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단촐한 세 식구의 일상에 (기대하지 않았던) 많은 일이 있었다. 자세히 설명 할 수는 없지만 그 중 첫째는 일종의 고양이 스칼라십? 이건 이유도 없이 그냥 이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주어졌다, 존재에 대한 보상? 이런 것도 있구나 할 만큼 그저 놀랍기만 한 일이었는데
[경철 고양이의 표정이 집사의 후덜덜~을 잘 말 해준다]
아이들 먹을거리, 용품 등 그 동안 속 시원히 듬뿍 사 들이지 못했던 걸 주문하고 또 주문해도 남고 또 남아서 확인하는 손가락이 진짜로 후덜덜. 새삼스레 내 고양이 형제, 더 예쁘고 더 건강하게 보살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에 또 한 번 후덜덜~~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누리고자 추임새를 넣어본다 에헤라 디야~ 어얼쑤!
지금부터는 두 번째 일,
아침에만 해도 철수는 이런 신세였다. 스크래처를 하나 만들어 주자는 생각에 창고 깊숙히 처박혀 있던 판때기를 찾느라 온통 헤집어 놓으니 즈들 오래 된 장난감이 든 시커먼 비닐 봉지를 찾아내서 덥지도 않은지 이렇게 머리를 처박고 한참을 부스럭대며 엎드려 있다
"철수야, 나오너라. 안 덥나?"
"덥다!"
봉지에서 빠져나와 멍하니 앉은 옆모습에서 심심함이 뚝뚝 떨어진다, 미안타...
오후, 우체국 아저씨가 다녀 가셨다. (이 이웃 아짐, 자기 말 하지 말라셨으니 안 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 반드시 대가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꼭 말 하고 싶다) 상자가 어찌 가벼워 "그랴, 본인 말대로 별 것 아닌갑다~"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풀었더니
경철 고양이 표정 봐라 "세상에 이기이 다 머꼬?"
고로롱 닷컴의 저 동결건조 제품만 해도 돈이 얼마냐~? 틀림없이 그 댁 남매들 것 한 세트 주문 하면서 반을 뚝 잘라 보낸 것이야! 가아들이 다 인지를 못해서 그렇지 알았으면 얼마나 분했을꼬~
그 남매야 어쨌든 우리에게는 이게 떨어져가면 불안불안 노심초사 할수 밖에 없는 중요한 것인데 좋으다~ 한 동안 마음 놓고 퍼 먹여도 되게 생겼네~
이런 걸 받고도 실속 없는 철수 고양이, 오랜만에 보는 빠닥종이에 홀릭 돼 침을 질질 흘린다
"야아야~ 이거 함 봐라, 이거이 니 꺼다"
"이거? 뭔데?"
혹여 도망이라도 갈 줄 알았나 손으로 꼬옥 누르고 잠시 킁킁 탐색을 하시더니
확인 즉시 꼭 끌어안고는 뒷발질 대작렬. 그런데 고양이들은 왜 좋은 걸 만나면 꼭 뒷발질로 애정표현을 할까? - 어릴 때 경철 고양이가 집사 발을 끌어안고 뒷발질 하던 때가 문득 기억 난다. 그런데 철수야, 너 캣닢 쿠션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았어?
이웃 초동이가 캣닢쿠션 끌어안고 뒷발질 하는 거 보고 부러워 했던 게 바로 며칠 전인데 드디어 내 샤꾸가 집사의 뭉친 마음을 풀어주는구마이~ - 그렇다, 오전에 미안 하도록 심심해 보였던 이 고양이의 묘생이 캣닢쿠션 하나로 순식간에 역전!
콧잔등을 찡그렸다 눈을 부릅떴다, 뒤집어졌다 엎어졌다 지롤난리가 났다
"철수야 그게 글케 좋아?"
"응 좋아 좋아~" 눈이 반짝반짝 빛나다 못해 불꽃이 튄다
그런데 사실 사진으로 봤을 때 저 캣닢쿠션이 무쟈게 커보였는데 알고보니 야아들이 그걸 끌어안고는 몸을 있는대로 오그라뜨리고 방정을 떨어대 쿠션이 상대적으로 커 보였던 것, 동시에 놀라운 것은 6, 7kg 고양이 몸이 저렇게까지 작아질 수 있다는 것
아이고오~ 환장을 하고 설쳐대더니 좀 부끄럽긴 한 것이냐? - 얼마나 열심히 뒷발질을 하며 몸부림을 쳤는지 쿠션에 벌써 털이 한 가득 들러붙어있다
오호~ 늘어졌다. 이제 에너지가 고갈 될 만큼 충분히 즐긴 모양이다
미련은 좀 남지만 끙~ 한 손을 짚고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중 - 고양이의 마약질이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야아들은 아무리 침을 질질 흘리고 뒷발질을 하며 난리를 쳐도 절대로 사람처럼 갈 데까지 가지 않는다는 것
이 광경을 내내 별 액션 없이 지켜보던 경철 고양이, 제 몫으로 건네 준 쿠션을 킁킁 탐색 하더니
"이상타, 이거이 뭐가 좋다고 저러는겨?"
"아까 이거 갖고 지롤을 하던데 이건 좀 다른가, 흡흡!"
"이것도 똑 같구만은... 나는 자아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구마이..."
그리고 이건 집사가 받은 선물. 재봉틀로 직접 만들어 보내주신 파우치들이다
이 분은 언제나 안감에 신경을 많이 써서 더 고급지게 만드는데 내 마음에 쏙 드는 마인드다, 잘 안 보이는 곳을 더 신경써서~ 셋 중에 내 마음에 제일 드는 것은 아까부터 맨 위에 두고 사진을 찍는 세로줄 꽃무늬와 갈색 체크무늬의 조합. 좋아하며 잘 쓰게 될 것 같다.
철수야 "고맙습니다" 해야재~
"후아앗! 고맙습니대이~~"
경철이도 인사 해야지~
"웨헤헷! 억수로 기분 좋습니대이~" - 오랜만에 거짓말처럼 좋은 일만 줄줄이 생긴, 집사 개인적으로도 일시적이지만 기분 좋은 일이 또생겨 크고 작은 도합 세 가지의 사건이 사람용 캣닢쿠션도 넘치도록 수확한 듯한 좋은 하루였다
그리고 긴장 되고 걱정 되는 마음으로 요일을 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