밥 맛 똑 떨어졌네" 머리를 흔들며
다시 향하는 곳은
두 말 할 것 없이
새로 살림을 차린 침대 밑이다 - 이로써 침대 아래 생활이 열흘이 넘었는데, 오늘 또다시 귀지가 터져 혼자 하악질을 하고 돌아다녀 다시 귀청소를 했으니 어쩌면 다시는 침대 밖으로 나오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월요일에는 병원에 가야겠다 생각하고 오래 돼 문도 잘 닫히지 않아 불안했던 케이지를 새로 주문했다. 케이지도 젠장, 마음에 드는 것은 20만 원이 넘는다. 그 돈이면 아이 일주일 병원 다닐 돈인데... 평범하기 짝이 없는 가짜 닥스무늬 가방형으로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넘의 귓병, 진드기가 생긴 것이라면 금방 잡히는데 이렇게 세균과 곰팡이 같은 것이 생긴 탓이라면 그리도 오래 끈다고, 심지어 내내 치료하고 있다는 후기들을 읽어 그래, 나만 겪는 일은 아니야... 위로를 하며
[희망 제습 35%]
혹 집구석이 너무 습해서 (이 집은 겨울에 창문으로 물이 줄줄 흐를만큼 습한 집이라) 습도가 곰팡이 균에게는 더더욱 안 좋다길래 24시간 내내 제습기 돌리고 있음에도 그리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경철 고양이의 귓병 이야기는 당분간 계속 될 듯하다 - 고양이 약 먹일 일 있는 분 내게 오시오, 내가 이제 선수가 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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