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덕이를 지하실에 다시 못 들어가게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화장실 가러 나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지하집 문을 열어 놓으면 3분 안에 다시 닫힌다. 열어놓고 마트에서 물 사오면 닫혀있고 열어놓고 중국집 급식소에 밥 주고 돌아서면 닫혀있고 열어놓고 지영이 아지트 돌아보고 오면 또 닫혀있고 열어놓고 큰온냐 골목끝까지 배웅하고 돌아오면 또 또 닫혀있고... 오늘만 4번이다. 바로 그 문 앞에 마침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층 그 아짐이 사는 집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조도 아닌데 귀신같이 알고 번번이 닫아버린다. 아이를 가둬서 죽일 작정인 모양이다.
겨우 이런 꼴을 하고 있는 지하에 - 이 귀신 나올 것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이라곤 달랑 그 아짐네 하나다 - 다리 저는 아이 하나, 곰팡이처럼 먼지처럼 빌붙어 사는 게 그렇게나 배가 아프신가... 다행히 중국집 급식소는 착한 총각들의 협조로 아이들이 낮에도 나와서 밥을 먹는듯 (나중에 알고보니 사람 손으로 싹싹 치워버린 것이었다, 그것도 목사님께서! - 목사님이라 괭이 싫지 말란 법 없긴 하다)
아침에 부어 준 밥이 점심 무렵에 나가보면 없어져 있기도 하다. 중국집 마당에 있는 대형 냉장고 아래에 손바닥 반쪽만한 꼬물이 셋과 어미가 산다면서 아마 그 아이들이 먹었을 것이라고 중국집 총각이 알려준다. 이렇게 착한 청년들이(그 때는 그리 생각했다) 순덕이네 현관문을 자꾸자꾸 닫아 버릴 리는 없고, 온통 순덕이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찹쌀떡 같이 허옇게 파운데이션 처바르신 아짐, 날도 차가운데 어데서 온종일 지키고 계신 모양이다.
순덕이 밥 먹던 빨간 차가 당신 것이라던데 그 속에 엎드려 숨어 계신가... 좋게좋게 말 붙이기도 징그럽다, 이 정도라면 적어도 내 눈에는 싸이코 수준으로 밖에 보이지 않으므로 (이런 말 함부로 하는 것 참으로 오만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내가 저 사람 입장이라면 "싫으니까 하지 말라!"고 명쾌하고 단호하게 잘랐을 것 같아 뱉는 소리다) 그리고 사실, 남의 집 대문에 자꾸 손을 대는 내가 불법을 저지르는 셈이라 더더욱.
그리고 지영이네,
가끔 사진에 보이는 저 골목에 있길래 - 내가 사는 집 뒤꼍으로 저 골목 가운데가 툭 잘려 아랫집 보일러실이 들어서 있고 지붕 급식소가 있다 - 그런가보다 해 왔지만 담을 못 타는 아깽이까지 저곳에 있는 것은 몹시도 신기한 일.
사람 삼신으로 고양이의 호기심을 가진 짐승이 나라는 할망구...내려가 보일러실을 통과해 괭이처럼 엎드려 살펴보니
이웃의 수도 계량기가 내가 사는 집 담밑에서 묻혀있는 웃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 내친 김에 지영이 집을 어디다 만들까 알아보려 이웃으로 건너갔다. - 순덕이가 사는 집은 오른쪽 이웃, 지영이가 사는 집은 왼쪽 이웃 -
이곳과
이 곳에 잔뜩 모여있는 빈 밥봉지, 그렇다면 이 두 곳 중 어느 한 쪽에 겨울 보낼 집을 만들어 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위, 의자 있는 사진의 안 쪽, 계단 아래라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이지만 포근하게 몸을 누일 수 있는 박스 따위가 없어 깔개와 박스 등을 제대로 보충해 주면 아주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겠다, 그러나 가끔 사람 손을 탈 수도 있는 곳이어서 스티로폼 잠자리는 저 쪽, 또 다른 자리에 만들면 되겠다는 계산이 섬. 다행히 이 집은 구조가 특이해서 마당에 볼 일이 있는 사람만 저 계단을 통해 내려오게 돼 있어 저 쪽 편 뒤꼍은 사람의 발길이 전무하다고 봐도 괜찮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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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지영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나는 50년 넘어 살도록 저렇게 이상하고 뭔가 징글징글한 사람은 처음 봄 - 지금은 내가 더 징글징글 이상한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 더럽고 찜찜해서 순덕이가 밤에 나오는 게 보이면 내 손으로 그 문을 닫아버리고 싶은데 나를 따르지도 않는 이 아이가 이 추위에 어디로 갈지 알 수가 있어야지...
2017. 11.21그렇게 놓아 줬던 스티로폼 박스는 - 따로 기록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기억에는 그 얼마 후 눈이 푸지게 오신 날 골목에 눈 치우는 행사에 동참하러 내려갔더니 잘 챙겨져서 대문 밖으로
, 그러니까 분리 수거용으로 나와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아침에 올렸던 사연, 엉터리 방문객 수는 단순한 오류이길 바라고 있다. 혹시나 해서 다음 광고 관리 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아직까지는 전혀 이상이 없어 보이고 방문자 수 대비 수익금을 보니 확실히 뭔가 있었던 것이긴 하다. 정말로 단순한 오류이기만을 바라고 있다.
어제 저녁에 문득 옛블로그의 글들을 이런 식으로 느릿느릿 편집하다가는 죽기 전에는 다 못 마칠지도 몰라, 서둘러! 했었는데 블로그 관련 이런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니 뭘까, 무엇일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컴퓨터를 끌 수가 없고 덕분에 이렇게 아닌 시간에 한 꼭지 편집해다 나를 수 있어 그건 잘 된 일이다 해야할까...
아주 옛날에 내 외할머니가 내 아버지 돌아가시고 벌어진 상황에 놀라 요즘의 진단명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늘 징징대던 만 세 살의 나에게 "애비 잡아 처먹더니 이제 애미까지 잡아 처먹으려 그러냐!" 하셨던 기억과 20년 전 갓 돌아와 옛친구와의 아줌마적인 재미에 빠져 들렀던 점집에서 "당신은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고독해져. 가족도 친구도 팔자에 없어" 했던 것이 요즘의 상황과 오버랩 되고 있다. 기가 유달리 약하고 구설을 잘 타는 팔자라는 말도 더불어 들었었다... ㅎㅎ 웃어야지 우짜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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