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터는 열었는데 별 할 일도 없고 해서 계좌조회를 해보니 잔고가 찌끔 줄어 있다, 머시냐 돈 쓴 일 없는디~ 거래내역을 보니 전기세가 나갔다. 벌써 날짜가 그리 된 게냐... 확인 해보니 진짜 그리 됐다 날짜가! 내게는 날짜가 아직도 열흘 전 10일에 머물러 있다. 10일과 지난 월요일인 13일
지끼고(지껄이고의 대구 사투리) 싶기는 하고 딱히 할 말은 없고 사진으로 장식이라도? 하며 고양이 형제의 장면을 편집하다 보니 어라? 10장이 넘어 버린다, 그러면서 야아들에 대해 할 말만 줄줄이 떠오른다. 그래서 서두에 날짜니 뭐니 운운하며 '사람'카테고리로 또 넋두리를 늘어놓으려 시작했다가 급 '철수와 경철이'카테고리로 바꿔 계속하는 걸로~ 요즘은 추워서 컴터 책상 아래로 이불을 덮고 좌식으로 앉았는데 지금 보이는 이 모습이 철수군의 지정 자세다. 그리고 경철군 어정쩡하게 옆에 와 앉는다, 그리고 이제부터 매일매일 어김없이 반복되는 장면의 시작이다.
서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경철 고양이가 철수 고양이에게 그루밍을 시전 하신다. 참 예쁜 모습이지만 인간에게는 "엉아, 나도 거어 좀 앉고 싶어, 니 쫌 욜라 부러워~" 하는 걸로 보인다. 이 해석이 맞지 싶은 것이 뭔가 두 녀석 모두 하고 싶은 행동이 있을 때 언제나 먼저 행동으로 옮겨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쪽은 철수 고양이인데 그럴 때마다 경철 고양이, 엉아에게 코를 들이밀고 냄새를 맡거나 그루밍을 해주곤 하기 때문이다.
"엉아, 긍까 인제 좀 나와~ 나도 좀 들어가 봐여~" 하는 것인데
어림 없다 철수 고양이, 한 번쯤 생각 해보는 기색조차도 없이 외면하니
아쉬움이 남은 경철 고양이, 책상을 빙 돌아 엉아가 고개를 돌린 쪽으로 와 다시 눈을 맞춘다. 철수 고양이 긴 말 필요 없다고 느낀 건가 "질척대지 마라, 쓰읍!"
다시 한 번 그루밍 서비스를 하면서 엉아를 꼬드겨 내려 하지만 얄짤 없다
"엄니, 나도 저어기 좀 드가고자바여~" 하지만 집사, 고양이끼리의 일에는 부상이 염려되지 않는 한 절대 개입 안 한다
서럽! 세상 의지할 곳 없다 느끼는 눈빛인가...?
이 호랑이 무늬 고양이, 먹는 건 무조건 양보하고 빼앗기면서 좋아하는 자리나 장난감은 절대 양보 안 한다.
철수가 너무 욕심스러운 거 아니야 하겠지만 경철 고양이, 어차피 저 자리가 비어 있어을 때 들어가라고 해도 절대로 안 들어간다. 이런 자세로 졸기도 하고 그러다 정신 들면 빼에~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인간이 드러누워 지한테 팔을 내어달라는 말이다. 그러면 아기처럼 인간 팔을 베고 잠을 자는데 반드시 등은 돌리고 잔다. 이 외에 경철군은 이 장면처럼 그 자리가 탐나기는 하는데 인간의 몸과 너무 밀착되는 건 어쩐지 편치 않아 하는 느낌을 주는 주저 또는 망설임이 늘 있다. 이런 소심함과 의심증이 난청 때문인지 아니면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좀 힘들어 보일 때가 있어 늘 마음이 아프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