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앙, 끼악! 눈치콧치 없이 정말이지 사정없이 큰 목소리로 울어대는 아깽이 두경,
그러면 애미가 여기 어디 있는데...?
역시, 담장 위에 앉은 지영이에게 못 올라와 징징대는 중이었던 것. "지영아 추운데 거어서 뭐 해?" 물어도 눈도 깜짝 않는다
그런 데 저 쪽에서 "어디선가, 누구엔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람처럼 나타난 지봉 고양이, 동생이 담장에 뛰어오를 줄 모르는 것이 안타까웠던지
"두경아, 잘 봐! 이케이케 해서~~어어???" 꽈당! 두 손이 미처 담장 끝에 안착하지 못하고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지영 고양이, "에이그 미련 한 것..." 하듯 머리를 부르르 털더니 외면!
자빠진 충격에서 헤어나 몸을 추스린 지봉 고양이, 그제서야 인간이 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걸 인식 했는지 "다, 다 보고 있었던겨...?" 하듯 올려다 본다. 그래 내가 봐도 쩜 민망할 것 같긴 허네~ ^^;;
안 보이고 싶은 장면들 모다 들켜버린 걸 알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우씨! 창피하게 그런 걸 다 보고 있냐?"며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나
가능한 한 인간하고 먼 데 가서 외면하고 앉는다 "아, 창피하다, 창피하다... 사진 고만 찍고 퍼떡 드가라 할망구야!" 하는 중
떨어진 언니가 걱정 됐던지 조그만 것이 부리나케 언니가 웅크린 쪽으로 달려가
"언냐, 괜찮아? 안 다쳤어? 어디 봐 내가 호오~~ 해 주께" "으, 괜찮아 걱정 마" 마음을 터치하는 자매지정!
"괜찮다 언니야, 살다 보면 그럴 때도 있지 머" 위로를 건네는 두경 아깽이와 "으 그, 그래..." 여전히 민망함이 덜 가셔 보이는 지봉 고양이
두경 "이게 다 저 불 펑펑 터트리는 할망구 때문이다. 내가 다 봤잖아. 울 언냐 원래는 펄펄 날아 다니는데... 눈이 부셔서 그랬재?"
지봉 : 인간을 원망스레 올려다 보며 "맞다. 불이 번쩍하이 마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하더라 카이..."
인간 : "너거들 말이 맞다, 다 내 탓이다. 지봉이는 두경이 니보다 더 어릴 때부터 담장 타고 다녔네라. 나도 옛날부터 다 봐따!!! 불 번쩍해 미안태이~"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아깽이들은 지난 번 세 녀석들보다 어째 늦되는 것 같다. 몸도 더 크고 월령도 더 됐는데...
동생의 위로에 새 힘을 얻었는지 "있어봐라, 내 다시 함 해 보께" 하며 뚜벅뚜벅 담장 쪽으로 걸어오는 지봉이
걱정하듯바라보는 아깽이를 뒤로 하고 다시 점프지점으로! "걱정말고 잘 보고 배우거래이~ 내가 이 담장을 평생 넘어 다녔다 아이가~"
이 번에는 조심스레 이리저리 잘 살피더니 순식간에 휘릭! 성공이다.
이렇게 힘 든 과정을 거쳐 이 쪽으로 뛰어내리고는 또 다시 휘리릭~ 뛰어올라 지 동생 쪽으로 사라지는 모양새를 보니 건너다니는 법을 가르치려 했던 게 틀림없었다는 느낌이 들어 살아 움직이는 동화 한 편을 본 기분으로 힐링을 느낀다
우미니와 일경 아깽이는 잘 있기는 한건지 안 보인지가 한참 됐고 바깥 식구가 불은 것은 틀림없다는 느낌인 것이 평소 4~5일치 밥이 하루만에 휙휙 사라진다. 자주 만날 수는 없어도 밥 주는 재미가 절로절로 난다. 그런데 지영아, 순덕이는 잘 있니...?
지봉이는 한 두 달 사이에 지 애미보다 훌쩍 더 커버려 저거 혹시 숫괭인가 의심이 갈 지경. 함께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포착못해 증명은 못 하지만 정말로 "쟤는 누규?" 할 만큼 덩치 차이가 난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