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어렵다 어려워~

아침에 창을 여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더니 금새 가늘은 비로 변해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뒤꼍 통로에 놓아둔 바깥 아이들 밥이 젖을까 싶어 작아서 아직 집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던 스티로폼 박스를 지붕 삼아 그 속에 밥을 넣어 뒀다. 그러나 어쩐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 고양이들의 본성을 생각 했을 때 바부 괭이가 아니라면 새로 등장한 저 허여멀건한 물체를 당연히 경계하여 접근하지 않을 듯하여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2

비가 그치자 바로 내려가 밥을 밖으로 꺼내 두기까지 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3

아기들 우는 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아이고야~ 아래로 밥자리를 옮긴 후로는 더 이상 주지 않았던 지붕 위 밥자리에서 지봉이란 냔이 봉지마다 조금씩 남아있던 찌꺼기를 긁어먹고 있다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4

그나마도 먹을 게 있다고 생각 했는지 새끼 먼저 먹으라고 기다리고 앉았는 지영 여사, 저 아래에 5식구가 배 터지게 먹도록 둔 밥은 모니...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5

이깃! 저 물은 그 동안 방치를 해 이끼가 퍼렇게 앉았는데! 누구 탓을 하랴, 제 때 청소하지 않은 인간 탓이다 ㅠㅠ 암 말 않고 냅두면 아랫밥에는 절대로 입을 댈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 보다 못한 인간,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6

"지영아, 저 밑에 것 먹어. 인제 여기 밥 없어~" 같은 대사를 몇 번 반복해 읊조리니 아래를 한참이나 내려다 보는데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7

저 건녀편에서 아깽이들이 빽빽! 울음소리를 높이니 지봉 고양이가 썩은 물 마시다 말고 득달같이 달려내려간다 - 다행이다, 더러운 물 마시기를 멈춰서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8

지봉이 아이들 잘 거두고 있나 확인을 마친 지영이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9

좀 전에 겨우 발견한 밥을 먹으러 내려 가서도 주저주저 주변을 살피길래 "먹어, 지영아. 그거 먹으면 돼!" 했더니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10

정말 당신이 갖다놓은 안전한 밥이냐고 묻는 듯 올려다 본다. "응, 내가 갖다 놨어. 머겅머겅~"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11

아까 지붕 위에서 찌꺼기 긁어 먹은 게 전부인 지봉이, 눈길은 동생들에게 꽂아놓고 못다 채운 배를 채우려 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12

저렇게 잘  먹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진 인간 "지영아 많이 먹고 추우면 옆에 그 박스에 들어가 쉬어~~" 며 말을 붙이는 주책을 부렸더니

낯선 것을 꺼리는 고양이 본성 13

인간이 자꾸만 말을 시키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는 모양이다. "아 쫌!" 하는 것 같아  "미안 --;;"  지봉이도 담벼락 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잘 찾아먹으리라 믿고 오늘의 장면은 여기서 끝.

 

그리고 나서 나중에 인간 혼자 한 생각 - 표면적으로 보면 지영이가 내 말을 알아들어 아래에 있는 밥을 먹은 것 같지만, 사실은 아이들 울음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지봉이 먹고 난 지붕자리에 와서 있는 비닐 다 들쳐봐도 먹을 게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 보채는 소리를 더 듣기 안타까운 애미의 마음, 뭐라도 먹어 젖을 돌게 해야겠다는 모정이 저리도록 가슴에 와 닿은 일련의 장면들이 아닌가 그런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어쨌거나 떡을 할 누무 괭냔들, 스티로폼 박스가 머 어떻다고 저렇게나 낯을 가리고 난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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