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의 길고양이 가족

불쌍한 순덕 고양이가 옆집 귀신 나올 것 같은 지하실에 숨어 산다는 것을 알았기에 며칠 전 비 왔던 날 계단에다 밥을 놔 줬더니 가시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숨어들기만 한다. 제 아지트를 들켜버렸다는 두려움과 위기감이 있어 더 그런 것이겠지만 그래도 만났으니 기념사진은 몇 장 찍자꾸나 잉? 공손히 동의를 구해도 뚜웅~

뒷마당의 길고양이 가족 1

찍지 말란다. 사진에는 없지만 사실 순덕이와 인간 사이에는 철문이 하나 가로막혀 있어 밥을 팔만 겨우 디밀어 윗쪽에다 놔 줬는데 가지 않으면 밥 먹으러도 안 오겠다는 자세며 표정이다, 알았다 갈테니 밥 묵어라잉~

뒷마당의 길고양이 가족 2

그러고 나오자니 어둠 속에서 연식정구공보다 찌끔 더 큰 것이 "께오, 께옹"하며 또르르 굴러간다. 급히 카메라를 다시 켰지만 달리 할망구겠는가, 플래시도 올린 줄 알았다. 육안으로 확인한 사이즈나 무늬나 저것은 반드시 지영이 새끼여야만 한다, 이 동네에 지영이 가족만 살기야 하겠는만은.

피아노 위 고양이

아이를 시야에서 놓치고 집에 들어오니 내 새끼들은 식물등만 켜진 컴컴한 방에 이러고 있고 그 사이 다시 아기 울음소리가, 예전 지봉이 어릴 때 그랬듯이 마당을 돌아돌아~~

뒷마당의 길고양이 가족 4

"뒤꼍이닷!" 007 작전이 따로 없다, 카메라 플래시까지 점검하고 미리 가득 Zoom 당기고 살금살금 숨소리마저 죽이고 마당을 돌아 초점이고 나발이고 뒤꼍으로 돌자 마자 바로 셔터를 눌러댔다. ''오잉!? 한 두 마리가 아니다???'' 어둠 속에서 봐도 애미 역할을 하는 냔은 지영이가 아니다. (얼굴을 알아 본 것이 아니라 지영이보다 작다) 아... 그런데 저 새끼는 한 눈에 봐도 그 무늬가 우억이 새끼다.

뒷마당의 길고양이 가족 5

지봉아, 설마 니 애비의 자식을 낳은 것이냐, 네가 누나인 게지? 모른다, 누나일 것이다. 어쨌거나, 아깽이는 후다닥 사라져 버렸는데도 요 떡을 할 지봉이란 냔이 "크르르~ 흐르르~" 숨도 안 쉬고 계속 한다 하악질이 아니고 협박질이라니, 내가 니 아랫것으로 보인단 말이지??? "네 이 냔, 내가 니 할미닷!!!"

뒷마당의 길고양이 가족 6

그러다 순식간에 지봉이도 정구공 만한 아깽이도 도망가고 지영이라 짐작 되는 아이만 있던 자리에 혼자 남아 멀뚱히 배웅을 한다. 대박이다, 대박! 새 생명은 언제나 보석 같다!!! 서로 Big 엿을 먹이고 먹는 정치판에 C퐁, C퐁 남발하던 입이 찢어질 것만 같다 우헤헤~~~이이잉~~  만일 애미는 지봉이, 할미는 지영이 그럼 나는...? 걍 괭이들 깡통따개지 뭐! 201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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