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을 여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더니 금새 가늘은 비로 변해
뒤꼍 통로에 놓아둔 바깥 아이들 밥이 젖을까 싶어 작아서 아직 집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던 스티로폼 박스를 지붕 삼아 그 속에 밥을 넣어 뒀다. 그러나 어쩐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 고양이들의 본성을 생각 했을 때 바부 괭이가 아니라면 새로 등장한 저 허여멀건한 물체를 당연히 경계하여 접근하지 않을 듯하여
비가 그치자 바로 내려가 밥을 밖으로 꺼내 두기까지 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아기들 우는 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아이고야~ 아래로 밥자리를 옮긴 후로는 더 이상 주지 않았던 지붕 위 밥자리에서 지봉이란 냔이 봉지마다 조금씩 남아있던 찌꺼기를 긁어먹고 있다
그나마도 먹을 게 있다고 생각 했는지 새끼 먼저 먹으라고 기다리고 앉았는 지영 여사, 저 아래에 5식구가 배 터지게 먹도록 둔 밥은 모니...
이깃! 저 물은 그 동안 방치를 해 이끼가 퍼렇게 앉았는데! 누구 탓을 하랴, 제 때 청소하지 않은 인간 탓이다 ㅠㅠ 암 말 않고 냅두면 아랫밥에는 절대로 입을 댈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 보다 못한 인간,
"지영아, 저 밑에 것 먹어. 인제 여기 밥 없어~" 같은 대사를 몇 번 반복해 읊조리니 아래를 한참이나 내려다 보는데
저 건녀편에서 아깽이들이 빽빽! 울음소리를 높이니 지봉 고양이가 썩은 물 마시다 말고 득달같이 달려내려간다 - 다행이다, 더러운 물 마시기를 멈춰서
지봉이 아이들 잘 거두고 있나 확인을 마친 지영이
좀 전에 겨우 발견한 밥을 먹으러 내려 가서도 주저주저 주변을 살피길래 "먹어, 지영아. 그거 먹으면 돼!" 했더니
정말 당신이 갖다놓은 안전한 밥이냐고 묻는 듯 올려다 본다. "응, 내가 갖다 놨어. 머겅머겅~"
아까 지붕 위에서 찌꺼기 긁어 먹은 게 전부인 지봉이, 눈길은 동생들에게 꽂아놓고 못다 채운 배를 채우려 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저렇게 잘 먹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진 인간 "지영아 많이 먹고 추우면 옆에 그 박스에 들어가 쉬어~~" 며 말을 붙이는 주책을 부렸더니
인간이 자꾸만 말을 시키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는 모양이다. "아 쫌!" 하는 것 같아 "미안 --;;" 지봉이도 담벼락 위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잘 찾아먹으리라 믿고 오늘의 장면은 여기서 끝.
그리고 나서 나중에 인간 혼자 한 생각 - 표면적으로 보면 지영이가 내 말을 알아들어 아래에 있는 밥을 먹은 것 같지만, 사실은 아이들 울음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지봉이 먹고 난 지붕자리에 와서 있는 비닐 다 들쳐봐도 먹을 게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 보채는 소리를 더 듣기 안타까운 애미의 마음, 뭐라도 먹어 젖을 돌게 해야겠다는 모정이 저리도록 가슴에 와 닿은 일련의 장면들이 아닌가 그런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어쨌거나 떡을 할 누무 괭냔들, 스티로폼 박스가 머 어떻다고 저렇게나 낯을 가리고 난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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