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밥을 놓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 밑을 들여다 본다. 지하집 문을 닫은 이 후로 차 밑에서는 개미 한 마리 발견 할 수 없었지만...
@@!? 아, 있다, 뭐가 있다!!! "순덕아, 순덕이니?" 일단 똑딱이 불부터 한 방 터트리고. 빙고!!!!!! 순덕이가 틀림 없닷!!!
"순덕아 거기 그대로 있어, 다른 밥 가지고 올게" 며칠간 아이가 보이지 않으니 나름 실의에 빠져 중국집 앞에는 주식캔을 내놓지 않았었는데 순덕이가 왔으니 다시 주식캔을 가져와야 할 터였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집으로 올라와 캔 두 개 다시 털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 수 십 번을 되뇌며 허둥지둥. 다행히 아이는 얌전히 기다리고 있고 밥을 놔주고 한 숨 돌리며 눈을 드니 저쪽 길로 무엇이 호로롱~ 지나간다. 뛰어가는 뒷태가 딱 지영이다.
쫓아가 차 밑을 들여다보니 색깔은 순덕인데 사진에 찍혀 나오는 모습은 고등어다. 그렇다면 지영이가 맞다, 그런데 왜 도망 가서 눈도 안 맞추니???
그래도 십 수 번, 불이 번쩍이도록 도망을 안 가고 그대로 앉아있어 주니 나라서 특별 대접 해주는 걸게다... --;; ( 밥이 없어 돌아다니나 집에 와서 제 밥자리 확인해보니 별로 먹지도 않았다) 지영이도 눈 오던 날 이후로 처음 만나는 거라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기들과 지봉이도 잘 있지?" 지영이 사진을 보고 뜬금 없는 깨달음, 이런 미묘도 역시 밤에 찍히니 표정이 험악하고 얼굴이 그리 예쁘지 않다는 것.
그렇다면 순덕이도 밝은 대낮에 제대로 보면 저렇게까지 표정이 험악하지는 않으리라는 것. 순덕이야 뭐 저렇게 생겨서 더 예쁘지만~
순덕양, 밥 잘 드시고 계시다 지영이 사진 찍고 돌아오니 새삼스레 통통 튀어 달아난다. 지하실집 문을 닫아버린 내게 원망을 표시하는 걸까? 얼른 지하집 문을 확인하니 다행히 닫혀있다.
고마워 순덕아, 가장 춥던 날 쫓겨났는 데도 무사히 잘 있어줘서, 멀리가지 않아서 그리고 날 원망하지 않고 다시 얼굴을 보여줘서 정말정말 고마워~~~ 이제 관건은 지하집 문이 다시 열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순덕이가 나타나는 시각에는 말이다. 내가 문에 손을 댈 수는 없다, 혹시나 아이가 들어있을 때 닫는 일이 생길까봐.
어쨌거나 순덕이가 그나마 잘 있어줘서 "아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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