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7일
순덕이는 집 안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 확실한 듯하다. 지난 밤, 12시 정각에 내려가 주변을 나름 구석구석 살폈지만 순덕이는 커녕 고양이라고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고 건사료만 둔 중국집 밥그릇이 거의 비어 있었다.
"순덕이다" 직감이 말 했지만 절실했던 내 바람이 그리 느끼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 그 밥그릇이 빈 것은 처음인데다, 아침에 확인한 지영이네 밥은 얼어 그대로 있고 순덕이 상자에 밥은 모두 없어졌으니 지영이 가족이 순덕이 밥을 먹은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래서 대신 건사료나마 순덕이가 먹은 것이길...
<드디어 상자에 머리를 디밀은 지영이>
아래 장면들은 아직 맹추위가 닥치기 전인 그저께 오후,
애미가 밥을 먹는 동안 담장을 넘어오지 못하는 두 아깽이가 몹시 삐약대며 우왕좌왕, 카메라를 발견한 두경이는 금새 도망 가버리고 우미니(우억이 미니)는 역시 애비를 닮아 그런가 겁을 내면서도 꽁지 빠지게 달아나지는 않는다
옅은 햇빛을 받고 그림자를 드리운 모습에 저 아름다운 것이 환영은 아니라는 걸 체감한다. 일경이는 보이지 않은지 며칠 됐지만 지영이가 워낙 야무지니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고...
어쩌면 등에 새겨진 무늬가 저리도 찍은 듯이 지 애비 같을까. 딱히 우미니 소식을 올리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순덕이 소식이 올라오지 않아 전화까지 걸려오니, 맨 글만 써 소식이랄 것도 없는 소식 전하기는 궁금해서 오시는 분들께 죄송한지라 아깽이들 사진이라도 바치는 것.
오늘은 좀 더 일찍 나가 다시 대문간에 습식을 놓아봐야겠다는 생각, 이 집이 어차피 지영이 영역이라 순덕이 쉬이 들어오지는 않으리라 짐작 하고 있었기에 집 뺏은 후 그나마 겨우 얻어먹던 밥까지 다운그레이드 시킬 수는 절대로 없는 일 아니겟는가.
그리고 너무나 사소해서 잊었던 이야기 - 옆집 파운데이션 할미께서 내가 붙여놓은 쪽지를 들고 찾아 왔었다. "밖에 무슨 밥그릇?" 이러며 언성을 높이시는데 나는 왜 자꾸 웃음이~ "아, 혹시라도 보면 손 대지 마시라고요~ " "있어야 버리지! 절도오???" 쪽지를 휙 내 쪽으로 던지고 계단을 내려가신다.
그런데 이 장면이 압권이다. 무게감 있는 물건이 내 쪽으로 퍽! 던져졌어야 이야기가 되는데, 깃털 같은 장이 한 장 훌렁~ 제 자리에 떨어지니 던지고도 좀 민망 했을 듯. 할 말이 그것 밖에 없는 겐가... 나라면 조목조목 따져들어 상대를 기절하게 만들었지 싶은데 겨우 이거 하려고 건너까지 오시다니~
"문 단속 잘 하고 지내세요, 고양이 또 들어가요~~~" "아이구..." ㅊㅊ, 이 '아이구' 만 안 하고 가셨어도 덜 딱했을텐데, 무슨 말이라도 마지막 문장만 완성하고 가셨더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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