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순덕이

사람은 제 사정에 따라 이렇게 정 붙이던 아이들을 미련도 없이 (사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럴 것이다) 버리고 떠난다. 그래놓고는 또 그립다고, 걱정 된다고 지난 세월 모두 뒤집어내 들여다보고 가슴을 쥐어 뜯는다. 이것이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캣맘 노릇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죽을 때까지 책임 못 질 거면 상처 주지 말고 냅 두거라, 하는 마음...

이렇게 앉아 있으면 핸드볼 만한 순덕이, 저 집에 아이가 사는 걸 모르고 출입문이 닫혀 있어 나오지 못하는 걸 어딜 가서 이틀이나 나타나지 않는다고 포획작전 때문에 도망을 갔나... 멍청한 할망구, 그러느라 이틀이나 굶겼었다

길고양이 순덕이 1

요즘은 추위 때문인지 아예 출입문이 늘 닫혀 있어 밥시간이 되면 문을 열고 지하실을 향해 아이를 부른다. 지가 순덕이라는 걸 알 리 없겠지만 내 목소리를 알아 들어 통통통 튀어나와 잠시 저렇게 앉아 있다.

밥을 기다리는 길고양이 순덕이

처음에는 저러는 모습이 내게 인사하는 건 줄 알았는데 천만에! 할망구, 니가 가야 내가 식사를 하신다, 였다.

자동차 아래 길고양이 순덕이

슬슬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아이 떨게 하느니 내가 귀여운 모습을 덜 보고 말지

배 고픈 길고양이 순덕이

일부러 내 집 대문을 덜컹 소리나게 닫고 들어온다. 식욕은 여전한 듯 늘 비닐만 남아 있다, 아침에 보면. 하지만 하루종일 지하실에 갇혀 뭘 하며 어떻게 견디는 건지, 그래서 늘 저런 표정이리라 생각하면 저 콩만한 걸 하나 못 잡아 들이는 내가 한심하고 밉다

화 난 표정의 길고양이 순덕이

당겨 보면 여지 없이 이 표정이다. 원망과 미움이 가득하다. 위와 같은 샷으로 보이지만 아이 탓이다. 백 장을 찍어도 저 자세 저 표정으로 나오지 싶으다.

 

그리고 지영이는, 방풍공사를 한 이 후 얼굴은 볼 수가 없고 꼬박꼬박 없어지는 밥만 확인이 되니 무사하구나 한다. 그런데 아이를 잃은 건 확실한 듯, 3묘 분을 내려 놓으면 아침 저녁 두 차례로 나눠 먹고 아깽이 소리 따위 바람소리에도 섞여 들리지 않는다... 2012.11.13

 

이 꼭지는 어쩌면 순서가 뒤섞이면서 이미 이 블로그에 편집해 올린 건지도 모르겠다 - 기억은 없지만 워낙에 뒤섞여 버렸고 순덕이 표정이나 자세도 시종일관 같으니 정확한 기억이 안 난다. 일단 썼으니 올려두고 중복인가 아닌가 검색해 봐야겠다. 예전 사진에 꽂혀 고양이 형제 저녁밥도 아직 안 주고 있었네...ㅜ.ㅜ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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